[기자의 눈] "특이하니까 비엔날레인가봐" 부산비엔날레 향한 쓴소리
[기자의 눈] "특이하니까 비엔날레인가봐" 부산비엔날레 향한 쓴소리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09.0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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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배려도 교통 편의도 전시 기본도 뒷전, 남은 기간이라도 '국제 행사' 위상 살려야

지난 3일 부산비엔날레가 개막했다. 한중일 아방가르드 작품들이 역사상 최초로 전시되고 고려제강 수영공장이 완전히 F1963이라는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탄생되는 국제적인 행사이기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부산비엔날레의 시작은 그런 국제적인 위상과는 거리가 다소 멀었다. '개막 직전, 첫날의 실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국제적인 행사에서는 나올 수 없는 '아마추어'적인 실수는 위상을 생각해서라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 2일 오후로 예정된 기자회견이 지연되고 있다

개막 전날인 2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는 기자회견과 더불어 VIP 관람 행사가 있었다. 그러나 미술관 앞까지 와도 비엔날레를 알리는 안내판이 없었다. 모르고 가면 이곳에서 비엔날레가 열리는 지도 모를 정도로 썰렁했다.물론 현수막은 미술관 옆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지만 지하철을 통해서 오거나 초행길인 사람들에게는 그 현수막이 잘 띄지 않을 수 있다. 정문으로 들어가는 입구쪽에는 수 많은 기둥과 공간이 있음에도 행사를 알리는 배너는 커녕 흔하디 흔한 포스터 한장도 붙어 있지 않았다. 비엔날레라는 큰 행사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었다. 축제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이날 비가 많이 왔다고는 하지만 눈높이 미술관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일부 관계자들이 미술관을 찾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참석한 한 관계자는 "차를 가지고 왔는데 안내판이 보이지 않아 근처에서 30여분을 돌았다. 안내가 전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주비엔날레를 들러서 오는 기자들의 도착 시간이 늦어지면서 당초 오후 1시 30분으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이 무려 30여분간 늦춰지는 상황이 펼쳐졌고 기자회견에 참석하기로 한 구어샤오엔 중국 큐레이터도 이날 회견장에 늦게 도착했다.

▲ 리셉션장인 F1963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고려제강 수영공장에 마련된 F1963 전시장에서 가진 리셉션 과정도 썩 매끄럽지는 못했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F1963에 작가들이 도착했고 이후 1시간 여를 기다린 7시 30분 경에 간단한 전야행사가 열린 뒤 8시부터 저녁 식사를 겸한 리셉션이 있었다.

하지만 아침 일찍부터 전시 준비 등으로 하루종일 행사장에 있었던 작가들에게 8시까지의 일정은 길었다. 특히 대부분 원로작가들이었던 한국 작가들에게는 강행군과 다름이 없었다. 마침내 음식이 나오기는 했지만 참석자들이 먹기엔 부족한 양이었고 결국 얼마 못 가 바닥이 나고 말았다.

그럼에도 주최 측은 '10시까지 리셉션을 한다'면서 작가들을 계속 머물게 했다. 작가들은 숙소로 빨리 돌아가기를 원했지만 교통 사정상 따로 숙소로 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작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리셉션장에 머물러야했다.

여기에 이날 부산에는 호우경보가 발령될 정도로 엄청난 비가 내렸다. 불편한 교통 상황과 궃은 날씨를 생각한다면 빨리 마무리를 지어야하지만 주최 측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늘의 부산비엔날레 2016을 만들어낸 작가들을 푸대접하면서까지 F1963을 자랑해야했는지 의문스런 부분이었다.

개막식 직전 부산시립미술관에 모인 작가들 몇몇은 전날의 일을 이야기하며 작가들을 너무 소홀히 대하고 있다며 푸념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한 작가는 이런 농담조의 쓴소리를 남겼다. "특이하니까 비엔날레인가봐".

비엔날레 측은 개막일에는 미술관과 개막 장소인 F1963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했고 참여 작가들의 가슴에 꽃을 달아줬으며 개막식 무대에서 직접 인사를 하는 등 예우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미 전날 배려받지 못한 이들에게는 '병 주고 약 주는' 모습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부산비엔날레는 기간 중 부산시립미술관과 F1963을 순환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할 예정이라지만 이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면 비엔날레를 찾고자 하는 이들이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F163의 경우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먼 거리에 있어 이에 대한 안내가 필수여야 한다.

▲ <투명풍선과 누드> 안내문에는 정강자 작가의 이름만 있지만 실제는 정강자 작가와 강국진 작가, 정찬승 작가 3명이 기획한 것이다

여기에 프로젝트 1 전시작인 <투명 풍선과 누드> 작가명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최초 누드 퍼포먼스로 알려진 <투명 풍선과 누드>는 1968년 5월 명동 '세시봉'에서 정강자 작가가 시도하려던 퍼포먼스로 이로 인해 안내문 및 가이드에는 정강자 작가의 작품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 이 작품은 정강자 작가와 강국진 작가, 정찬승 작가 3명이 기획한 것으로 엄밀하게 말하면 이 세 작가의 이름이 모두 나와야한다.

부산비엔날레를 통해 공개된 지난 7월의 <투명 풍선과 누드> 재현 영상에서는 마지막 자막에 기획자로 세 명의 이름을 모두 넣었다. 하지만 안내에는 정강자 작가의 이름만이 올라가 있다. 

2일 비엔날레를 찾은 강국진 작가의 유족은 "세 명의 작가가 기획을 했기 때문에 작품 안내에 세 분의 이름을 모두 표기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정강자 작가의 이름만 올려 마치 정강자 작가의 단독 작품으로 오해하게 만들었다. 비엔날레 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해줄 것을 직접 요청했음에도 고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이후 김찬동 큐레이터를 만나 문제점을 지적했고 결국 수정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혔지만 "조직위와 기획 부문이 따로 나뉘어 있다보니 이들이 서로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떠넘기는 모습이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결국 조직위-기획-미술관의 엇박자가 낳은 결과였던 것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이 이야기들은 '개막 직전이니까, 첫날이니까 할 수 있는 실수'라고 넘길 수 있다. 하지만 20년을 가까이 한 행사이고 더군다나 세계적인 작가들과 한국의 원로작가들을 모아놓은 국제적인 행사에서 이런 아마추어적인 실수와 배려없는 모습이 계속 이어진다면 결국 국제행사로서의 위상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행사장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의 비엔날레를 만든 것은 누가 뭐래도 작가들의 힘이 컸다. 그런 작가들을 제쳐두고 행사장만 홍보하는 것은 결국 비엔날레를 '홍보 행사'로 전락시키는 일이다. 모두가 비엔날레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임해도 모자를 판에 서로 떠넘기기를 하려는 모습도 좋지 않다. 전시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도 지키지 못한 것은 누구만의 잘못이 아닌, 비엔날레의 큰 잘못이다.

한중일 아방가르드 미술의 만남, 새로운 문화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작품들의 전시, 그리고 직접 관객이 스크린에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소장할 수 있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부산비엔날레 2016.

부디 지금의 지적들을 약으로 삼아 남은 기간 동안에라도 불편을 최소화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부산비엔날레가 국제 미술 행사로 영원히 기억될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