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10월 6일 개막, 앙금은 여전히 남아
부산국제영화제 10월 6일 개막, 앙금은 여전히 남아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09.0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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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 개정' 이후에도 '이용관 명예회복' 등 놓고 갈등 지속 "아시아 영화인 연대로 영화제 열려"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던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는 10월 6일 예정대로 개막한다.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014년 영화 <다이빙벨> 상영 논란 이후 감사 결과를 이유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해촉되고 부산시가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여론이 힘을 얻으면서 '독립성 및 자율성 확보'가 큰 숙제로 부각됐었다.

▲ 6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왼쪽부터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 김동호 이사장, 강수연 집행위원장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영화인들이 일제히 보이콧을 선언하고 세계 영화인들도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자는 목소리를 내자 결국 서병수 부산시장이 당연직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났고 김동호 신임 이사장이 들어온 뒤 '정관 개정'에 성공하면서 영화제는 파행을 막게 됐다.

김동호 이사장은 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정상적으로 열려야하고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켜야한다는 확신으로 정관 개정에 최선을 다했다"면서 "지난 2년간의 갈등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새로운 20년을 맞을 도약의 전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관 개정의 내용을 보면 조직위원장을 '이사장'으로, 임원회를 '이사회'로 명칭을 바꾸고 당연직 조항을 삭제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조직위원장이 됐던 과거와는 달리 이사회에서 추천해 총회에서 선출한 이가 이사장이 된다. 집행위원장 또한 총회에서 선출하며 이사와 감사는 이사장 추천으로 선출된다. 이사회는 부산 지역 인사 9명, 영화인 9명으로 구성한다.

이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관의 주도가 아닌 100% 민간 주도의 영화제가 됐으며 이로 인해 독립성과 자율성이 완전히 보장됐다는 것이 영화제 측의 입장이다.

▲ 김동호 이사장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정관 개정 후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영화제 보이콧 철회 여부를 표결에 부쳤고 그 결과는 4개 단체 찬성, 4개 단체 반대, 1개 단체 입장 유보로 결정났다. 아직도 영화인들의 완전한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김동호 이사장은 정관을 더 개정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당분간 개정할 생각이 없다. 거의 100% 독립성이 보장됐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개정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이사회에 부산 지역 인사가 포함되어 있어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수가 나올 사 이사장이 전권을 쥐기 때문에 영화계의 의사에 따라 결정이 되고 작품 선정도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의 고유 권한으로 못을 박았다"며 독립성이 침해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100% 만족스런 결과는 아니었다. 하지만 정관 개정은 한국 영화인들의 애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영화인들과 계속 대화하고 소통하며 마음을 돌리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앙금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정부 예산 지원은 삭감됐으며 감사 결과를 이유로 부산시로부터 고발을 당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과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가 있어야한다는 영화인들의 목소리도 높다. 사실상 부산국제영화제의 '산파' 역할을 했던 이 전 위원장을 이대로 버리면 안된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입장이었고 이는 곧 보이콧 철회 반대 의견으로 이어졌다.

▲ 강수연 집행위원장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김 이사장은 "자신이 전 조직위원장(서병수 시장)을 대신해 2번이나 사과했고 이용관 위원장은 재판 계류 중이기에 명예회복 여부는 재판 결과에 따라 하도록 하겠다. 우리도 탄원서를 보내는 등 노력하고 있다. 일부의 이야기처럼 방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 집행위원장은 "이용관 위원장의 재판이 과한 처분이라는 것은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지만 "20년간 애써온 분의 직위를 해제시킨 것이 너무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규정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 재판의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영화제 측은 개막 여부가 불투명하다보니 스폰서를 잡을 시간이 부족했다고 밝혔고 정부 예산은 지난해보다 1억이 늘어난 9억원이라고 밝혔다. 김동호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이후 영화제 예산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30여억원의 '영화발전기금'을 영화제들이 나눠가지라고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라고 밝혔고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없이는 영화제가 없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영화의 연대이자 미래다. 그렇다고 우리가 상업적으로 할 생각은 없다. 영화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라고 말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독립성과 자율성을 그 어느때보다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아시아 영화의 창' 섹션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란에서 오랫동안 상영금지됐다가 최근에 해금된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자얀데루드의 밤>과 카말 타브리지의 <순례길에서 생긴 일>이 영화제에서 상영된다. 

또 전통적 가치관과 종교관에 짓눌린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이라크 감독 후세인 하싼의 <검은 바람>은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었다.

▲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자얀데루드의 밤>. 이란에서 상영금지된 바 있다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아시아 영화인들의 도움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 이번 영화제는 아시아 영화인들의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모든 것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소개한다"고 밝혔다.

오랜 진통을 겪으며 마침내 열리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자율성과 독립성을 쟁취하고 상영금지를 당했던 영화들을 소개하며 아시아 영화인들의 연대를 알리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하지만 영화제는 열리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영화제의 앞길을 막막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은 장률 감독의 <춘몽>이다, <춘몽>은 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찌질한' 세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한예리가 여주인공을, 양익준 윤종빈 박정범 세 영화감독이 각각 한예리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남자들로 출연한다.

또한 동시대 거장들의 신작 및 화제작을 만날 수 있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는 구로자와 기요시, 이상일, 벤 영거,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이 선보이며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예견하는 '뉴 커런츠'와 '한국영화의 오늘', '월드 시네마', 그리고 이두용 감독과 지난 7월 타계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회고전도 준비되어 있다.

여기에 허우 샤오시엔,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창동 등 아시아 거장 3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특별대담 '아시아영화의 연대를 말하다'도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관심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