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문화재] 내 땅 지나가려면 통행세 내라!
[다시 보는 문화재] 내 땅 지나가려면 통행세 내라!
  • 박희진 객원기자/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원
  • 승인 2016.09.0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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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No! 현금영수증도 No! 놀부 심보, 사찰들
▲ 박희진 객원기자/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원

2007년 1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국립공원을 모든 국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정부는 전국에 21개 국립공원의 입장료를 폐지(제주와 강원 지역 도립공원 제외)하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대다수의 등산객들은 등산을 하려고 국립공원을 들어갈 때마다 관람료를 내야만 한다. 그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다 가는 곳마다 금액이 천차만별이다.

사찰 마음대로 책정한 입장료의 명목은 ‘문화재 관람’이라고 하지만 관광객도 등산객도 문화재 관람에는 큰 관심이 없고, 등산로 따라 사찰을 지나칠 뿐이다.

사찰에서도 ‘문화재 관람’의 명목으로 돈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관람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곳도 드물고, 사찰 문화재를 홍보하거나 알리려는 노력조차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문화재 보유 사찰들의 관람료 징수는 등산객 사이에선 횡포 수준의 ‘사찰 통행료’로 불려진다. 보지도 않는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하는 이들에게 관람료가 어떤 근거에서 책정이 되었는지,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설명조차 없는 상황에서 눈 먼 돈을 내야하는 등산객과 관광객들은 억울하다.

게다가 국민들이 분통을 터트리는 데는 ‘현금’만 골라 받는 사찰의 뻔뻔스러움도 크게 한 몫 한다. ‘현금’만 고집하는 사찰 입구에는 버젓이  ‘카드결제 불가, 현금 영수증 발행 불가’ 안내문을 게시해놓고 있다. 간혹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사찰에서는 통신상태가 좋지 않아 사용이 불가하다거나 결제기 고장 등의 다양한 이유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고, 어떤 곳은 금액이 소액이라 카드 결제 시스템을 갖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도 한다. 

문화재 구역으로 지정돼 입장료를 받는 사찰은 전국에 65곳으로, 설악산 신흥사, 속리산 법주사, 주왕산 대전사, 가야산 해인사 등 내로라하는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표 산 속에 사찰들이 등산객 한 명이라도 놓칠세라 밤잠 안자고 길목 지키며 수금에 바쁘다.

관광지로서 자연유산을 보여주는 것 외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찰들의 밤낮 거둬드리기에만 바쁜 관람료 수입은 과연 얼마일까. 아주 기본적인 서비스도 이뤄지지 않고 편의시설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곳에서 관광객에게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가능할까. 

▲ 속리산 법주사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 명목은 ‘문화재의 보호와 관리’에 있다. 문화재보호법 49조에 의거해 ‘문화재 소유자가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자에게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고 관람료는 문화재 소유자 또는 관리단체가 정한다.’는 합법적인 규정에 의한 것이지만 징수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찰의 이러한 징수가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불교계가 운영하는 사찰은 종교시설로서 과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재정 상황조차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 커다란 문제이다. 사찰 소관으로 집행되는 문화재 관람료는 제대로 징수되는 지도 확인하기 어렵고 문화재 수리보수를 위한 관람료라고는 하지만, 그 비용이 얼마나 소요되는 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사찰에는 문화재관람료 수입 외에도 문화재 수리보수를 명목으로 매년 거액의 문화재 수리비가 국가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찰을 찾은 관광객과 등산객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이들의 발길이 점차 끊기기 시작한 속리산 법주사는 처음으로 충청북도와 보은군 측과 함께 문화재 관람료 폐지에 관하여 지난 8월부터 협의에 들어갔다.

속리산 법주사는 그 간 성인 4000원(단체3,700원), 청소년이나 학생, 군인은 2000원(단체1,600원), 어린이 1,000원(단체 800원)에 주차비 4,000원을 받으며 연간 60만 명의 등산객을 비롯한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연간 15억 원 가량의 수입을 올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주사 내에는 국보와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 18개와 충청북도 지정문화재 21개 등의 문화재가 있기에 문화재 보유 사찰로서 법주사도 문화재 관람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보도된 기사에 의하면 이 협의에서도 법주사 측이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 변수라고 했다. 충청북도가 막대한 예산까지 투입해가며 법주사의 관람료 폐지에 나서는 것은, 지역을 살리고 지역 문화재를 알리기 위한 노력임을 사찰측은 인지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를 품고 있는 사찰들은 문화재를 공공의 자산으로서의 소중한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 체 사유재산으로서 경제적 가치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문화재 관람료를 받으려거든 사찰의 문화재를 관람객이 충분히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에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장삿속 사찰’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찰을 찾는 관광객과 등산객, 관람객들이 자연유산에 품은 사찰문화재를 통해 한국불교의 전통적 교리와 수행에 깊이 성찰할 수 있도록 사욕의 마음을 비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