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전략적인 교육/(4) 오늘 행복할 시간 있으세요?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전략적인 교육/(4) 오늘 행복할 시간 있으세요?
  • 유승현 도예가 /심리상담사
  • 승인 2016.09.09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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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현 도예가 /심리상담사

전략적인 교육

 (1) 알파고가 어디예요?
 (2) 교육, 봄날 햇살의 힘
 (3) 자전거 도둑과 친해지기
 
 (4) 오늘 행복할 시간 있으세요?

“시간은 삶이며 가슴속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가진 것이 점점 줄어 들었다” 미하엔 엔데의 소설 모모 중에서 인상깊은 구절이다. 

중,고교 6년만 고생하면 60년이 보장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전하는 아이를 보니 연세가 그윽한 분이시겠구나 생각했다. 짧은 6년 고생에 60년 이상이 보장되기만 한다면 지옥같은 발달시기 십대를 못할 것도 없지만 이젠 의문이 슬슬 드는 나이가 되었고 오늘의 아까운 시간을 ‘미래보장’으로 되돌려 받기가 복권 당첨 만큼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느 정도 노력으로 인생의 긴급 상황을 잠시 벌수는 있었지만 우리에게 늘 남아있는 것은 인생의 시험이었으며 정답없는 예외 상황이었다. 제일 크게 보장받고 싶었던 ‘시간’은 한번 지나니 다시 오지 않았다. 절대자가 아닌 이상 미래는 쉽게 보장받을 수 없기에 허무하고 위험한 발상인 것이다.

공부가 업이고 힘없는 십대들이야 사기치는 어른들의 말에 위로감과 의욕을 번갈아가면서 사용할 테지만 인내심을 발휘한 6년 덕분에 60년 이상이 힘들어 질 수도 있지 않은가? 학교안과 밖 사건많은 뉴스를 보니 근거없는 어드바이스일 수 있다고 조심스레 강조해본다.

한참 놀아야 할 초등아이에게 “지금 공부하면 나중에 편안해 지지 않겠느냐? ” 잔소리를 해보니 “그럼 지금 쌩고생하는 건 뭔데요?” 반문을 하더라. 아이는 욱했지만 우문현답이었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공부로 바쁜 아이들을 보면 안심모드. 멍하게 쉬는 아이들을 보면 뭐든 하라고 잔소리를 하게 된다.

특수 고시생으로 보내는 요즘 십대들은 혼자만의 시간도 익숙하지는 않다. 조용히 혼자 있어도 이미 나의 시공간이 아니다. 각종 온라인에 노출된지라 사색의 충만함은 점점 줄어들었으며
항상 급하고 빠르다. 지금은 없고 미래만 운운하는 한국사회다. 미래의 성공에 순간의 행복을 포기시키는 학부모가 득실거린다.

필자 포함 주변 지인들을 살펴보면 연예인급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케쥴이 가득 차 있다. 한참 바쁘게 달리다 보니 건강을 잃고 사랑을 잃고 나서야 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당신과 나. 우리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것이 오늘 당장이 아니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지나간 시간이 차곡히 쌓여 결국 내가 된다는 진리를 부여잡게 된다. 이 깊은 사실을 청, 장년이나 되어야 알게 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100세 시대라 하지 않은가? 숨쉬는 시간을 벌고 싶어서 어거지로 꾸민 짓이지 이대로 100세까지 살았다가는 불행한 사례가 속출되고 말 것이다. 각자의 용량은 정해져 있는데 각종 공식으로 채우다 못해 터진 머리를 움켜쥐고 대입이라는 관문을 무더기로 통과하는 있는 한국 청소년들이다.  

OECD 국가중 대학 진학률이 몇 년째 1등인 나라치고 우리나라의 대학 수준은 여전히 순위밖이다. 물론 평가기관의 기준에 준한 것이지만 과잉 학업률만큼 진로가 보장되거나 이로 인한 행복감도 비례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 반문할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여성, 아동 청소년, 노인 등 행복지수 최하위인 나라. 과연 우리에게 ‘성공한 삶’은 무엇일까?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필자는 이유도 없이 가끔 음악홀로 향한다. 푹 쉬다가 오는 것이다. 지인 전시는 못갈 때도있지만 소박한 작품이 걸려있는 내 동네 미술관은 산책하듯 잘도 간다. 또 바쁜 일정을 다 내려놓고 연락도 없이 누구를 만나고 올 때도 많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한아름 들고 오거나 안부전화만 하루종일 할 때도 있다. 미안하지만 한참 공부해야 할 시기의 아이를 데리고 섬투어를 하고 올 때도 있다.

오늘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며 횟수를 늘일 여유까지 생겼다. 나를 만나는 시공간은 내가 만들어야 제일 자연스럽다. 세상이 험할수록 오늘만 유효한 것이 많아지기에 이런 숨고르기 시간이 소중해 진다. 오늘을 간직하는 삶이 경쟁력있는 삶이다. 가슴속에 깃들은 ‘내가 선택한 오늘의 시간’이 사람답게 사는 최고의 전략인 것이다.  오늘 행복할 시간 있으세요? 시간은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