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비엔날레 참여 작가들이 말하는 '작품'과 비엔날레
[인터뷰] 부산비엔날레 참여 작가들이 말하는 '작품'과 비엔날레
  • 이은영 기자/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09.09 1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문화투데이에서 각국 작가들이 펼친 '다중지성의 공론장'

지난 3일 개막한 부산비엔날레에는 23개국 121명(팀)의 316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세계 각국 작가들의 자신의 세계를 반영한 작품들이 선을 보이면서 부산비엔날레는 슬로건처럼 '다중지성의 공론장'이 되어가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비엔날레가 존재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서울문화투데이가 개막을 하루 앞둔 2일과 개막일인 3일, 부산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들을 만나 출품작에 대한 소개와 비엔날레에 대한 소감을 들어 보았다. 일정 진행상 긴 인터뷰를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작가로서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임에는 분명했다. 

독특하면서도 친근하게, 심오하면서도 재미있게, 저마다 각자의 생각을 퍼포먼스와 작품으로 승화시킨 이들. 이들의 이야기기 시작된다.

김구림 “서울의 1초를 담고자 한 작품, 두서없는 전시에 실망”

‘한국 최초의 실험영화’라 할 수 있는 <24분의 1초의 의미>를 만든 김구림 작가. 그의 여러 작품들이 이번 부산비엔날레에 선을 보였지만 아무래도 관심은 그가 찍은 이 필름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 김구림 작가

영화에서 1초의 시간동안 24컷의 필름이 돌아간다. 제목은 바로 거기에서 따왔다. 서울이라는 곳에서 1초만에 일어나는 일들. 서울의 모습, 또는 길을 건너거나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 이런 것들을 다 1초씩 담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영화를 만들 당시(1969년) 서울의 상징물로 불려졌던 (지금은 없어진) 3.1 고가도로를 통해 상징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것을 있는 그대로 찍으면 평범한 다큐가 되지 않나. 그래서 대학 교육을 받았지만 실업자 신세인 인물을 내세운 것이다. 그가 보내는 하루. 그리고 서울의 풍경을 담아낸 작품이라고 보면 되겠다.

(비엔날레에 대해) 할 말은 해야겠다. 정말 두서가 없었다. 나도 출품을 했지만 무척 실망했고 좋게 말할 수가 없다. 그저 중국 작품, 일본 작품, 한국 작품 이런 식으로 한방에 모두 모아놓고 두서없이 전시를 하니 작품이 살지를 않았다. 관객들은 작품만 보고도 이해를 못하니 안내판을 봐야하고 그러다보면 옆 사람의 관람을 방해하는 일도 생기게 된다.

그냥 뒤죽박죽 전시만 해놓고 대표작이 뭔지도 모르게 만드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다. 내 이야기 그대로 전해달라.

이강소 “3국 작품들 한 자리에 만나니 재밌어” 

사과가 놓여있다. 관객이 돈을 내고 사과를 가져간다. 시장 풍경이냐고? 아니, 전시장 풍경이다. 이강소의 <사과>는 바로 관객이 직접 돈을 내고 사가는 상황을 보는 작품이다.

서구에서 본 해프닝(퍼포먼스)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 이를 실행해 옮긴 이강소 작가. 그는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한중일 3국의 아방가르드 미술을 비교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 이강소 작가

이번에 세 작품 출품했는데 하나는 75년 파리 비엔날레 출품했던 발레 퍼포먼스, 또 하나는 74년에 기획하고 한국 실험작가전에 출품한 <사과>라는 작품이다. 이것은 사과를 전시장에 놓고 관객이 일정한 금액을 내놓고 사가는 것이다. 사가는 상황을 보는 거다.

나머지 하나는 비디오 영상 자료다.  우리나라에 영상 작업이 확산되는 것이 요청되었고 대구현대미술제 기획하면서 영상 부문을 놓고 실험적으로 만들어보자고 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페인팅이란 작업이었고 작가들을 모아서 영상작업을 같이 했다. 김영진, 최병소 등 작품들이 탄생했고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사과> 같은 작품은 특이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서구에서 60년대 해프닝이나 이벤트라는 형식의 양식이 나왔다. 그것이 내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먀말로 현장에 있는 사건 그 자체가 보는 사람과 연관이 되는 유기적인 작업의 형태였다. 이것은 정말 소중한 것이었다. 그 작업 가운데서 나온 것이다.

한중일 현대미술 아방가르드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놨다. 우리는 평소에 각 나라에 가서 작가와 대화를 하거나 미술관에서 보거나 잡지를 통해 정보를 알았지만 삼국의 작품 한 군데 모아놓으니 동아시아 현대미술이 유입되고 전개되는 시절의 3국의 비교가 되니까 굉장히 재미있고 중요한 전시라고 생각한다. 국가별 작가들의 성향이 뚜렷이 보인다. 3국 작가들이 반성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매우 좋다. 

호리 코사이 "위로하고 현실 극복해서 이기는 것이 바로 혁명"

바닥에 구겨진 신문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 공간. 청년과 작가가 같이 천을 떼고 걸기를 반복한다. 청년은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소리치고 작가는 "레볼루션"이라고 외친다.

한참을 반복하다가 이번에는 한 소녀가 나선다. 소녀는 "괜찮다"를 외치고 역시 작가는 "레볼루션"을 외친다. 젊은 세대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느껴지는 퍼포먼스. 그 퍼포먼스를 선보인 호리 코사이를 만났다.

▲ 일본 작가 호리 코사이

1960년대 말에는 일본에 이런저런 운동이 많이 있었다. 미일동맹 문제도 있었고 상황이 복잡했다. 동료들과 반체제 운동에 나섰는데 그냥 정치적, 사회적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운동으로 바꿔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 <혁명>이다. 

벽이 서 있다. 벽을 부술 수 없는 상황이 왔을 때 부수지는 못하더라도 넘을 수는 있지 않을까라는 심정으로 만들었다. 무대를 보면 나무로 만든 것이 있는데 그건 나무가 아니라 방을 의미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사회나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결국 자포자기하게 된다.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결코 포기하거나 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타협도 하지 않는다. 그것을 뛰어넘고 싶어하는 모습을 표현한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레볼루션"이라고 외치며 그들을 어시스트한다. 쉽게 말해 벽을 넘으려는 젊은이와 그들을 도와주려는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 <혁명>이다.

최근 젊은이들의 생각이 바뀌고 말았다. 내가 운동을 했을 당시에는 벽이 있다고 봤고 그렇기에 그것을 넘어서고 싶어 했지만 이 시대 젊은이들은 벽이 있다는 인식조차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인식하고 넘어서라고 뒷받침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레볼루션"은 말 그대로 혁명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혁명이 아니라 상징적인 혁명, 마음의 혁명을 이루자는 것이다. 위로하고 현실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이 바로 혁명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박석원 "열정 떠올라 감격, 다변화된 미술이 태동하고 있다"

부산비엔날레에서 만난 박석원 작가는 항상 웃는 모습이었다. 과거의 열정적인 모습의 흔적이 보여서일까? 그때의 흔적을 되돌아볼 수 있는 점에서 그는 의미와 가치를 찾았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꼼꼼이 설명하면서 만들면서 느낀 생각들도 술술 풀어냈다. 그의 작업 모습이 절로 묘사되는 순간이었다.

▲ 박석원 작가

이번 행사를 받아들인 계기가 이와 유사한 행사들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보니 6,70년대 우리의 행동 반경이 참 순수하고 나름대로 우리가 열정을 쏟은 것이 살아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감격적이고 그 시대 우리가 생각한 핵심 문제가 무엇인지 고찰하는 계기도 되는 것 같다. 우리의 흔적이 무엇인가라는 것을 되돌아보는 것도 미래를 위한 제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전시가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4개의 그림자>는 아방가르드 활동하던 70년대 초반에 설치 요소들이 도입을 하는데 사항 등에 대한 반응, 그 반응에 대한 나의 태도의 문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려 했다.

천과 나무와 동질성이 어떻게 개입되는가라는 것이 이슈가 됐고 그림자의 빛의 효과, 보이지 않는 것과 관계에 대한 흔적, 한 공간에서 다른 형식으로 나타날 때 나오는 착란을 우리의 의식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여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찾으려했던 것 같다. 명확히 알지도 못하면서도 접근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다. 

오를랑 "갤러리에 오는 관객들 변화시키고 싶어 앱 만들었다"

"ORLAN. 제 이름은 소문자가 아닌 대문자입니다. 정해진 틀에 박히기 싫어 이름 철자를 모두 대문자로 했습니다" 3일 오후 열린 특별강연에서 프랑스 작가 오를랑은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1990년대 '성형수술 퍼포먼스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자신의 몸을 이용한 작업을 통해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스스로 탄생시키는 모습을 보여준 오를랑. 지난 6월 성곡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진행 중인 그가 부산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의 홈페이지는 물론 스마트폰 앱까지 만들어 미술관이 아닌 곳에서도 자신의 작품을 보여 주려한 오를랑의 모습이 놀라웠다. 언젠가 여건이 되면 길게 작품 세계를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그와의 짧은 이야기를 담아본다.

▲ 프랑스 작가 오를랑

여기에 선보인 작품은 베이징 오페라단 마스크를 입혔고 위장 식으로 각 작품마다 그 안에 고유한 것이 있어서 스캔해둔 것이 따로 있다. 베이징 오페라단은 전통적으로 여성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여성 역할도 남성이 했다.

스캔해 둔 것은 내 고유의 스마트폰 앱이 있는데 다운로드해서 이미지 받아 스캔하면 내가 베이징 오페라단에서 여자로서 공연을 하는 역할을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앱을 만든 것은 갤러리에 오는 관객들의 반응을 변화시키고 싶어서다. 작품 안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면 훨씬 더 많은 재미를 느낄 것이다.

관객들은 자유롭게 자기가 보고싶은 대로 느끼고 싶은 대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것은 관객의 자유다.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지금 페미니스트, 남녀평등, 뉴미디어, 테크놀로지 등이 나오는데 거기에 우리의 삶이 동시에 변화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성능경 "인간성에 대한 날인, 그것의 재편집이다"

8면의 신문, 그리고 신문의 촬영 사진. 성능경 작가의 작품은 '신문'으로 이루어져있다. 그 속에서 작가는 신문을 만드는 이의 '인간 평가'를 재편집하려는 시도를 한다. 

▲ 성능경 작가

관계 등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색당파가 됐는데 실제로 올해 선거했더니 사색당파 됐잖나(웃음). 빨간 파랑 녹색 보라 방을 110장씩 만들었는데 실수로 파란 당이 4장이 더 만들어졌다. 그런데 그게 사실이 됐다(웃음). 그런 면에서 약간의 예언적 형태의 퍼포먼스다.

이 작품은 1977년에 <특정인 관련없음>의 연장선상에서 '무명성(無名性)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신문 만드는 편집자들이 인간 평가를 하고 그러잖느냐. 인간성에 대한 날인. 그것에 대한 재편집이다. 

육근병 "몰랐던 중국 아방가르드, 이번에 알게 됐다"

육근병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재연한 <풍경의 소리+대지를 위한 눈>으로 부산을 찾았다. 모래로 쌓은 듯한 산에 한 사람의 눈만 있는 화면이 있다. 작품 속 산은 무엇인가를 바라보는 듯하다. 

유쾌하게 작품을 소개하던 육근병 작가는 이번에 중국과 일본 작품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중국의 아방가르드를 비로소 알게 됐고 일본 작가들의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짧지만 즐거웠던 육근병 작가의 이야기.

▲ 육근병 작가

전시된 <풍경의 소리+대지를 위한 눈>은 1989년에 브라질 상파울로 비엔날레에 출품한 것을 다시 만든 것이다. 아방가르드 전시라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작품을 재현했다. 

작가로서 아방가르드라는 패턴을 가진 내게는 귀한 순간이다. 맥락이 잘 보인다. 일본의 시대의 맥락이 보이고 중국은 잘 몰랐는데 확연하게 느꼈다.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라 '아방가르드라는 게 있었나'라는 의심을 했는데 게릴라처럼 많이 하더라. 사실 중국 아방가르드가 궁금했다. '안티 체제'에 대한 공감이 있었다. 

일본 작품 중 종이인형을 어마어마하게 쌓은 것이 있는데 봤는가?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가면 희생자를 위한 추모글을 쓰는 데 지금 작품에 있는 양이 백분의 일도 안된다.

후배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들인데 리더 까마귀를 실제로 잡아 차에 싣고 가는데 동료 까마귀들이 다 따라왔다. 까마귀를 놓은 곳은 바로 정부의 중요한 곳이었고 그 곳에 까마귀가 몰렸다. 그런 무빙 퍼포먼스를 한 작가들이다. 자식들, 정말 괜찮았어(웃음)

이이남 "서양과 동양, 관객들의 만남. 진정한 '혼혈하는 지구'다"

부산비엔날레에서 관객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 있다. 구글의 '틸트 브러시' 기술을 이용해 관객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그를 프린팅해 가져가는 공간이다. 관객은 헤드셋을 쓰고 콘트롤러로 가상 공간에서 그림을 그린다.

<혼혈하는 지구>를 만든 이이남 작가가 만들어 낸 세상. 그 세상에 반한 한 타이완 관객이 그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사인을 해준 작가가 인터뷰에 응하는 순간에도 관객들은 좋아하고 있었다.

▲ 이이남 작가

이번 비엔날레 주제가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이잖나. 가장 서양적인 기술인 구글의 기술과 정약용 선생이 주석에 한자로 쓴 지구 등 자연에 대한 이야기, 여기에 관람객이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낸다. 서양의 기술과 동양의 지식이 만나고 여기에 관람객의 그림이 더해진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곳이 지구다. 말 그대로 '혼혈하는 지구'를 표현한 것이다.

구글 관계자를 만나게 되면서 틸트 브러시 기술을 알게 됐다. 마침 부산비엔날레 협찬이 됐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정말 놀랍다. 삶도 이처럼 혼혈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웃음). 

사실 체험 공간이 이것밖에 없다. (윤재갑) 예술감독님과 친분도 있고 해서 참여하게 됐는데 이 공간이 설치된 F1963이 원래 공장(고려제강 수영공장)이었잖나. 그런데 이를 현대미술의 장으로 만들어냈고 이 공간에서 관객들이 즐겁게 관람해주고 체험하면서 재미있어하니 정말 즐겁다. 원래 그냥 내가 재미있어서 한 건데(웃음) 이렇게 좋게 반응해주시니 정말 감사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