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 중국 돈이 인사동을 잠식한다
[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 중국 돈이 인사동을 잠식한다
  • 조문호 기자/사진가
  • 승인 2016.09.0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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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문호 기자/사진가

약3조원의 중국 돈 폭탄으로 제주도를 공습해 60만여 평의 땅을 접수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가 3년 전이다. 제주에 집중된 공세가 강남에서 홍대 등의 유명상권으로 퍼지더니, 이젠 문화예술가의 1번지인 인사동마저 공략하기 시작했다.

전, 혜정병원과 몇 몇 건물이 중국자본에 넘어가더니, 인사동 최고의 갤러리 ‘아라아트 센터’까지 접수한 것이다. 뺏고 뺏기는 자본의 논리야 어쩔 수 없으나, 그 밑에 빌붙어 법까지 무시해 가며 예술을 짓밟는 매국노 같은 인간들이 더 얄미운 것이다.

얼마 전, 경영난으로 은행에 저당 잡힌 ‘아라아트’가 여섯 차례의 유찰 끝에 내정 가의 반값에 불과한 290억에 낙찰되었는데, 낙찰자는 중국인의 하수인격인 조그만 기업 이사였다.

그런데, 아무런 절차도 없이 건물을 접수하려 든 것이다. 건물이 낙찰되기 오래 전부터 전시 일정이 몇 개월간 짜여 있었는데, 그 계약들은 어쩌란 말인가? 억울하게 건물 뺏긴 주인이 어디 ‘잘 해 보세요“라며 위약금까지 물고 순순히 물러 날 사람 있겠는가? 최소한, 비켜달라는 양도소송을 해도 6개월은 족히 걸린다.

지난 달 23일, 정영신의 ‘장날’ 전을 치루기 위해 사진을 실어 갔는데, 화물칸 에리베이터를 걸어 잠그고, 현수막 업자를 돌려보내는 등 전시를 방해하고 나섰다. 돈으로 예술을 밀어 내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경찰을 불러 업무방해죄로 고소하는 등, 간신히 전시는 치렀으나, 기간 내내 주위를 맴돌며 위압감을 조성했다.

그런데 전시가 끝나는 날, 또 다시 방해공작이 시작되었다. 그걸 우려한 조각가 부부는 한 밤중에 짐을 실어 갔으나, 난 방심하다 걸려던 것이다. 갑자기 문을 걸어 잠가 도우미와 10여분 동안 짐칸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뿐 아니라 '한국관광공사'에서 치르기로 한 ‘관광상품공모전’에도 제동을 걸었다. 고용한 건달들이 연약한 노인들을 방패삼아 건물 접근을 막는 야비한 짓을 한 것이다. 그리고 멀쩡한 건물의 보안장치 교체 공사를 강행하며,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을 쫓아냈다. 법보다 주먹이 먼저란 말처럼, 고소할 테면 하라는 것이다. 다급한 행사 주최 측이 그들과 재계약 하는 것으로 고비는 넘겼으나, 앞으로 남은 전시들이 걱정스럽다.

아무튼, 이젠 인사동마저 풍전등화 신세가 된 것이다. 우리 문화예술의 요충지가 넘어 간다는 것은, 국민들은 물론 작가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추측컨데, 그들이 직접 운영하면 중국 그림들이 몰려 올 것이다. 그 건축물은 용도변경을 할 수 없어 갤러리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적자운영을 지켜 본 그들이 돈 없는 한국 작가들 대관에 의지할 리 있겠는가?  끼리끼리 밀어주는 근성을 활용해, 중국작가의 국내진출 교두보로 삼을 것이다.

세계화시대에 무슨 고리타분한 말이냐고 반문할지 모르나, 땅을 뺏기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그 나라의 문화예술이 잠식 당하는 것이다. 문화는 그 민족의 정신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싼 값에 팔려나가는 중국미술을 지켜봐야하는 국내작가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또 어떻겠는가?

‘아라아트’를 운영해 온 김명성씨는 인사동을 예술 메카로 만들기 위해, 지난 5년 동안 연 면적 1,500평 전 층을 갤러리로 운영했으니, 적자운영을 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태껏 경영난에 허덕이면서도 가난한 작가들을 돕는 자선을 많이 베풀어 왔다. 이번에 난리를 겪은 정영신의 ‘장날’전이나, 3개 층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김운성, 김서경 조각가 부부의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AEV’전도 무상으로 빌려 준 것이다.  

이리 밀리고 저리 밟힌 힘없는 작가들의 한 가닥 불씨마저 꺼져버렸으니, 이제 살아갈 의욕조차 잃었다. 정부는 벼랑 끝에 몰린 예술인들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이제, 살아남으려면 죽기 살기로 싸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