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사고판화박물관 옛 선비들의 예술성이 가득담긴 ’시전지‘전
명주사고판화박물관 옛 선비들의 예술성이 가득담긴 ’시전지‘전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6.09.1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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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연서를 쓸 때 한번 쯤은 애틋한 마음을 잘 표현해줄 편지지를 고르며 설레어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오늘날 ‘팬시’란 이름으로 유명 브랜드 문구사에서 유명 작가의 그림이나 또는 이름모를 작가들이 그림이나 캐릭터가 감성을 자극하는 편지지로 출시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라 이메일로 보내는 간단한 시대가 됐지만 그래도 어떤 특별한 마음이나 감상을 담고 싶을 때는 포털이나 또는 자신이 찍은 사진 등을 이용해  '팬시편지지'를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예전 우리 선조들도 정서는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선비의 표상이라 일컫는 매난국죽은 물론 산수와 여러 아름다운 문양들이 그려진 시전지(詩箋紙)를 사용해서 자신들의 마음과 뜻을 품격있게 표현하려 했다는 기록들이 발견된다.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에서 오는 25일부터 11월20일까지 열리는 ‘시전지’전시에서 그 기록들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시전지(詩箋紙)란 “글이나 편지를 쓰는 작은 쪽지”로 문양과 색상이 있는 편지용 종이는 꽃 문양이 많아 화전지(花箋紙)라고도 했고, 시를 보낼 때 쓴다해서 시전지(詩箋紙)라고도 했다.
청 말에는 시전지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상점에서는 명전(名箋)이라 이름 붙여 판매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과 청나라 시전지 관련자료 170여점과 명청시대 화보류 30여건 등 20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몇 가지의 특징을 가진 전시로 △조선시대 선비들이 사랑한  조선과 청나라에서 제작된 시전지 목판, 시전지 와  아름다운 다색 목판화  시전지와  옛 글이 적힌 편지와  편지봉투 등을  소개하는 대규모 시전지 전시.

△조선의  선비들과 화가들이  사랑했던  명  청 시기에 만들어진 다양한 화보류 (고씨화보, 시여화보, 십죽재화보,개자원화보, 방씨묵보, 정씨묵원, 당시화보, 팔종화보, 만소당죽장화보등)를  한 자리에 가장 많이 소개하는 최초의 전시
△동아시아를  관통하는 시전지와  화보를   통해  동양문화의 다양한  캐릭터와   콘텐츠를  확보  하는 전시회
△가을 독서의 계절에 시전지 특별전을 통해  관람객들이 선비가 되고 시인이 되어 곱게 새겨진 목판화 종이에 시 한편 적어 가까운 지인이나 연인에게 보내는 여유를 갖는  마음으로 보는 전시회
전시교육: 나만의 목판화 시전지만들기전통판화학교- 주말 1박 2일 템플스테이로 운영

 

시전지의  탄생

설도전- 설도 (768-831 )가 백거이 ,두목등과 시를 주고 받을 때 채색전지에 시를 써보 내면서 설도전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송나라 서경초에 의해 편리하게 10여종의 편지지가 만들어 졌다.
원나라  비저의 전지보에 문양이 있는 전지가 소개되고 있어  당시에 문양이 있는 시전지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동국이상국집등에 시전, 화전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어 고려시대에도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선비들이 선물하기 좋은 주요 품목에  시전지가  들어갈 정도 선비의  필수품으로 받아 들일 정도로 유행하였다.

채색 시전지의  탄생
<나헌변고전보蘿軒變古箋譜>
전보箋譜는 편지지 도안집으로 오발상吳發祥(1578년 생)이 1626년에 남경에서 제작한  현존하는 체게적인 최초의 채색시전지이며, 최초의 칼라인쇄물이다.

십죽재화보와 전보
1627년에 호정언에 의해 간행된 십죽재서화보(十竹齋書畵譜)는 중국판화사에서 최고봉이며 판화제작기술에서 한 시대의 획을 긋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1644년에는 십죽재전보가 제작되어 시전지의 새로운 지평을 열렸다. 조선의 선비와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개자원화보
청 강희 18년 (1679)에 남경에서 『개자원화보(芥子園畵譜)』 초집(初集) 전 5책이 간행되었다.
책명은 남경의 명사 심심우(沈心友)의 정원 이름에서 따왔고, 이어(李漁)가 서문을 썼으며, 금릉파 화가인 왕개(王槪)가 심씨가 소장해온 명말의 화가 이유방(李流芳)의 화보를 증보하여 밑그림을 그렸다.

『개자원화보(芥子園畵譜)』 초집은 최초의 본격적인 산수화보로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여러 차례 중판되었다. 강희 40년(1701)에는 초집에 이어서 사군자인 매 난 국 죽의 각 화보를 정리한 『개자원화보(芥子園畵譜)』제2집과 초충 영모 화훼화보인 제3집은 왕개와 그 형제인 왕시(王蓍), 왕얼(王臬)이 함께 편찬하였다.
개자원화보 2집 3집은 화조화보라는 장르를 넘어 청 왕조의 다색중쇄 판화의 점점을 이룬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다. 고판화박물관 소장 개자원화전 초집은  조선시대 전래된 작품으로
초간본으로 평가 받는 귀한 자료이다. 조선시대 화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시전지의  시대별 유형
16C -17C  글씨 쓰기 용이하게 죽편이 연결된 죽책 문양 시전지가 유행하였다.
17C 중반부터 죽책문양이 사라지고 종이의 한쪽에 작은 문양이나 문구가 새겨진  형태로 18C  후반까지 사용하다가  청나라 시전지의 유입으로 종이의 크기가 작아지고 규격화되면서  다양한 색상의 종이에 화려한 문양이 찍힌 시전지가  유행하였다.

청나라 시전지를 사랑했던 조선 선비

자하, 신위, 추사 김정희 우선 이상적 등 북학파 학자들이 청나라 학자들과 교류하면서  청나라에서 들어온 시전지에 즐겨 시와 글씨를 썼으며,  하지사, 동지사  사행을 통해 북경 유리창등지의 시전지 판매상에서 구입되어  선비들이 사용하기도 하였다.
19세기 후반 조선에서 화상(華商)의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조선 왕실이 청국에서 제작한 시전지를 수입하였으며 조선 왕실에서 사용한 시전지(詩箋紙)는 40장씩 2묶음이 전갑(箋匣)에 들어있고 시전(詩箋) 봉투는 40장짜리 1묶음이 들어있다.

시전지 문양(文樣)의 소재는 화초(花草)와 과채(果菜) 문양,물고기와 기러기의 어안(魚雁) 문양,시구(詩句)에 등장하는 인물,눈에 담고싶은 명소의 산수,희귀한 고대 유물의 명문(銘文),다기(茶器),서책(書冊),악기,전서(篆書) 문자이다.

한관장: 현대에 와서는 발굴도 중요하지만 수집이 중요하다. 아날로그를 디지털화해서 후대에 기록으로 남겨 놓을 수 있으므로
*고궁박물관에 조선조 시전지가 다량으로 남아있다.
*선조들이 가장 사랑한 문양은 난초문양 시전지
*청나라의 특징은 줄이 많이 들어갔다. 그리고 봉투에도 문양을 많이 썼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시전지를 선물용으로 많이 사용했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아있다.(대원군에게 보내는 편지)
*중국의 화려한 시전지는 청후기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특히 고판화박물관에서는 1903년도 중국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것을 3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글쓰기 민망할 정도로 아름다운 시전지
*중국의 불화문양 시전지는 유명한 스님들의 글과 그림이 들어있다.(쓰여져 있다.)
*일본의 목판화 봉투의 경우 종류를 보면 일본도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박물관은 많이 소장 못함.
*일본의 연애편지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히 에도시대 보다 대정시대에 더 아름다운 시전지가 많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