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故 이호철 영결식 엄수 "한국문학 역사 몸으로 실천하셨다"
소설가 故 이호철 영결식 엄수 "한국문학 역사 몸으로 실천하셨다"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6.09.21 1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단의 비극과 월남한 이들의 애환 담은 소설 남겨,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 안장

지난 18일 향년 84세를 일기로 타계한 소설가 이호철의 영결식이 20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은 대한민국예술원,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한국소설가협회 등 5개 단체가 함께하는 '대한민국문학인장'으로 치러졌으며 문인과 지인, 유족 등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 20일 엄수된 소설가 故 이호철의 영결식

장례위원장을 맡은 소설가 최일남은 "이호철 선생은 한국문학의 역사를 몸으로 실천하신 분"이라고 평하면서 "내일 민주화운동을 하신 분들과 함께 묻히는데 고향은 못 가시더라도 의미있는 장소에서 우리를 생각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박충훈은 조사를 통해 "민족의 통일이 선생님의 지상 과제였지만 결국 '통일'이라는 큰 산을 넘지 못했다. 이 산은 남아있는 사람들이 기필코 넘겠다"면서 "선생님의 족적은 영원히 가시지 않을 것이며 남기신 문학은 통일이 될 때까지 더욱 빛날 것"이라고 밝혔다.

1932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이호철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으로 동원되었다가 국군의 포로가 되었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뒤 홀로 남으로 내려와 견습공, 미군부대 경비원 등을 하며 소설 습작에 몰두했고 1955년 단편소설 <탈향>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1961년 남북 젊은이간의 미묘한 대화를 통해 민족 분단의 비극을 표현한 단편 <판문점>을 발표했고 <소시민>, <서울은 만원이다>, <퇴역 선임하사>등 분단의 비극과 월남한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소설들을 남겼다.

특히 1964년 '세대'에 연재한 소설 <소시민>은 한국전쟁 당시 부산을 배경으로 다양한 인간들의 삶을 섬세하게 드러내며 호평을 받았고 이로 인해 '소시민'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 많은 문인들이 故 이호철을 추모했다

고인은 70년대 유신헌법 개헌 반대 서명을 주도했다가 1974년 '문인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렀고 1979년에는 '위장 결혼식 사건'으로 또다시 옥고를 치르는 등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최근까지도 그는 2001년 소설집 <이산타령 친족타령>, 2011년 소설집 <가는 세월과 흐르는 사람들>, 2013년 <판문점> 속편을 출간하는 등 작품 활동과 더불어 통일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으나 지난 6월부터 뇌종양으로 투병하던 중 병세가 악화되면서 18일 오후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유해는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 안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