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장단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창극 '오르페오전'
우리 장단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창극 '오르페오전'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09.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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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배우들의 열창과 원형 무대의 새로움 인상적, '지루함 극복'이라는 숙제 남겨

23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국립창극단 <오르페오전>은 지난해 <적벽가>에 이어 국립창극단과 오페라 연출가 이소영이 다시 힘을 합쳐 만든 작품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오페라로 잘 알려진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우리의 창극으로 새롭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아왔다. 제목이 <오르페우스>가 아닌 <오르페오전(傳)>이라는 점에서 이미 그 의도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오르페오전>의 두 주인공 이소연과 김준수 (사진제공=국립극장)

이소영 연출가와 국립창극단은 "'한국의 오페라'인 창극의 외연 확장을 추구하고 완성도 높은 우리 고유의 대형 음악극 레퍼토리를 개발한다는 것"이라고 작품에 임하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두 주인공인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각각 '올페'와 '애울'이라는 우리식 이름으로 바뀌고 방패연의 형상을 한 무대와 무대 중앙의 원형무대가 새로움을 주며 두 젊은 주인공이 우리 고유의 의상이 아닌 흰 와이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무대에 오르는 모습 또한 신선하게 다가온다.

▲ 원형 무대가 보여주는 새로움은 <오르페오전>의 또다른 볼거리다 (사진제공=국립극장)

지난 20일 프레스콜을 통해 공개된 <오르페오전>의 가장 큰 장점은 판소리 장단이 우리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잘 표현한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는 데 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게 들릴 수 있지만 조금씩 그 어색함은 장단이 우리의 감정을 너무나 콕콕 잘 집어낸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다. 당연하면서도 몰랐던 진실. 우리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한 음악은 결국 우리 음악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특히 애울의 죽음을 슬퍼하며 저승으로 가고 싶어하는 올페의 한탄은 '애끓는 정서'를 직접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 장단의 힘이라는 것을 다시 일깨워준다. '동양의 오페라'를 꿈꾸는 작품의 시도는 일단 합격점을 줄 만하다.

물론 여기에는 배우들의 열창도 한몫을 한다. 프레스콜에서는 김준수가 올페로 등장했는데 주인공의 감정을 살리는 절창이 인상적이었으며 단독으로 애울 역을 맡은 이소연은 왜 그가 국립창극단의 대표 연기자인지, 왜 그만이 '애울'을 연기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해보인다. 참고로 올페 역은 김준수와 유태평양의 더블 캐스팅으로 구성됐다. 

▲ 올페가 들려주는 절창은 우리 특유의 '애끓음'을 직접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사진제공=국립극장)

원형 회전 무대가 보여주는 혼란과 안정, 장례 행렬과 합창이 어우러지는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도 올페가 절절한 마음으로 피리를 부는 장면은 <오르페오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특히 올페가 피리를 불면서 땅과 하늘이 빗장을 풀고 마침내 올페가 애울이 있는 저승으로 가게 되는 장면은 절실함이 묻어나는 피리 소리와 혼란스러우면서도 화려한 무대가 조화를 이루면서 멋진 클라이막스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하이라이트 장면을 위주로 한 프레스콜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이 느껴지는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장단을 맞추는 재미가 있기는 하지만 계속 비슷한 장단이 이어지다보니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 부분이 종종 나오게 된다. 자칫 일반인들이 '창극은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드는 게 사실이다.

창극이 좀 더 일반인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약간의 재미난 에피소드나 감초 역할을 하는 인물의 등장이 있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오르페오전>은 9월 23일부터 2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