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의 일본속으로][New Book]『성심교린 (誠心交隣)』의 한일교류로 국제사회의 Role model로 거듭나기
[이수경의 일본속으로][New Book]『성심교린 (誠心交隣)』의 한일교류로 국제사회의 Role model로 거듭나기
  •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 승인 2016.09.24 1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민사회교류 통한 양국간 발전적 미래 모색해야“ 한일 석학들 과거 청산 위한 진솔한 한일관계 담론 형성
.▲『성심교린에 살다 (誠心交隣に生きる)』(東京、合同出版社,240p/1,800엔) 편저자, Korea 연구실 대표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상대를 속이지 않고 성실하며 올곧은 마음으로 이웃과 교류를 하는 자세’가 21세기 글로벌 사회의 외교적 태도이다. 그런 성심과 신의로 이웃과 대화하며 서로 다가서고 어우러지기를 통한 신뢰관계가 구축이 되어야만 미래지향적인 파트너쉽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고, 서로가 보이는 행동을 믿고 함께 시대를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한일 관계는 일부의 양심불량과 모순적인 태도 땜에 불편하고 경직된 불신 관계 속에 이어져왔다. 인터넷 보급과 더불어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 하려는 짜깁기 정보가 범람하는 가운데 혐한 반일의 움직임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런 내용을 확인 작업도 없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며 마치 그 내용들이 진실인양 왜곡하고 오해하며 소통보다 유리벽을 쌓는 경향 땜에 고심을 해야 했다.

게다가  헤이트 스피치의 횡포로 동포들의 생활권이 타격을 받기에 학부의 신입생들에게 한국 및 재일동포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혐한 인식이 적지 않게 나왔다. 특히 내가 접하는 학생들도 편견이 많은 것을 고민하다가 한일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한일관계의 현실과 향후의 진취적인 방향을 논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기탄없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게 필요하겠다는 결론을 얻는다.

BOA, Korea 연구실, 동북아역사재단 공동 주최 ‘한일지식인 대화의 장’ 에서 발표된 내용 기초로 책 출간.

그래서 교육계 원로이신BOA(아시아 세미나 하우스)의 권오정 이사장님과, 동갑내기로 우리 학교 동창회 회장이신 와시야마 야스히코 전 총장님께 제안을 드렸다. 두 분 역시 한일 우호관계를 강하게 원하시는 분들이라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규모로 대화의 장을 만들어 다양한 측면에서 한일관계개선의 해법을 논의해 보자고 하여 필자가 기획을 맡게 되었다.

BOA와 필자가 대표인 Korea연구실, 동북아역사재단이 공동개최를 하게 되었고, 취지를 이해한 마루스기 기업과 민단중앙본부의 후원으로 2015년 9월18일 ‘한일 지식인 대화의 장’ 개최하게 된 것이다.

▲와시야마 야스히코 전 도쿄가쿠게이대학 총장(좌)와 BOA(아시아 세미나 하우스)의 권오정 이사장(우).

처음엔 위안부 문제로 알려진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수상을 기조강연자로 모시려 했으나 우리학교 집행부에서는 우익들의 반발에 대응을 못 한다는 이유로 대화의 장 행사 자체에 부정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위안부문제만이 아닌 94년간 그가 살아 온 이 동아시아 평화 공생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었으나 우익들 공세를 염두에 두는 그들의 태도가 현저했고, 필자로서는 행사의 개최가 중요했던 만큼 무의미한 실랑이로 기력 낭비를 할 상황도 아니라는 판단에 이르렀다.

조선주차헌병사령부 초대사령관 아카시 모토지로 손자이자 현 일본천황의 죽마고우인 아카시모토츠구씨 흔쾌히 참석, 한일관계 위한 허심탄회한 발언 이어져

무엇보다 이미 한일 양국의 교육학, 언론학, 역사학, 국제정치학, 법조계 등의 전문가로 프로그램은 형성되었고, 일단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얘기해보자는 컨셉이었기에 나는 아카시 모토츠구씨께  한일관계 행사에 오실 수 없냐고 연락을 드렸다.

한일근대사에서 양국간의 첫단추를 잘못 끼우게 만든 장본인 조선주차헌병사령부 초대사령관 아카시 모토지로(明石元二郎)의 손주이자 현 일본천황의 죽마고우인 아카시씨가 82년간의 삶을 통해 생각한 한일 관계를 듣고 싶기도 했다.

필자는 항일의병 탄압과 헌병경찰제를 도입하며 무력통치 체제화를 만든 아카시 모토지로와 의병장 왕산 허위와의 관계 및 의병 연구를 위해 그 댁에 자주 다녔고, 아카시댁 소장의 귀중 사료들을 접하며 근대사를 서로의 입장에서 의견을 나눠왔다. 아카시 모토지로가 타이완총독을 지냈던 관계로 타이완에는 자주 왕래를 하지만 한국관계 행사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에게는 각계 전문가가 모여서 한일관계를 논하는 이 행사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었으리라.

육군대장 아카시 모토지로의 손주로서 어릴 때 부터 황태자의 친구로 커 온 그는 여느 귀족들처럼 유치원부터 가쿠슈인을 다녔는데, 영친왕 아들 이구 황태자의 후배로서 규범적이던 그의 학교 생활을 좋은 기억으로 회자하고 있었다. 이번 행사 취지를 얘기하자 망설임 없이 흔쾌히 참가를 표명했고, 결론적으로 이 행사는 그야말로 모이기 쉽지 않은 멤버로 구성된 행사가 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을 봤는지 학교 집행부도 처음 반응과는 달리 별다른 말이 없었다.

▲일제시대 육군대장인 아카시 모토지로의 손자 아카시 모투츠구씨가 할아버지의 잘못을 시인하고 미래의 평화적 한일관계 구축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모토츠구씨 “할아버지 아카시 모토지로는 한국에 나쁜짓을 상당히 했고, 한반도 식민지화 장본인 이었다” 고백, “과거 넘어 미래의 한일 관계 위해 노력해 주길 간절히 바라”

오공태 민단장이 한일정상화와 더불어 유상무상 차관 5억달러의 배경에는 재일동포들이 지불했던 세금의 존재도 있었음을 경험담과 더불어 토로했다.그 뒤를 이은 아카시씨는 그의 할아버지 아카시 모토지로가 한국에 나쁜 짓을 상당히 한 사람이었고, 한반도를 간단히 식민지화한 장본인이었음을 표명하며 과거를 넘어서 미래를 갈 수 있는 한일 양국 관계를 형성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인사말을 하였다.

그는 행사 참가 후, 필자에게 앞으로 한일관계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다는 편지를 주셨다. 그런 내용들을 포함하여 그 날 행사에 참가했던 각 전문가들의 발표 내용을 수정하고, 와시야마・권오정・이수경의 가필과 더불어 왕산 허위에 관련된 논문 등을 묶어서 출판한 것이『성심교린에 살다 (誠心交隣に生きる)』(東京、合同出版社/,240p/1,800엔)이다.

행사를 기획했던 필자가 편저를 하였고, BOA의 권오정 이사장과 도쿄가쿠게이대학 와시야마 야스히코 전 총장이 감수를 맡았으며, 마루스기 주식회사의 스기모리 도시오(杉森敏夫) 사장 지원으로 출판하게 되었다.

'성심교린' 한일간 평화위해 고심해 왔던 유학자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의 전략적 지혜책 성심교린서 따와, "어떤 상황에서도 싸우지 않고 '문화교류'로 성의 어린 교류해야" 의미 담아

▲한일간 평화공존을 모색한 '한일지식인 대회'의 주제발표 등이 담긴 『성심교린에 살다 (誠心交隣に生きる)』(東京、合同出版社/,240p/1,800엔) 책표지.

책 제목은 조선통신사를 강의하며 대학원생들과 츠시마(대마도)답사를 해왔던 필자가 한일간의 외교 조절에 고심해 왔던 유학자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의 전략적 지혜책인 성심교린(誠心交隣)을 제안했고, 감수자 두 분도 찬성을 해 주셨다. 고래 사이에서 생존해야 했던 새우의 입장이라면 너무 비약적일까?

하지만 츠시마번은 어떻게든 양국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평화적 삶터를 지키기위해 아메노모리 호슈는 어떤 상황에서도 싸우지 않으며 성의어린 교류를 해나가야 한다는 문화교류책을 주장하였다. 이웃나라의 숙명을 되새기며 誠心交隣의 자세를 관철하는 것이 21세기 지구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와시야마 전 도쿄가쿠게이 대학 총장 “국가와 사회가 일체화 할 때 국가가 폭주 전쟁 일으켜, 시민교류 통해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발전 도모해야”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와시야마 전 도쿄가쿠게이대학 총장.

책 서문은 감수를 맡은 와시야마 전총장이 헤겔의 국가론을 인용하며, 정치적 국가와 시민사회의 2원적 분열을 근대의 특징으로 지적하고, 사회와 국가가 일체화 할 때 국가가 폭주하여 전쟁전의 일본처럼 나라를 멸망으로 이끌게 되므로 입헌주의의 헌법에 의한 사회적 측면에서 국가에 대한 규제를 하며 시민교류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논하고 있다.

그리고 시민 교류를 통해 분화의 융합과 창조를 축으로 한 우호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2세션 중의 1세션에서 발표한 한국교원대의 허수미 교수가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교육에 대한 예로, 모두가 혐한 반일 교육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인식을 제대로 하며 그 틀을 넘어설 수 있는 교육 방법도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소장의 교육학자로 알려진 와타나베 다츠야(渡部竜也)도쿄가쿠게이대 교수는 미국교육학 수용이 다른 일한 교육학연구문화의 차이에 대해서 발표한 것을 정리하고 있다.

정치학자로 알려진 야마구치현립대의 이자오 도미오(井竿富雄)교수는 대립과 대화의 뒷편에 어떤 상황이 있는지, 한일 양국관계의 최근의 불편한 현실과 해법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김관원 연구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구제에 대해서 조속히 대응을 해야 하는 이유와 현재 상황에 대해 지적하며, 향후의 해법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지식인의 대화'에서 동북아역사재단 김관원 연구원의 발언에 앞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하고 있다.

2세션에서는 한국국민으로서의 속성을 가진 존재로서의 재일코리언을 논하는 한편,  재일동포의 한국에서의 현재 상황이 어떠한지를 상세히 보고했는데, 그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재일동포인 은융기 변호사가 한일관계의 발전적 과제와 전망에 대해 논하며, 갈등과 대립을 넘어서서 새로운 협력과 성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권력에 저항하며 적극적인 한일우호관계를 주장했던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이종국 연구원은 한일관계에 있어서의 협력과 갈등 상황에 대하여 분석하고 있고, 류코쿠대학의 시미즈 고스케(清水耕介)교수는 한일관계에 있어서의 존재론과 문화에 대하여 지론을 논하고 있다.

한편 참가자들 속에서는 영토문제로 널리 알려진 홋카이도대학의 이와시타 아키히로(岩下明裕)교수가 한일관계의 점진적 우호관계의 현실 직시와 더불어 향후의 발전적인 한일관계에 대한 의견을 전하고 있고, 니카타산업대 김광림 교수와 전북대학교 김영필 교수 등이 한일관계의 개선을 위한 다가서기 방법과 구체적인 대화 시도에 대해 논하고 있다.

재일동포2세인 오문자씨는 처음으로 재일동포 여성동인지 『봉선화』를 창간했던 인물로서 조국의 분단에 의해 둘로 나눠지게 된 복잡한 재일동포사회의 현실을 염려하고 있고, 도서신문사의 다치하라 쇼이치(立原省一) 편집장 및 열린사이버대학의 송승희 교수는 한일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든 역사문제를 어떻게든 평화적인 해결로 이어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라도 진정한 상호 이해를 위한 기반을 시민교류로 구축시켜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권오정  BOA 이사장 “위안부 문제 본질은 두 번 다시 희생자를 만들지 않도록 국경 초월한 인권제도장치 필요”

총괄로는 BOA의 권오정 이사장이 최근의 외교문제가 되고 있는 위안부 문제를 사례로 들며, 양국의 접근 방법과 위안부 피해자들의 개인적 인권 의식의 결여, 국민을 지키지 못한 국가의 책임 문제를 논하고 있다. 또한, 위안부 문제의 본질성은 두 번 다시 희생자를 만드는 일이 없도록 반복되지 않는 인권보호장치를 설치하여 국경을 초월한 인류보편의 최고 가치(인권)의 추구임을 강조하고, 문제 해결을 내건 잘못 된 방향의 장사꾼 같은 견해와 행위에 일갈을 가하며 지식인의 사회적 시대적 역할의 중요성의 역설로 매듭짓고 있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지식인 대화의 장'에 참여한 양국 학자와 관련자들.

항일의병 허위 체포 전후 상황 통해 대한제국이 일본에 넘어간 상황 살펴 볼 수 있어

이 책 마지막에는 아카시 모토지로가 이토 히로부미에게 목숨만은 살려야 한다고 구명했던 의병대장 허위의 체포 전후의 상황을 통해 대한제국이 어떻게 일본에 넘어갔는지, 각 지역의 항일의병들에 대한 일본측 움직임이 어떠했는지 등을 일본왕궁의 서릉부 등에서 입수한 사료 및 자료들을 활용하여 논한 필자의 논문이 부록으로 실려 있어서, 당시 아카시 모토지로의 조선 부임 전후의 시대적 상황 및 의병들의 움직임 등을 엿볼 수 있다.

한일관계가 불편한 관계라지만 작년의 방일 관광객은 400만명을 넘고 있다. 분명 과거의 얼어붙은 듯한 한일 관계가 아니라 문화교류, 시민교류가 이뤄지는 가운데 역사문제 등에서 파생되는 모순적 걸림돌로 인해 민감한 거리감이 만들어졌다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한일관계의 보다 건전한 개선방안을 위해 시민문화적 차원에서 한일관계를 재조명하고, 아래에서부터의 관계 모색의 해법을 찾으려하는 의도에서 개최된‘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지식인 대화의 장’에서 제시된 내용은 물론, 다양한 참가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가필, 편집하여 한국과 일본의 현재 관계를 다각도로 비추고 있다.

이 책에서 보이는 ‘서로 다가서기’에 대한 접근방법의 다양한 제시를 통해 우리는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고, 엉켜진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지혜란 무엇인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