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사진상, “상의 권위 위해 명망 있는 친구를 천거했다”
최민식 사진상, “상의 권위 위해 명망 있는 친구를 천거했다”
  • 조문호 사진가
  • 승인 2016.09.2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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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심사 의혹 매듭짓기 위한 토론회 열렸으나 사진인들 분노만 사
▲조문호 사진가

일 년 넘게 끌어 온 최민식사진상 부정심사 의혹 문제를 매듭 짓기 위한 “최민식사진상을 말하다”라는 토론회가 열렸으나, 매듭은커녕 사진인들의 분노만 샀다.

다큐사진가 석재현씨의 사회아래, 이상일 당시 운영위원장과 정주하 심사위원장, 그리고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싸워 온 이광수 사진비평가와 ‘눈빛출판사’이규상대표가 패널로 자리했다.

그런데 수상작에 반대의견을 낸 송수정씨는 물론 다른 심사위원들은 왜 부르지 않았을까? 특히 심사위원이었던 이갑철씨는 1회 수상자로서 2회 수상자 최광호씨와 아주 가까운 사이다. 그 심사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불러내어 의혹을 푸는 것이 당연하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제2회 최민식사진상을 최광호씨에게 주기 위해 운영위원장인 이상일씨가 공모요강까지 변칙적으로 바꾸어가며 주도면밀하게 준비한 것이 드러났다. 공모요강에서 인본주의와 사회정의를 추구한 '최민식선생의 사진철학을 지향한다는 공모 목표를 삭제했고 '미발표작'으로 제한한 규정도 삭제했다. 이 두 가지를 삭제하고도 아무런 공지도 하지 않았다.

최광호씨 사진은 기 발표작인데다, 최민식선생의 사진철학과는 전혀 동 떨어졌으니, 어찌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 하지 않겠는가?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볼 수 없는 최광호씨의 ‘천제’라는 출품작에 대한 평가는 잘 알려진 사실처럼, 내세울 만한 사진이 아니다. 심지어 ‘천제’라는 출품작 제목의 한자까지 틀려 ‘천제’에 대한 정확한 뜻도 모른다는 의혹까지 샀다. 이처럼 문제투성이 작품을 밀어 붙인 것이 부정심사가 아니고 도대체 무어라 말인가?

당시 운영위원장인 이상일씨는 최민식상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최민식 사진 철학이나 심사 기준보다 명망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 옳다고 했다. 작품보다 출품자의 유명세가 권위를 세워준다는 이런 말도 되지 않는 논리가 어디 있나? 그래서 가난한 친구인 최광호씨를 지지했다는 이상일씨 발언 자체가 부정심사임을 스스로 밝힌 처사다. 그리고 이상일씨 스스로 독주한 사실들을 자랑처럼 늘어놓았다. 반성이나 사죄의 기색은커녕, 야유 섞인 웃음만 흘렸다.

여러 사람들이 사과를 권했으나, 끝까지 변명과 자기자랑만 하다 사과 한 마디 없이 끝냈다.

이것은 출품자는 물론 우리나라 전체 사진인을 능멸한 처사다. 오죽하면 이 사진상의 문제를 제기한 이광수교수가 사진인들에게 대신 사과했을까?

사실, ‘팔이 안으로 굽 는다’는 말처럼 이왕이면 가까운 사람에게 상을 주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 문제에서는 대부분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공모전이나 각종 시상의 운영시스템 자체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해왔다.

훌륭한 원로나 중진에겐 돈보다 명예를, 열심히 현장에 매달리는 가난한 작가에게는 조그만 지원금이라도 나누어 주는 실질적인 사진상이 필요한 것이다. 제도적 개선이 더 시급했던 사진상이라, 이 문제의 핵심인 이상일씨의 사과로 화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상은 한참 빗나갔다.

먼저, 우리나라 사진판에 끼리끼리 나누어 먹는 관행은 원로사진가들이 먼저 만들었다. 지금 문제가 되는 비리들도 선생들께서 만들어 놓은 구태를 직계 제자들이 이어받아, 돌려 먹은 것이다. 이런 일이 터졌으면 진작에 제자들을 불러 타이르거나 이런 공론의 자리라도 나오시어 발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충언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데, 아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셨다. 하기야, 무슨 면목으로 나서겠냐마는, 그래도 나서야 했다. 대선배로서 사진계 발전에 앞서, 사회정의를 위해...

이제 시상주체였던 ‘협성문화재단’도 ‘얼씨구나’하며 '최민식사진상' 폐지로 막을 내렸으니, 저승에 계신 최민식 선생을 만나 뵐 면목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