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협회, 미술대전 수상작 몰래 빼돌린 의혹 있다"
"한국미술협회, 미술대전 수상작 몰래 빼돌린 의혹 있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09.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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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한국미술정책연구원장 "수장고 있어야 할 작품이 반출, 미협 찾으려는 생각 없어"

한국미술협회(미협)가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및 최우수상 작품을 '분실'했다고 하면서 작품회수가 되지 않아 수상작을 몰래 빼돌려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린 '한국미술의 미래, 원로에게 길을 묻다' 간담회에서 이제훈 한국미술정책연구원장은 "미협이 지난 2006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수상한 2점의 작품이 분실됐다고 했는데 수장고에 있어야 할 작품이 어떻게 반출됐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미협 측이 수상작을 가지고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한국미술협회의 '수상작 분실 의혹'을 제기한 이제훈 원장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및 최우수상 수상작 사라져

이날 이제훈 원장이 공개한 '대한민국미술대전 작품 분실관련 세부내용'을 보면 지난 2009년 한국미술협회 사무실이 옮겨지면서 예총회관으로 모든 작품이 이동하던 중 7편의 작품이 사라졌고 이 중 5편은 돌려받았지만 나머지 2작품은 여전히 분실된 상태다. 

분실된 작품은 2006년 제27회 대한민국미술대전 가을전시(구상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전호성 作 <JAZZ STORY>와 같은 해 봄전시(비구상부문) 대상을 받은 고석원 作 <도킹>이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상작의 경우 2007년까지는 안국동에 위치한 정책연구소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으나 2008년 정책연구소가 낙원동으로 이사하면서 같이 이동했고 2009년 한국미술협회 사무실이 이전하면서 미협 사무실이 있었던 예총회관을 작품 수장고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정책연구소 철수와 함께 예총으로 작품이 이동되던 중 총 7편의 분실 사실이 확인됐다.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분실이 확인된 후 미협 측이 당시 정책연구소에 근무했던 직원에게 연락한 결과 "정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작품 반출시 인수증을 받은 기억이 있다"는 답을 받았고 추후 확인 결과 당시 대외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던 C씨가 갤러리 개관전 목적으로 작품을 대여 인수했음이 확인됐다.

미협 측은 컴퓨터에서 당시 작성된 인수증 파일을 발견하고 C씨에게 상황 설명을 요청했지만 C씨는 폭언과 함께 "모른다"는 입장만 밝혔고 이후 N 전 이사장이 C씨가 작품을 인수하게 된 정황을 설명한 뒤 C씨와 직접 만남 및 통화로 작품을 찾으려했지만 C씨는 협조하지 않았다.

이후 2010년 미협 집행부가 바뀐 뒤 N 전 이사장은 C씨의 개인사무실을 방문해 전시되어 있던 조각작품과 미술작품 5편을 돌려받았으나 이후 C씨가 협회를 그만두면서 나머지 두 작품의 회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건의 내용이다.

이제훈 원장은 "수장고에 있어야 할 대상, 최우수상 작품들이 반출된 경위가 의심스럽다. 전시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집행부의 결제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라면서 "수상작들이 엄청난 가격에 거래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미협이 분실된 작품을 찾는 데 무성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작품을 팔아 이득을 챙긴 것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또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초부터 현 조강훈 미협 이사장 앞으로 공개질의서 및 정보공개요청서 등을 보내며 답변을 요구했지만 미협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 집행부가 의혹을 덮고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 '한국 미술의 미래, 원로에게 길을 묻다'에 참석한 원로 작가들

의혹이 제기되고 미협 측의 답변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미술 원로들은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고 현 집행부를 고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보여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미협에 관리 책임을 물을 것을 박수로 추인했다.

특히 몇몇 원로는 "지체하지 말고 당장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언론 및 사법기관에 이 사실을 알려야할 것"이라면서 빠른 처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제훈 원장은 "조심스럽지만 지금 의혹을 제기한 것은 미협이 바로 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한 것이지,  미협을 거꾸려뜨리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며 "원로분들의 의견을 들었으니 신중히 생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원로 작가들의 의견 청취한 '한국미술의 미래, 원로에게 길을 묻다'

한편 이날 열린 '한국미술의 미래, 원로에게 길을 묻다'는 최근 대작 및 위작 논란, 대한민국미술대전 부정 의혹, 미술협회장 선거 금품 의혹 및 이사직 매관매직 의혹 등으로 위기에 처한 미술계를 살리기 위한 조언을 원로 화가들에게 구하기위해 한국미술정책연구원이 주최한 것으로 지난달 8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렸다.

한국미술정책연구원 측은 "미술협회의 개혁을 이루려면 이사장을 고위직 관료 출신 등 외부 인사를 추대해 영입하고 법인세 인정 상한액을 500만원에서 0.1~0.01%(1년 54억~540억원)까지 적용하는 한시법을 3~5년으로 개정해야 한다"면서 미술계 인사들이 사욕을 버려아한다고 밝히고 있다.

원로들은 두 차례 간담회를 통해 부정의 온상들을 없애야한다는 것에 동의하면서 *미술인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 *이사장을 선거가 아닌 외부 인사 추대로 선출 *원로들이 심사를 하는 새로운 미술대전의 신설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현재의 미협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모습을 돌아봐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며 미협 개혁 작업에 미술협회장 예비후보들을 포함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엇갈린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예비후보자들을 설득해 힘을 합쳐 외부 인사를 영입하자'는 의견과 '예비후보들은 이미 이 문제에 관심이 없기에 배제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대조를 이뤘다.

▲ 이강소 작가는 동영상을 통해 고견을 들려줬다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한 원로 작가들은 영상 메시지로 고견을 전했다. 

이강소 작가는 "70년대 현대미술을 했을 때는 지역이나 학연 관계없이 모두 하나가 됐다. 그것이 대단한 경험이었다"면서 "미협이 미술계의 이익을 장악하는 단체가 되고 있다.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라"고 밝혔다.

성능경 작가는 "수익사업을 하는 것은 좋지만 수익은 화가들에게 돌아가야지 미협이 맘대로 쓰려하면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횡령이고 범죄"라며 미협을 비판했다. 

김구림 작가는 "협회라는 조직이 허수아비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미술 및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모두 힘을 합해야한다. 자기 욕심만 채우지 말고 협력해서 목표를 이루어야한다"며 미술인들의 단합을 촉구했다.

이제훈 원장은 "많은 부분이 부족했음에도 고견과 쓴소리를 해주신 원로 작가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도 미술계 발전을 위해 원로 작가들의 고견을 수시로 들으며 화가들을 설득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