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홀트 메스너 "산은 정복하는 것 아닌 자신을 탐구하고 내면 성찰 위한 것"
라인홀트 메스너 "산은 정복하는 것 아닌 자신을 탐구하고 내면 성찰 위한 것"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10.04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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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세계산악영화제 개막에 맞춰 첫 방한 "관광 개발은 최소화, 산은 산악인에게"

제1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을 꼽으라면 영화제를 맞아 한국을 처음 방문한 '산악인의 전설' 라인홀트 메스너라고 할 수 있다.

1978년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성공했고 세계최초 7대륙 최고봉 무산소 완등, 남극 및 북극 탐험, 고비 사막 횡단, 그리고 히말라야 8천미터 14좌 모두 알파인 스타일로 오른 기록을 세운 인물. 일단 이것만으로도 메스너가 왜 전설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핸드프린팅을 한 라인홀트 메스너

그러나 메스너의 훌륭함은 단지 그가 기록을 세웠기에 나온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파트너이기도 한 남동생을 등반 중 잃기도 했고 무산소 등정을 시도했을 때는 '자살미수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 속에서도 그는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던 것을 해왔고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승리했다. 그리고 그는 박물관 6개를 만들고 각종 저술 활동과 강연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산악인이라면, 아니 산을 좋아하는 이라면 한번쯤 보고 싶었을 라인홀트 메스너가 한국에, 최초로 산악영화제가 열린다는 울주에 왔다. 그는 세계 3대 산악영화제 중 하나인 이탈리아 트렌토 산악영화제에 참여한 바 있고 "산악영화제는 알피니즘을 전하는 문화행사가 되어야한다"는 당부를 영화제에 전하기도 했다.

메스너는 지난달 29일 열린 개막식에 참석한 데 이어 30일 오전 기자회견, 오후에는 강의 및 책 사인회를 가졌다. 그의 강연은 전석이 매진됐다. 특히 산악인들과 등산 매니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에 띄었다. 메스너의 인기(?)가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정상 정복'이 아닌 성찰을 위해 산을 탄 사나이, 산악인이면서도 시인이자 철학자이기도 한 메스너가 울주에서 우리에게 전한 메시지를 여기에 소개한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길을 가는 이는 그냥 관광객"

나는 5살때부터 산에 올랐다. 물론 높은 산을 오른 것이 아니라 고향에 있는 산을 누비면서 시작했다. 내가 고향 산 중 가장 어려운 곳을 오른 게 20살 때였는데 그 때부터 좀 더 힘든 곳을 가고 싶다는 갈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과거를 극복해 도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일들을 해보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남동생을 조난으로 잃었고 나도 발가락 7개를 절단해야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몇 개월이 지나자 다시 산을 가고 싶었다.

히말라야 원정대에 참여하면서 원정대로 가는 방식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원정이 계속되면서 산에 대한 지식이 축적됐고 그러다보니 이제 대규모 원정대나 셰르파의 도움 없이 둘만의 등정을 생각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싶었다. 알피니스트는 항상 새로운 길을 추구하고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길을 가는 이는 절대 알피니스트가 아니다. 관광객일 뿐이다.

▲ 기자회견 중인 라인홀트 메스너

에베레스트을 알파인 스타일로 등반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알파인으로 올라가려면 산소통을 짊어질 수 없다. 지금은 산소통이 가벼워졌지만 그때만 해도 산소통 무게가 7kg 정도 됐다. 철로 만들어진대다 압력이 있어 무거웠다. 게다가 산소통을 짊어지면 헬퍼가 있어야하는데 이 또한 복잡했다. 산소통 없이 가기로 했다. 

당연히 누구도 못 올라간다고 반대했지만 1978년에 나섰다. 사실 정상까지는 확신하지 않았다. 단지 '최대한 높이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정상까지 올라갔다.

정상에 올라오자마자 바로 누웠다. 사실 정상에서는 무산소 등반 성공이 와닿지가 않았는데 산을 내려와 안전한 곳으로 가니 비로소 성공했다는 기쁨이 생기더라. 우리 안에 있는 약함과 절망감을 움직이고 의지력을 최고로 끌어올려야 했다.

알파인은 청정스타일이기도 하다. 단독으로 가면 장비가 많이 필요하지 않기에 쓰레기도 없다.

혼자서 산을 오르고 횡단을 한다는 것, 정말 고독하다. 사실 견디기 어렵다. 그러나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등정했을 때는 내 곁에 누군가가 함께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고독을 이겨내기 위해 단독 등정, 횡단을 계속했다.

그렇게 혼자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고독을 이겨내는 연습을 했다. 이는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과도 같다. 우리도 죽을 때는 혼자 죽지 않나. 고독을 물리치는 준비는 곧 죽음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등반은 철학이자 문화, 우리의 가능성 시험한다"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그렇기에 등반이 가능하다. 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다. 정복은 의미가 없다. 등반을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것이고 자신을 탐구하고 내면을 탐험하기 위한 것이다. 정상에 오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배우느냐가 중요하다. 

등반은 단순한 운동이나 스포츠가 아니라 철학이다. 행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등반 자체가 심오한 철학을 내포한다. 등반은 우리의 변화를 이끌면서 산과 인간의 관계를 맺게 만든다. 등산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며 극한에서 정상에 올라갔다가 내려와 돌아오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 라인홀트 메스너는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 히말라야 8천미터 14좌 등정 등 많은 기록을 이뤄낸 산악인이다 (사진제공=울주세계산악영화제)

인간은 유일하게 목숨을 뺏길 수 있는 활동을 추구하는 존재다. 그럼에도 등반을 하는 것은 위를 지향하려는 인간의 본능에 따른 자연스런 행동이다. 그 본능이 없었다면 우리는 석기 시대에 머물렀을 것이다.

어떤 이는 '올라가다 죽을 수도 있는데 왜 하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해내니 일반인들도 존중하게 된다. 위로 올라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으로 만들려는 집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지만 사실은 가능한 것을 해왔던 것 같다.

알피니스트는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인프라가 없는 곳을 가는 이가 바로 알피니스트다. 남이 만든 길을 가는 사람은 그냥 관광객이다. 솔직히 지금 에베레스트를 가는 사람들은 등반이 아닌 관광이다. 여러 베이스 캠프를 거치고 여러 명의 셰르파를 거느리고 많은 돈을 들여 에베레스트를 간다. 심지어 밧줄도 미리 연결되어 있다. 

이는 그냥 등산하는 것이지 알피니즘과 전혀 맞지 않는다. 불가능의 세계가 없어지면 등반도 없어진다. 젊은 산악인들에게는 인프라의 구축보다는 불가능을 시험하는 무대가 필요하다. 30대 때는 1년에 8개월은 히말라야에 있었는데 이제는 집에서 알피니즘을 생각하고 있다. 

"관광 개발은 최소 부분만, 나머지는 산악인들의 것이 되어야"

케이블카로 산에 가는 것? 물론 원칙적으로는 반대라지만 관광을 위해서는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관광을 위해서는 인프라가 필요한데 케이블카도 산 위에 오르고 싶은 사람이나 경치를 구경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필요할 것이다.

알프스의 경우 1600만의 사람들이 관광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산에 있는 이들은 농사를 짓거나 어떤 활동을 할 수 없다. 관광이 없었다면 이들은 굶어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등반과 관광은 구별되어야한다. 관광을 위한 부분은 산의 작은 부분에만 해당되어야한다. 나머지는 모두 산악인에게 줘야한다.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부분 내에서 관광 개발이 이루어져야지, 산악인의 자리를 뺏어가면서까지 하면 안 된다.

한국은 이 점을 분명히 생각해야한다. 알파인은 여전히 살아있으며 전통적 알피니즘 역시 여전히 살아있다. 이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통이 곧 미래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자연과 사람의 관계가 형성된다.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불교 신자가 아니냐는 질문을 하는데(그의 사진에는 부처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많다) 나는 모든 종교를 다 존중하는 사람이다. 불교는 사실 종교라기보다는 삶의 방식이라고 본다.

특히 환경에 순응하고 사람을 이해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자연을 해치지말아야한다는 부분도 있어 불교의 정신대로라면 산이 깨끗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불교에 긍정적이다.

"성공은 아무 것도 못 깨달아, 오히려 실패에서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 라인홀트 메스너의 사진에는 이 사진처럼 불상과 함께 한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사진제공=울주세계산악영화제)

나는 성공만 한 사람이 아니다. 나도 17번이나 정상에 오르지 못했고 많은 실수를 했다. 그러나 그 실패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실패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사실 성공하면 왜 성공했는지를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실패를 하면 왜 실패를 했는지를 알게 되고 더 성장한다. 그렇게 내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등반을 하면서 두려움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 나도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을 하면서 엄청난 두려움을 겪었다. 두려움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더 많은 훈련으로 더 많은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두려움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은 경험과 트레이닝, 그리고 시작하자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느 영국 시인이 한 말이 있다. '산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안에는 변화가 일어난다'. 그렇게 위험과 공포에 맞설 때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

나는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등반과 탐험을 통한 성찰을 생각하고 있다. 사람은 무엇보다도 내일, 그리고 향후 10년 후의 일을 생각해야한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과 산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스토리텔러의 역할을 지금 내가 하고 있는데 책으로도 알렸고 영화를 통해서도 알리려한다. 지금 제작 중인데 내년에 개봉이 됐으면 좋겠다. 그것이 나의 향후 10년 도전이다.


(이 기사 내용은 라인홀트 메스너의 기자회견과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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