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최악이 될 수 있었던 영화제, '참여와 초심'이 일으켰다
[기자의 눈] 최악이 될 수 있었던 영화제, '참여와 초심'이 일으켰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10.10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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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세계산악영화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모두 순항. 지적보다 격려를 하고 싶다

지난 9월 말과 10월 초는 영화제의 연속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시작된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지난달 30일 개막했고 올해로 18회를 맞이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그 전날인 29일에 개막했다. 그리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산국제영화제가 6일 만인의 우려를 딛고 개막해 15일까지 부산을 '영화의 바다'로 만들고 있다.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야 워낙 많은 이들이 이야기했기에 다 알 것이고,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역시 처음 열린다는 것, 그리고 '산악영화제'가 다른 영화제와 차별화를 보여줄 수 있을 지가 의문이었다. 지난해 영진위의 지원 중단으로 힘겨운 사투를 해야했던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또한 예산이 끊긴 상황에서 올해 제대로 영화제를 할 수 있을 지 의문과 우려가 많았다.

▲ 9월 말과 10월 초 사이에 열린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결과는 세 영화제 모두 자신들의 뜻을 이뤘고 또 이루고 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울주 군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산악인의 전설인 라인홀트 메스너의 등장, 그리고 영남알프스의 풍경이 어우러지며 울주의 새로운 축제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예산의 부족 속에서도 세계의 다양한 청소년 영화는 물론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영화들을 선보이며 18회의 전통을 계속 이어갔다.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도 마찬가지. 개막 전날 태풍 차바로 인해 해운대 BIFF 빌리지가 무너지고 많은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 독립성 보장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참석하지 않으면서 마지막까지 악재가 계속되는 듯 했지만 참석한 영화인들이 영화제 지지를 외치고 해외 영화인들도 부산영화제 지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스타는 비록 적으나 동지는 더 많아진' 영화제가 되고 있다.

즉 세 영화제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자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세 영화제가 보여준 공통점을 꼽으라면 바로 '참여의 힘', 그리고 '초심의 힘'이었다. 사실 이것은 어느 영화제, 어느 행사에나 다 적용이 되기에 어쩌면 당연한 답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칫 최악으로 떨어질 수 있었던 이 영화제들이 보란듯이 무사히 항해를 했다는 점에서 이 당연한 답을 다시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군민의 참여가 돋보인 울주세계산악영화제

▲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개막식과 개막작을 관람한 울주 군민들. 이들의 참여가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이끌었다

'산악영화제'라는 명칭을 달고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은 의아해했고 어떤 이들은 '거리도 멀고 영화제도 너무 많아'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지자체의 영화제들이 시작을 화려하게 했지만 결국 유야무야 사라지는 모습을 많이 봐왔기에 나올 수 있었던 예상.

그러나 단점들이 많이 부각될 뻔했던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울주 군민들의 참여와 '산'을 강조한 영화제 행사들을 통해 산악영화제의 색다름을 보여줄 수 있었다.

좋은 영화를 상영하는 것도 좋지만 그 이전에 지역 주민들의 흥미를 이끌어야한다는 영화제의 생각은 들어맞았다. 장대비가 내려 쌀쌀한 날씨 속에 개막식이 열렸지만 군민들은 개막식은 물론 개막작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영화 속으로 빠져들었다. 우의를 입고 한 자리에 앉아서.

울주 군민에게 영화제는 영화를 보는 행사가 아닌 하나의 '동네 축제'였던 것이다. 그 축제를 위해 차량 통제, 안내 등을 자원에서 맡은 군민들의 참여가 영화제에서 빛을 발했다.

예산 부족 속에서도 '초심'으로 기적 만든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어린이영화캠프. 청소년을 향한 초심이 예산 부족 속에서도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를 치르게 했다 (사진제공=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영화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꿈을 이루어주고픈 마음에서 시작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영진위의 지원 중단이 계속되며 올해 최악의 위기까지 예견됐지만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모이면서 어린이영화캠프 등 행사들을 치뤄내고 청소년이 만든 영화를 상영하고 영화를 만든 이들을 치하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원이 빈약해도 훌륭한 영화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영화제 측의 다짐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예산 문제 이전에 청소년들의 꿈을 키워주고 싶다는 강한 '초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국내 관객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 해외에서 '세계 3대 청소년영화제'로 부각되고 부산, 구로, 안양청소년영화제의 탄생을 가져온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의 '기적'은 초심을 유지하는 한 계속될 지도 모른다.  

해외 영화인들의 지지와 영화제의 초심의 시너지, 부산국제영화제

▲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종이로 구호를 외친 배우 김의성. 국내외 영화인들의 지지와 아시아 영화를 발굴하겠다는 초심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최악의 상황에서 건지고 있다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는 이 두 힘이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스타 배우들과 감독들의 불참, BIFF 라운지 붕괴로 인한 갑작스런 장소 변경과 이로 인한 무대인사 관객 감소, 예산의 축소로 인한 부대행사 축소 등으로 스타를 보러 온 관객들(그리고 연예매체 기자들)에게는 다소 맥빠진 영화제로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드카펫에서는 배우 김의성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지하는 내용이 적힌 종이를 펼쳐보였고 뉴 커런츠 심사위원인 베로 바이어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모든 영화제는 목소리를 높여야한다. 영화제는 자유를 유지해야한다"면서 영화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상일 감독, 배우 와타나베 켄 등 아시아 영화인들도 힘을 보태면서 국제적인 지지와 참여가 이어졌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아시아의 영화들과 이를 만든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한다'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심 또한 영화제를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화제를 강행한 것은 바로 이 영화제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했던 아시아의 신진 영화인들의 꿈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초심과 그 초심을 이해하는 국제 영화인들의 참여가 있었기에 부산국제영화제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순항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세히 파고들면 여러가지 단점들을 계속해서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의 단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참여의 힘을 더 보여주기를, 그리고 초심을 계속 유지하기를 기대하고 격려하는 것이 더 중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 영화제들은 알아야한다. 여러 단점을 덮어가며 유지하는 관객들의 기대감이 바로 빚이라는 것을. 그들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영화제를 계속 진행해야한다는 것을. 더 큰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슬기롭게 극복하는 영화제의 모습을 계속 볼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