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정치 선동으로 전락한 영화, 대중들은 피곤하다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정치 선동으로 전락한 영화, 대중들은 피곤하다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6.10.1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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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올 하반기 기대작이었던 영화 <밀정>은 예상대로 추석 극장가를 휩쓸었다.

<밀정>은 1920년대 황옥 경부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의열단 독립투사들의 무장 독립 활동 전말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영화는 출연진과 내용만으로도 천만 관객을 점칠 수 있을 정도로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천만 영화의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바로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모든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배우가 출연해 영화의 모객력을 높이고 소재에 대한 대중들의 사회적· 역사적 공감도도 높아야 한다.

다시 말해 40대 가장이 10대 자녀와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볼만한 영화라면 천만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이야기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일제 강점기 시대의 독립군 이야기는 위의 조건들을 충족하기에 부족함 없는 소재라 할 수 있다.

독립군 소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은 픽션의 옷을 입고 관객들을 만난다. 하지만 역사는 주관적 해석이라고 했던가? 역사적 사실 자체에도 주관적 해석이 붙는데, 픽션이 버무려진 역사 영화는 오죽할까? 그래서인지 역사 소재 영화는 늘 정치 선동으로 활용된다.

최근 개봉작 <덕혜옹주>와 <인천상륙작전>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영화는 천만 관객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각각 530만, 700만을 넘기며 흥행하였다. 하지만 이 영화들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먼저 <덕혜옹주>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이덕혜를 일제 치하의 굴욕에도 끝까지 자존심을 지켜낸 인물로 미화했으며, 사실을 왜곡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또 <인천상륙작전>의 경우, 맥아더 장군의 전기 영화 같다는 꼬리표와 더불어 이념 전쟁을 흑백 논리로 묘사해 일각에서는 과도한 민족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영화를 정치적으로 선동하려는 사람들은 <인천 상륙 작전>을 kbs의 투자와 대대적인 홍보로 국가적 차원의 흥행을 만들어냈다고 지적 하였다.

물론 왜곡된 역사를 마치 진실처럼 제작한다면 그 자체로 대중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 의도로 활용된 영화들은 오히려 역사 왜곡을 조장하는 모양새이다. 조장한 역사 왜곡으로 영화 관람 전부터 선입견을 심어주거나, 관람 자체를 막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모든 영화 예술을 역사적, 정치적 잣대로 평가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역사라는 소재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하지만 영화는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허구성의 한계가 있다. 스크린으로 옮겨진 역사는 이미 새롭게 설정된 가치 판단이고, 역사 그 자체일 수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정치적 의도로 활용된 영화는 그 자체로 예술의 본질을 잃어버린 결과이다. 역사 영화의 진실성에 대한 논쟁 또한 영화 비평의 차원을 넘어선 행위일지 모르겠다.

역사적 사실은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온도차는 극명할 수밖에 없다. 또 흥행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의견과 평가가 다양한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영화 속 역사의 진실성 여부를 어떻게 평가해야하는지에 대한 결론은 결국 영화를 보는 대중들 개개인의 몫이다.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지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밀정>처럼 친일파 청산에 대한 다양한 논란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영웅 혹은 매국노가 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평가 역시 이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몫이다. 영화가 가장 대중적인 문화생활이 된 지금, 영화 감상까지도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면 대중들은 무엇으로 온전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러한 의미에서 영화의 선택과 해석은 모두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놓아야 한다. 정답을 이미 정해 놓고 봐야 할 영화, 봐서는 안 될 영화로 나누어 정치 활동을 벌이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