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 이명/이선균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 이명/이선균
  • 공광규 시인
  • 승인 2016.10.1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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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이선균(1961~) 

  1
  내 몸속으로 갠지스 강이 흘러요
  고요를 베고 누우면
  골관피리 구멍마다 끊길 듯 이어지는 선율
  외계에서 날아드는 간단없는 모스부호 
  가수면 뇌리 속 켜켜이 일렁이는

  잠들 수 없는 잠의 성지에서
  누가 쪼그리고 앉아 젖은 빨래를 꾸욱 짜고 있는지
  어떤 간절함이 신접살림을 차리고 있는지
  순례객처럼 밀려드는 리듬과 멜로디

  2
  당신, 뼈로 만든 전생의 피리소리 들어본 적 있으신지
  통증이 깊을수록 아름다운 소리 흘러나오는
  우주의 선율 실어 나르는

  기댈 곳이라곤 돌무덤 아래뿐인,
  울음이란 울음은 모두 뼛속에 쟁여넣은

  나, 다음 생애엔 당신을 울러가겠지요 
  알 밴 모래무지 강바닥 돌 고르는 모습으로
  혹은, 내 늑골로 만든 나른한 피리소리로,

 

▲ 공광규 시인

몸에 대한 상상이다. 시인은 몸속으로 갠지스강이 흐른다고 한다. 몸의 담담하고 고요한 상태를 고요히 흐르는 갠지스강에 비유한다. 이런 상황에 들리는 이명. 이명을 비어있는 뼈가 우는 것으로 비유한다. 그래서 이명의 소리는 골관피리 소리다. 이명은 불협화음으로 들리지 않는다. 일정한 리듬과 멜로디를 갖고 있다. 이명은 전생의 피리소리다. 시인은 이명 속에서 이런 전생의 피리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이명이 괴롭거든 전생의 피리소리라고 위로하며 견디자.(공광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