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문화재] 지진의 공포, ‘흔들리는 문화재’내진 대책 시급
[다시 보는 문화재] 지진의 공포, ‘흔들리는 문화재’내진 대책 시급
  • 박희진 객원기자/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원
  • 승인 2016.10.1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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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진 객원기자/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원

천년고도 경주가 지진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 12일부터 27일 오늘까지 경북 경주의 지진은 433회로 늘어났다. 우리나라 지진 관측 사상 한꺼번에 이처럼 많은 지진이 이어져 발생한 경우는 최초이다.

12일 발생한 경주 지진의 여진은 오늘 27일까지도 계속되었다. 4.0이상 5.0미만 규모의 지진이 2회, 3.0이상 4.0미만 규모의 지진이 14회, 1.5이상 3.0미만의 규모가 417회 발생한 것으로 기상청은 발표(제09-410호 기상속보)했다. 

12일 규모 5.8의 공포스럽던 지진은 진원지인 경주뿐만 아니라 서울과 경기 지역까지도 크게 흔들어댔다. 문화재 또한 지속적인 지진으로 국가지정문화재 33건, 도지정문화재 24건, 비지정문화재 1건 등 모두 58건의 피해가 있었고, 이에 문화재청은 발 빠르게 피해상황을 알려왔다.  

연구 자료를 찾아보면, 최근 지진으로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경주지역이 과거에도 천재지변으로 인재가 있었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 사로국의 수도였던 서라벌, 지금의 경주는 신라초기부터 고려에 복속되기 전까지 100회 이상 지진이 발생했었다고 했다.

삼국사기에도 지진의 기록을 찾아 볼 수 있는데, ‘태종무열왕 4년(AD 657) 경주 토함산 땅이 불타더니 3년 만에 꺼지고 흥륜사 문이 저절로 무너졌다’는 기록이 있으며 혜공왕 15년(AD 779)에는 지진으로 집이 무너지고 인재도 컸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경주 분황사 발굴현장에서 목이 잘려나간 석불들이 발굴되었을 당시 학계에서는 조선의 억불정책의 산물이거나 몽고 침략의 만행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으나 또 다른 학자는 이 지역의 지진으로 인한 문화재 훼손의 흔적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고대 왕조 시대에 벌어졌던 지진의 공포는 지금보다 낫지 싶다. 천년 왕조의 천재지변에도 끄떡없었던 첨성대(국보 제31호)는 지난 12일 지진으로 2cm 북향으로 기울었고 상부 정자석 모서리는 서쪽으로 5cm나 벌어졌다가 여진 발생으로 다시 북쪽으로 3.8cm가 더 벌어졌다.

불국사의 다보탑(국보 제20호)은 이미 파손되어 접합 복원했던 난간 부재가 탈락되고, 탑의 상층 난간석이 내려앉았다. 불국사 대웅전 지붕과 용마루는 파손되었다.

분황사 모전석탑(국보 제30호)과 기림사대적광전(보물 제833호)도 균열이 생겼다. 경주 남산 곳곳에 숨겨져 있는 보물들도 상처가 크다. 칠불암 마애불상군(국보 제312호)의 불상 지반이 침하했고, 창림사지 삼층석탑(보물 제1867호)는 옥개석이 떨어졌다. 문화재의 정밀안전진단 이후에 피해는 좀 더 명확해지겠지만 현재까지 경주 일대 문화재 복구에 드는 비용은 최소 59억 원 이상으로 예산하고 있다. 
 
더 큰 지진이 올 것이라는 괴담이 돌고 있는 지금, 지진 발생 이후 계속되는 여진 또한 우려가 크다.  보이지 않는 미세한 진동, 반복 응력이 계속 가해졌을 때 파괴되는 물리적 특성을 ‘피로파괴(fatigue failure)’라고 한다.

▲ 지진으로 기울어졌던 경주 첨성대

지금의 이 여진으로 인한 피해 또한 문화재의 피로파괴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문화재 피해현황 조사에 있어서도 열흘 이상 여진이 반복됐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집계과정에서는 균열 등의 손상은 경미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2차 파손을 대비한 문화재 보존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1978년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인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되었고, 433회 여진이 지속되면서 더 이상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지진 발생 가능성이 큰 활성 단층대가 한반도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대규모 지진을 경고하기도 했다.

우리는 일본만큼 준비되어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문화재 내진진단과 보강 등의 예방책이 전무한 현실에서 지진재난에 우리 문화재는 위험스레 노출되어 있다. 문화재청의 빠른 피해현황 조사 및 복구 작업 착수는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그가 재난에 무방비 상태였던 문화재 보존 관리의 빈틈은 지진피해가 대변해주고 있다. 

일본은 1995년 한신대지진 이후 지진대비 문화재 내진대책을 마련해놓고 있다. 문화재 붕괴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문화재가 위치한 지형의 입지조건을 조사하고, 문화재의 구조와 보존상태 등을 사전에 진단하며 진단상태에 따라서 내진성을 파악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게다가 지진 피해 시 복원이 어려운 문화재 등은 내진보강의 순위를 우선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신라 천 년의 문화, 그 고유한 역사를 간직한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경주역사유적지구가 비상이다.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불교유적, 왕경(王京)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고 유적의 밀집도와 다양성이 뛰어나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의 유산이다.

경주에서 직선거리로 27km 떨어져 있는 곳에는 핵발전소가 위치해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크다. 이번 지진을 계기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우리 문화유산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