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인 100여명 모이다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인 100여명 모이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10.1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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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에서 예술행동 및 기자회견 "진상규명까지 행동 멈추지 않을 것"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항의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라는 이름으로 예술인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100여명의 예술인들이 모인 가운데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예술검열 반대' 등을 외치는 예술행동과 기자회견이 있었다. 

▲ 18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

이 행동은 최근 세월호 진상규명 시국선언 예술인을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 후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했던 예술가들의 명단을 담은 '블랙리스트'가 최근 공개됐고 이 명단에 속한 예술인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예술인들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진행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블랙리스트 인증' 스티커를 붙였으며 장순향 무용가는 블랙리스트에 대한 반대의 뜻을 담은 무용을 선보였고 미술가 임옥상은 자신의 신분증과 'Blak List'라는 글씨가 적힌 검은 망토를 걸치고 퍼포먼스를 펼쳤다.

▲ 회견 전 선보인 장순향 무용가의 무용
▲ 검은 망토를 입고 광장에 등장한 임옥상 미술가

송경동 시인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여는 발언을 한 백기완 선생은 "블랙리스트를 우리말로 하면 학살예비자 명단이다. 이런 것은 히틀러, 일제,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나 있었던 것"이라면서 "선거 공약에도 없는 짓을 하고 거짓말을 한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만화가 후배들이 자기들이 리스트에 없다는 것에 분개하고 있다"고 발언을 시작한 박재동 화백은 "많은 예술인들을 모이게 하고 이런 일이 없게 하려는 계기를 마련한 점에서 오히려 고맙다. 고마해라, 마이 뭇따 아이가"라며 정부에 쓴소리를 했다.

임옥상 미술가는 "어느 순간 내가 위축되는 것을 느꼈다. 분명 법을 지키는 국민임에도 권리를 요구하기가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예술인들을 자포자기하게 하고 자기 목소리를 못내게 하며 좌절시키려는 게 이 정부의 목적"이라면서 "저항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말했다.

▲ 가수 손병휘(가운데)가 '임을 위한 행진곡' 끝부분을 부르고 있다
▲ '카메라 앞에 나선 건 처음'이라며 발언을 시작한 노순택 사진작가(가운데)

"히트곡 하나도 없는데 리스트에 올라 놀랐다"는 농담을 건넨 가수 손병휘는 "70년대 금지곡이었던 '고래사냥', '아침이슬' 등은 지금도 명곡이 됐지만 국책으로 만든 예술은 지금도 안 알려져 있다. '대통령 찬가'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더 유명하고 이는 백년 천년 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임을 위한 행진곡'의 뒷부분을 부르기도 했다.

이밖에 화가 이인철, 사진작가 노순택, 연극인 이종승, 시인 정우영 등도 정부의 예술검열을 강하게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

예술인들은 이날 선언문을 통해 "이번 사태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 우리가 맞닥뜨렸던 예술문화계 탄압과 본질이 같은 사건으로 규정한다"면서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 시행과 문화예술위원장 사퇴, 블랙리스트 작성 및 운용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행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 소설가 이시백(왼쪽에서 두번째) 등 예술인들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예술인들은 앞으로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다' 선언운동과 칼럼, 기획기사 등 블랙리스트를 규탄하는 릴레이 기고, 만민공동회와 포럼 등을 열고 올 연말에는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의 축제로 정부의 예술검열에 저항하는 예술인에게 상을 주는 '블랙리스트 예술가 시상식(블랙어워드)'을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광화문광장 기자회견 시간에 맞추어 세종시 문화부 청사 앞과 나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앞에서도 피켓시위와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 '정권을 집어던지자'는 의미로 손에 있는 물건을 던지는 것으로 회견이 마무리됐다
▲ 장순향 무용가가 '늙은 군인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자 박재동 화백(오른쪽), 임옥상 미술가(오른쪽에서 두번째) 등이 장단을 맞추고 있다

회견에 참여한 박재동 화백은 "이번 사건이 오히려 예술인들의 행동을 북돋아줄 것이며 국민들도 지금의 상황을 알게 되고 정부의 예술검열과 블랙리스트를 비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