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이 시인, 두 번째 시집 '모자의 그늘' 출간
김명이 시인, 두 번째 시집 '모자의 그늘' 출간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10.18 22: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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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인간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바리공주 이야기', 담담하면서도 날카로운 들여다보기
▲ 김명이 시집 <모자의 그늘> (사진제공=도서출판 지혜)

대전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김명이 시인(54)이 두 번째 시집 <모자의 그늘>을 출간했다.

김명이 시인은 지난 2010년 '호서문학'과 '문학마을'을 통해 등단해 첫 시집 <엄마가 아팠다>를 냈으며 이번에 대전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두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전작인 <엄마가 아팠다>가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을 위한 진혼가였다면 <모자의 그늘>은 이 세상 모든 인간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바리공주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안네 프랑크, 다섯 살 제제, 물 위에 뜬 한스, 테스의 모자 등이 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뿌리뽑힌 자의 삶이며, 그 영혼들을 위로하는 것이 시인의 사명이자 의무이기도 했던 것이다. 딸과 어머니, 어머니와 아들, 아버지와 어머니의 중심축은 여성성이며, 대지의 여신인 데메테르는 그녀의 이상형이라고 할 수가 있다. 

바리공주 신화의 구조를 다양한 현상과 사연 속에서 해석해내는 김명이만의 독특한 시쓰기는 주로 담담하게 혹은 애둘러서 풀어내는 방식으로 전개되지만, 애써 의미부여를 하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 늘 있어 왔고, 목격되었던 것들에 대한 날카로운 들여다보기가 중심이 된다.

그는 이러한 들여다보기를 통해 콤플렉스처럼 이어지고 때론 숙명적인 것으로 치부되던 '바리 의식'이 곧 테스의 모자이자 그 모자의 그늘이 상징하는 의식과 닮았다는 것과 함께 그 정서가 가상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에 기반한 것이며 동서양 구분없이 사람의 의식속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잠재된 공통의 정서였음을 얘기하고자 한다.

시인 겸 문학평론가인 강희안은 "김명이의 시가 아름다운 것은 일탈의 방식보다는 '주인의 사물'로 남아 '바닥에 수행하는' 낮고 겸손한 성자의 자세를 취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고 역시 시인이자 대학강사인 오주리는 "순수와 성숙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시편들이다. 그의 삶이 한 편의 시"라고 격찬했다.

또한 시집의 해설을 담당한 안서현은 "한국시의 맥락에서 바리공주 이야기는 거듭 재해석됐다. 김혜순 시인에 의해 생명을 구해내는 모성적 몸이 되는 바리의 이야기로 읽혔고, 김선우 시인에 의해 열정적 사랑의 여인인 바리의 이야기로 되풀이됐다. 바리공주 이야기에 대한 또다른 시쓰기가 앞으로 김명이의 시 세계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을지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 2016년 서울시민청 바스락홀 반세기 공연 중 추풍감별곡 낭송 중인 김명이 시인 (사진제공=도서출판 지혜)

김명이 시인은 이 시로 자신의 시 세계를 정리한다.

'생은 예상처럼/다가설 수 없어/묘연하도록 두꺼운 것/해가 저물고/또 그렇게 검은 빛에 닿아/심장을 꺼낸 무수한 밤들/서늘했고 지쳐서 부드러웠다/아직도 눈앞을 떠도는/성근 피상의 언어들/하늘을 놓친 별똥별까지/또렷이 호명하고자/폭염을 물고 버티었다/나의 하루하루는/목마른 언어와의 쟁투의 장/지금부터 좌절과 행복은/동의어라 명명하겠다'(김명이, '시인의 말')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현실을 들여다보는 김명이의 시 세계가 <모자의 그늘>을 통해 설득력있게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도서출판 지혜에서 출간됐으며 책값은 9,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