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산드라 페리-에르만 코르네호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만나다
알레산드라 페리-에르만 코르네호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만나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10.19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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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케네스 맥밀란의 '드라마 발레'로 선보여

'전설적인 여성 무용수'로 불리는 알레산드라 페리와 ABT 수석무용수인 에르만 코르네호가 유니버설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알레산드라 페리와 에르만 코르네호는 오는 22일부터 공연되는 유니버설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각각 줄리엣과 로미오를 맡아 혼신의 춤과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과 알레산드라 페리, 에르만 코르네흐

이번에 선보이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영국 발레를 상징하는 안무가 케네스 맥밀란(1929~1992)의 대표작으로 특히 클래식 발레의 정형화된 틀을 깨고 무용수들이 직접 연기를 하는 '드라마 발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알레산드라 페리는 1984년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주역을 맡은 이후 '맥밀란의 뮤즈', '줄리엣의 현신'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정상급 발레리나의 길을 걸었고 2007년 은퇴를 선언했지만 6년 뒤인 2013년 다시 무대에 복귀해 지난 6월 ABT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페리는 그동안 두어 번 한국 공연을 한 적이 있지만 주역으로 한국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상대역으로 출연하는 에르만 코르네호는 지난 6월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으며 이번에 페리의 추천으로 한국에 함께 오게 되었다.

▲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는 페리와 코르네호

18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페리는 "맥밀란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그를 만났기에 영국 로열발레단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맥밀란과 함께한 날들을 추억했다.

그는 "맥밀란은 춤을 이야기 전달의 수단으로만 생각했다. 발레가 아닌 연기로 접근하려했다. 모든 무용수들이 자기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야한다고 늘 말해왔다. 심지어 바닥을 청소하는 장면에서는 무용수들이 실제로 바닥을 청소해야했다. 멋진 모습을 보이려하지 말고 실제 상황처럼 연기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며 맥밀란이 '드라마 발레의 거장'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

페리는 또 "<로미오와 줄리엣>을 굉장히 낭만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발레단들이 낭만적으로 표현하지만 작품 속에는 사랑과 증오, 폭력, 미움 등 현실과 똑같은 이야기가 있다"면서 "맥밀란의 사전에는 '아름답다'는 말은 있어도 '예쁘다'는 말은 없을 것이다. 동작 위주의 클래식 발레같은 모습이 아닌 실제 사람이 되어야하기에 무용수에게는 엄청난 도전이다. 실제 인물이 되어 내면 세계를 표현하는 용기가 필요한 작품"이라고 <로미오와 줄리엣>을 평했다.

함께 공연을 하는 코르네호는 "4년 전 처음으로 페리와 함께 했는데 굉장히 깊은 공감이 형성됐다. 그래서 같이 하자고 했을 때 망설이지 않았다. 페리를 항상 바라보며 성장했다. 멘토와 같은 분"이라고 페리를 평했다.

그는 "가장 극적인 발레 작품이고 남성에게는 엄청난 지구력이 요구되는 작품이다. 칼싸움도 나오고 연기를 신선하게, 진실하게 해야하는 작품이다"라고 말하면서 "3막에서 로미오가 죽는데 정말 그때가 되면 실제로 죽게 된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 페리-코르네호가 앙상블을 보여주는 <로미오와 줄리엣> ⓒRosalie O_Connor

페리는 "제 자신과 경쟁하는 두려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하는 불안감 때문에 무대를 떠났다. 하지만 춤을 추지 않으니 내가 행복하지 않고 계속 잠만 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얼마나 춤을 사랑하는지, 춤을 추는 것이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몸은 정신이 시키는대로 따라하기에 내가 뭘 하는지를 확실히 알면 몸은 따라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복귀 직후 직접 <이층의 피아노> 안무를 맡은 것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생각한 것이었고 내 인생을 담은 것이기에 다른 사람에게 안무를 주기가 망설여졌다. 지금은 안무에 대해 관심이 없지만 미래는 모른다"고 답했다.

한편 <로미오와 줄리엣>은 두 무용수 외에도 막심 차셰고로프,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이동탁이 로미오 역으로, 강미선, 김나은, 황혜민이 줄리엣 역으로 각각 무대에 올라 앙상블을 이룬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22일부터 2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며 페리와 코르네호의 앙상블은 23일 19시 공연, 26일 20시 공연에서 만날 수 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한국 발레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섬세함이 필요하다고 보기에 맥밀란의 작품을 한국 관객들에게 꼭 보여드리고 싶었고 이번에 레퍼토리로 정착시키기 위해 4년 만에 제작을 하게 되었다"면서 "드라마 발레가 주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발레를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