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 11월 신작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공연
국립창극단, 11월 신작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공연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10.2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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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옹켕센의 첫 창극 연출, 판소리 본연의 아름다움 살리는 '미니멀리즘' 컨셉

국립창극단이 오는 11월 국립극장과 싱가포르예술축제가 공동제작한 신작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기원전 415년 에우리피데스가 '트로이 전쟁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발표한 희곡과 1965년 장 폴 사르트르가 개작한 동명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전쟁 자체의 끔찍함을 드러내기보다는 운명과 삶에 끊임없이 배반당하고 마지막 순간에도 꿈을 꾸다가 사라지기도 하는 인간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 11월 공연되는 국립창극단의 <트로이의 여인들> (사진제공=국립극장)

이번 공연은 싱가포르예술축제 예술감독으로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랑스 테아트르 드 라빌 등 세계적인 페스티벌에 초청됐던 연출가 옹켕센이 처음으로 창극 연출을 맡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간 <리어>, <리처드 3세> 등 작품에서 경극, 가부키 등 아시아 전통예술과 서양의 전통예술을 조화롭게 무대에 올리면서 원작 본연의 주제를 탁월한 미장센으로 완성하는 연출가로 명성을 떨친 옹켕센은 첫 창극 연출에서 판소리 본연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미니멀리즘'을 컨셉으로 내걸었다.

미니멀리즘이란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 및 문화 사조를 일컫는 말로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최소한의 요소만으로 대상의 본질을 표현하는 방식을 말한다.

옹켕센 연출가의 제안을 받은 안숙선 명창이 작창을 맡았고 전방위 뮤지션 정재일이 음악을 맡아 역시 처음으로 창극 음악에 도전한다.

<트로이의 여인들>은 판소리의 전통 방식 그대로 한 개 배역에 한 개 악기를 배치해 소리꾼의 목소리와 악기 반주가 극의 서사를 이끌도록 하면서 불필요한 요소를 없애고 판소리 정통기법에 집중하며 무대 미술 또한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꾸며진다. 

<아비, 방연>, <장화홍련>, <메디아>에서 카리스마를 보여준 김금미가 트로이의 마지막 왕비 헤큐바로 출연하며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서 옹녀 역을 맡아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준 김지숙과 이소연이 각각 안드로마케와 카산드라로 출연한다.

특히 트로이를 무너뜨린 헬레네 역을 남자배우인 김준수가 맡은 점이 눈에 띈다. 지난 9월 공연된 창극 <오르페오전>에서 남주인공 올페 역을 맡았던 김준수는 헬레네를 '어느 곳에도 속할 수 없는 존재'라고 설정한 연출가의 의도에 따라 '여자지만 아름다운 무성의 존재'인 헬레네를 소화하게 된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오는 11월 11일부터 2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오는 2017년 싱가포르예술축제에서 공연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