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박상희 신작 <불이不二>초대전
조각가 박상희 신작 <불이不二>초대전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6.10.2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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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11월 25일까지 복합공간네모와 블루스퀘어 야외 공간서 열려

전쟁, 폭력, 종교, 갈등 문명사적인 시각을 예수와 부처 등 도상으로 미켈란젤로의 후기 양식, 일상적인 소재 등에 접목한 작품 선보여

인터파크씨어터가 가을 기획전으로 블루스퀘어 내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NEMO에서 25일부터 11월 25일까지 조각가 박상희의<불이不二>라는 주제를 가지고 전시를 연다.

▲박상희 作, 불이不二

이번 기획전 <불이>는 "둘이 아님"이란 의미로 차이나 경계, 구분짓기가 사실은 하나에서 나온 곁가지 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철학, 종교, 이데올로기 등의 차이는 어떤 목적을 가진 동일성을 향한 욕망이지만 이미 이들은 그 출발을 차이의 강조에서 시작한다.

믿음이란 추동력을 통해서만 가동되는 이러한 관념들은 사실 환상에 불과하다. 기독교에서는 그것을 '보이지 않는 실체의 확증'이라고 하고 불교에서는 '도와 공덕의 모체'라고 한다. 믿을 수 없는 것을 믿는 것이 변질되어 서로 싸우고 죽이는 행위 속에는 진실로 아름답고 사랑하는 것에 대한 지향이 없다.

'불이'는 이 지향, 진실로 믿고 사랑하는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박상희作, 꽃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정형탁씨는 박상희의 이번 전시 불이에 대한 작품세계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박상희의 작품 속에는 삶과 예술의 차이 속에 드러나는 동일성이 있으며. 동일성 속에 작은 차이들이 있다. 박상희의 조각은 동일성과 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단박에 들어온다. 예수와 부처, 십자가와 불상, 성과 속이 겹쳐지거나 포개져 있다. 이 둘의 구분은 무의미 하다. 3미터 70센티미터가 되는 <피에타-사랑해>는 관음보살이 예수 혹은 미켈란젤로를 안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에 대한 오마주로 보이는 작품은 거친 질감과 손자국이 살아 있다.

미켈란젤로 후기 양식인 논피니토(non finito)가 연상되기도 한다. 현실과 이상을 또렷이 구분했던 플라톤주의를 회의했던 시기에 미켈란젤로는 이 둘의 모호한 지점, 교집합을 고민하면서 미완성 작품을 남겼다. 그리고 이는 시간의 흐름, 인식의 점진적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모호하다.

▲박상희作, 홀리 바이블

결국 이는 내부와 외부, 여기와 저기, 하늘과 땅, 어제와 지금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서로 다름은 의미 부여에 따라 달라지는, 원래 하나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작가는 세상의 모든 다툼과 분리에 저항하는 미적 파토스로 가득 찬 테러리스트가 되고자 한다”라고 작가의 작품 성향을 규정했다.

이에 화답하듯 박상희는 예술가는 총을 들지 않은 테러리스트라고 작가 게오르규의 말을 빌어 표현하고 있다.

▲박상희作, 봉불살불

"나는 조각가로서 신이 만든 인간, 인간이 만든 신, 그 사이에서 인간의 갈등과 이념과 종교 간의 분쟁이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며 기독교와 이슬람교, 기독교와 불교가 본래 서로 다르지 않고 원래 우리는 너와 내가 둘이 아닌 하나가 아닐까라는 불이(不二)의 개념으로 내가 본 세상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성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저 너머의 세계.
보이지 않는 신과 만날 수 없는 세계를 조형으로 보여주고자 하고 대립하는 종교가 아닌 사랑하고 함께하는 세상을 꿈꾼다.

예술가는 권력자나 정치가는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만들어 놓은 견고한 이데올로기에 예술로써 저항하고 닫힌 사고를 열고자 위험한 시도를 하는 이들이다. 그러기에 예술가는 독재적 권력자와 교만한 종교인, 그리고 그들의 시대에 늘 위험하고 불량스럽다. 예술가는 그러한 시대에 총을 들지 않은 테러리스트가 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예술은 또 하나의 전복(顚覆)이라고 할 수 밖에 없잖은가? -박상희 작가노트 중에서-

 

▲작품 '피에타-사랑해' 앞에선 박상희 작가

조각가 박상희 Park sanghee는 서울대에서 조각을 전공했고 2001년부터 수년간 France Paris에 살면서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등 세계각지를 여행하며 인간과 종교, 문명 등에 대해 구체적이며 다양한 시각을 갖게 됐다. 그 이후로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종교, 문명 간의 충돌과 대립으로 인한 테러와 전쟁, 그리고 신과 인간에 대한 작가로서의 근본적인 의문과 경험을 조형화하고 있다.

93년 송은문화재단이 후원한 금호미술관 개인전과 2006 인사동 가나아트센타, 2007년 아트사이드갤러리를 비롯, 프랑스와 러시아 등에서 13차례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2016년 한불수교130주년전(갤러리 Pont des arts), 2016 창원국제조각비엔날레와 2015 Silk Road Light (아시아 현대조각회, 중국 감숙성 정부 초대), 2013 국제 해인아트프로젝트(해인사) 등 160 여 차례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작품소장처로는 호암미술관, 광양제철소, 김천종합체육관, 해인사, 서울 성수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