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 동인천역/류인채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 동인천역/류인채
  • 공광규 시인
  • 승인 2016.10.2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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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천역

                 류인채(1961~)


월미도 2함대 하얀 세일러복과
갖가지 교복이 우르르 몰려오던 80년대 오후를 지나
음악감상실 LP판 음악이 유행처럼 흘러가고
허름한 상가는 중심 상권을 따라가 빌딩이 되고
낯선 얼굴들 밀물처럼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사이
내 열아홉도 싸리재를 지나 배다리를 지나
붉은 고개 위에서 지천명이 되었지만
열차는 변함없이 서울에 바다를 부려놓고
노선을 붙잡고 어김없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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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시인

동인천역은 서울지하철 1호선 마지막 역이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운행한다. 아니 인천에서 서울까지 운행한다. 동인천역은 월미도와 가장 가까운 역이다. 현재 지천명이 되어 동인천역에 간 화자는 세일러복을 입던 열아홉 때의 동인천역을 떠올린다. 그전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많이 다니던 허름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빌딩이 들어서서 상가도 번성하다. 전철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동인천역에서 바다를 싣고 서울까지 가서 바다를 부려놓고 되돌아온다. 열차가 서울에 바다를 부려놓고 돌아온다는 부분이 압권인 이 시가 동인천역 역사에 걸려있는지 궁금하다.(공광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