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사랑, 사람으로 세상 끝날 때까지 희망을 노래하리라”
"신앙과 사랑, 사람으로 세상 끝날 때까지 희망을 노래하리라”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6.10.2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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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 시인 ‘시와 더불어 70년’, 특별 강연 성황이뤄

지난 달 23일부터 오는 11월 12일까지 종로구 영인문학관에서 열리고 있는 시인 김남조 선생의 구순을 기념해 마련한 '시와 더불어 70년-김남조 자료전' 행사인 저자와의 대화가 열린 지난 22일, 선생의 강연회는 강연장을 빼꼭히 메운 300여 명의 사람들로 발 디딜틈이 없었다.

강연이 열린 제1전시실에는 김남조 시인의 그간 출간한 시집과 각종 매체와 인터뷰 자료, 70년대 김남조 시인이 각계각층의 원로들과 직접 대담한 심층 인터뷰 기사,김세중 조각가가 만든 김남조 두상, 박득순이 그린 초상, 직접 그리고 쓴 시화첩, 유명인사들이 애송한 김남조 시가 전시됐다.

▲ 강연 중인 김남조 시인

제2전시실에는 1953년에 쓴 첫 소설의 육필 원고와 시집 <사랑초서> 시인 자신이 고른 '김남조 자선시(自選詩)가 서화첩 4권, 젊은 시절 김남조 시인이 색종이로 형상을 만든 지공예 작품이 붙여진 노트 '색지장난'이 처음으로 공개됐으며 이 외에도 애장품과 사진 스크랩 자료 등이 전시됐다. 

이 자리에서 김 시인은 자신의 시를 직접 낭독하고 시를 통한 종교관을 드러내며 하느님을 통한 자신의 구원과 시세계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자신이 천착해온 사랑에 대한, 사람에 대한, 시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사랑초서’, ‘목숨’, ‘심장안의 사랑’, ‘신의 기도’, ‘예수의 얼굴’, ‘고백’, ‘나그네’, ‘사막’ 등 자신의 신앙과 사랑, 그리고 여행에서 깨달은 여러 단상들을 시로 풀어낸 작품을 담담히 소개해 나가며 때로는 가슴뭉클하게, 때로는 잔잔한 웃음을 주는 자기 고백을 통해 강연을 이어나갔다.

김 시인은 또 고인이 된 남편 김세중 전 서울대 교수에 대한 죽음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담담했던 심경도 드러내면서 남성들의 삶에 대한 이해와 모든 남성을 사랑한다는 자기 고백적인 얘기로 좌중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는 “시는 내밀한 독백”이라며 “이것이 독자들에게 나누어지면서 시인은 오히려 자신의 작품과 단절되고 새로 백지 앞에 춥게 앉아있는 사람이 된다. ‘어둡고 궁색한 작은 세계’의 껍질을 찟어내고 어떤 진실과 그 언어를 찾아낼 수 있을지가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또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예로 들며 근래에 자신이 생각하게 된 또 하나는 사람에겐 고통을 즐기는 일면도 있을 거라면서 “프로메테우스에게 어느 날 독수리가 나타나지 않고 하루의 낮시간이 지나간다면, 그리고 그 시간이 오래간다면 그는 행복할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가닥 로프에 생명을 걸면서 지구의 높고 험난한 산을 찾아 등반하는 사람들의 생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만하다면서 “사람이 안전을 희구하면서도 위험을 또한 품고 싶어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라는 물음을 던졌다.

▲ 일본어로 번역된 김남조 시인의 시집

그는 또 얼마전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 중 이후의 당신의 문학을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물음에 “사람에게는 한평생을 통해 읽어갈 하나의 커다란 책이 있다고 할 때 오래 살았기에 상당히 뒷부분까지 읽었고 커다란 책이 있다고 할 때 오래 살았기에 상당히 뒷부분까지 읽었고 총명한 젊은이들이 아직 읽지 못한 심오한 문장들도 거쳐왔기에 이것에 힘입어 내 글어 더 나아질 듯 하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미래의 시는 어디에 있나/미래의 시인은 어디쯤 오고 있나/ 이 시대엔 못 다짚은 사념/ 신이 내놓이 않은 천둥번개/ 지구의 끝날까지/ 시인은 오고 시는 쓰여지리리/ 희노애락의 사술/ 천재들의 예지/ 해부도로 밝혀낼 인간의 진정성/ 시에 절망적인 희망이여 

나는 오늘 이와 같이 노래한다, 다난한 시대, 여러 분야에서 획기적인 지혜가 성급히 요구되는 이 시대에 나는 추수를 끝낸 가을 벌판에서 떨어진 이삭을 줍는 한 무리의 사람 중 그 하나의 가슴으로 살아간다“는 말로 강연은 마무리가 됐다.

한편 이 자리에는 이번 전시를 기획한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을 비롯, 부군인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고은 시인, 김동길 전 이대교수,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 김후란 문학의집 서울 이사장, 이근배 시인, 김훈 소설가, 한승헌 변호사, 김용원 도서출판 삶과꿈 대표이사 허영자 ·신달자·오세영 시인등 문학계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김남조 시인과의 인연으로 이 자리를 찾았다.

이들 외에도 김 시인의 제자들과 팬들이 멀리 지방에서까지 올라와 김시인의 전시를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