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대표 레퍼토리‘춤이 말하다 2016’
국립현대무용단 대표 레퍼토리‘춤이 말하다 2016’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6.10.28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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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느껴지는 춤, 몸짓과 말로 쉽게 이해 풀어

현대무용 전석 매진의 드문 기록을 해마다 갱신하는 국립현대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 <춤이 말하다>. 올해 <춤이 말하다 2016>은 2013-2015년 버전들을 한눈에 펼쳐 보이는 흔치 않은 스펙트럼으로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춤이 말하다>는 무용수의 말로써 춤을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공연이다. 이제껏 잘 보이지 않고 파악되기 어려운 춤은 그들의 말을 통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관객들은 춤의 뒤꼍에 자리한 무용수의 신체를 발견하고, 일상의 몸짓이 춤과 다른 게 아님을 목격한다. 현대무용이 낯설고 어렵던 관객이라도 이 공연만큼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 2014년 버전 10월 29일 공연 차진엽 디퍼

<춤이 말하다>는 여러 장르의 무용가들이 한 무대에 올라 각자의 시선들을 교차시킨다. 이러한 시도에는‘현대무용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깔려 있다. 다양한 무용 장르 간의 어우러짐과 대치, 충돌까지도 지금의 춤 현상으로 바라본다. 어지럽게 춤추는 말을 통해 우리는 말하는 춤, 언어 너머의 춤과 비로소 접속한다.

2016년의 <춤이 말하다>는 지난 3년간 무용수들이 펼쳐냈던 자전적인 이야기들이 결국 현대무용에 접근하는 다양한 진입로를 그려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3년 ‘오늘의 춤’은 각자의 장르에서 접근하는 신체와 몸짓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가 어떻게 춤을 만들어내고 또 확장시키는지 드러내는가 하면, 2014년 ‘무용수의 소진되는 몸’은 환상에 가둬진 춤추는 몸의 물리적 실재와 마주한다. 2015년 ‘스튜디오의 안과 밖’이라는 주제는 일상과 예술이 분리될 수 없이 달라붙어 있는 몸의 현장을 들여다보게 한다. 

2013년 버전을 시작으로 뒤이은 버전들이 하루씩 차례로 선보이는 이번 무대는 CJ토월극장 무대에 맞게 전 버전을 업그레이드하고, 변형된 배치와 구성으로 더욱 새로워졌다. 기존의 솔로 외에 추가되는 장면들로 풍성해진 무대가 춤의 맛을 음미하는 층위를 배가시킬 예정이다. 

▲ 2015년 버전 10월 30일 공 연예효승 김설진 김지호

<춤이 말하다>에서는 다시 보고 싶은 최고 무용수들의 입체적인 이야기가 렉처 퍼포먼스의 형식을 빌어 세미-다큐멘터리로 펼쳐진다. 그래서 이 작품을 처음 보는 관객뿐 아니라 이미 봤던 관객들마저 매번 매료시키며 또 다시 무대를 찾게 만든다. 전작을 보지 못해 아쉬웠던 이들에게도 놓치고 싶지 않은 더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래는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주요 출연진의 말들은 담아본다.

■춤에 정석은 없다 / 이선태(현대무용, STL 아트 프로젝트 대표, 28일 공연)
“결국 몸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차이가 아닐까요. 움직임의 원인이 다양한 게 현대무용이라
고 생각해요.” 

■관객을 믿고, 나를 믿는다 / 김운태(한국무용, 김운태류 채상소고춤,28일)
“전통이라는 것을 지키는 것은 절반밖에 안 되지요. 과거의 그 분들도 현장에서 먹히는 걸 한 거고, 나는 이 시대에 먹히는 것을 해야 해요.” 

■움직임으로 철학하는 스트릿댄서 / 안지석(스트리트댄스, 공연예술가,28일)
“오히려 현대무용이라는 장르가 있는 게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사실 다 춤으로 받아들여서 통합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지금 내 몸에 맞는 최적의 춤을 찾아서 / 차진엽(현대무용, 콜렉티브 에이 대표,29일)
“어렸을 때 저는 욕심이 있어서 남자들이 하는 그런 동작을 해내려고 무리를 해서 몸을 고생시켰는데, 지금은 아예 시도조차 안하려고 해요. 지금 현재 내 몸의 상태에 맞는 춤을 계속 찾으려고 하거든요.” 

■위험이 커도 좋아 / 디퍼(스트리트댄스, 2012년 레드불 비씨원 준우승, 2015년 미국 프리스타일 세션 우승,29일)
“비보이들을 보험사에서 가장 싫어해요. 왜 다쳤냐고 물어보면 그냥 계단에서 넘어졌어요, 라고 얘기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자면서도 춤추다 / 김설진(현대무용, 벨기에 피핑톰 무용단 단원, 무버 대표 29,30일)
“잠하고 싸우는 상태로 움직임을 찾으면 어떤 것들이 나올지 실험이었어요. 졸린 상태에서 춤을 추라고 하면 보통 하품을 하는데, 그게 아니라 본질적으로 잠을 이겨내기 위해 싸우는 몸의 상태인 거죠. 그런 움직임들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거죠.”

■질주하지 않는 절실함 / 예효승(현대무용, 벨기에 쎄드라베 무용단 단원,30일)
“벨기에에서는 모든 무용수가 평등하고 안무가가 끌어주니까 의기투합해서 작품을 만드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는 서열이 있어요. 비교도 있고요. 그게 저 자신을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