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현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 "도박은 질병, 주위의 도움으로 적절한 치료 필요"
[인터뷰] 황현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 "도박은 질병, 주위의 도움으로 적절한 치료 필요"
  • 이은영 기자/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11.0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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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의 힘으로 도박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예술치유프로그램' 운영"

최근들어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소식이 불법 도박으로 인한 사건들이다. 해외 도박을 한 이들이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고 불법 도박으로 재산을 잃은 이들의 이야기가 나오며 인기 연예인들의 불법 인터넷 도박, 프로 선수들의 소위 ‘원정 도박’ 등이 불거지면서 도박은 누구를 막론하고 전염병처럼 번진 문제가 되고 말았다.

도박의 폐해를 모르는 이들은 없다. 도박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 지도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끊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한탕’이면 다 해결된다는 신기루 같은 꿈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죽하면 ‘손을 잘라도 다시 도박판을 간다’는 무서운 말이 나왔을까? 도박을 끊는다고 하지만 혼자서 끊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 황현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

바로 도박을 끊고 건전한 사회인으로 돌아오도록 도와주는 곳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다. 황현탁 원장은 카지노협회 회장을 지내면서 도박 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이제 도박으로부터 해방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문화예술의 힘으로 도박의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하는, 도박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이들이 함께 하기를 바라는 황 원장의 소망을 여기에 적어본다.

 

도박문제연구센터라는 기관이 일반인들에게는 굉장히 생소 하기도 하고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궁금증이 생기는 곳이다. 센터가 하는 일에 대해 소개해 달라.

크게 3단계를 거친다. 먼저 1단계 '교육 프로그램'이다. 중독자를 대상으로 도박 중독을 이해시키고 여러 문제들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단도박에 대한 동기를 강화하고 그 가족 및 자녀를 대상으로 적절한 대처와 정서적 안정을 돕는 가족교육을 한다. 

2단계는 '치유 집단상담'으로 중독자들이 단도박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인지, 동기, 정서치유 집단상담을 실시하고 자신의 성장을 경험하며 도박중독 이전의 긍정적이고 안정된 모습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며 3단계는 '자조모임'으로 동료집단을 결성해 함께 같이 회복의 길을 가도록 유도하고 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이런 식으로 자발적으로 모인 그룹이 50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난타 공연 모임'등을 만들어 각종 활동을 하며 함께 치유를 하고 있다. 현재 센터에서는 단도박 지속을 위해 GA(익명의 도박자 모임), Gam-Anon(익명의 도박자 가족 모임)으로 적극 연계하고 있고 단도박 모임을 위한 장소 제공 및 센터 자체 회복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으로 단도박 실천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그에 대한 대책은 있는지

다른 방법이 없다. 똑같은 방법으로 치료하는 수밖에 없다. 도박을 끊게 하려면 결국 다른 곳에 신경쓰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가족끼리 모임을 자주 갖고 등산도 다니고 여러 활동을 하면서 도박 생각을 잊게 해야한다. 똑같이 해야한다.

도박은 질병이다. 혼자서는 절대 치료할 수 없는 병이다. 옆에 있는 이들이 많이 도와줘야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자조모임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난타 공연'도 우리가 하고 있는 '예술치유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다. 미술, 음악, 무용 등 예술과 박물관 및 미술관, 사물놀이 공연, 템플스테이 등 문화 활동 등 '문화치유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문화예술의 힘으로 도박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도박 중독'의 정확한 기준점은 어디인가?

단순히 즐기는 것을 벗어나 일상 생활을 거의 못하는 수준이 된다면 중독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가한 시간에 소액으로 잠깐 즐기는 것은 중독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도박을 하면서 직장을 팽개치고 능력보다 더 많은 거액의 돈을 쓴다면 그것이 문제가 된다.

현재 통계를 보면 20대 이상 성인층 중 도박 중독의 소지가 있는 이들이 5.4%로 약 207만명 정도 된다. 그 중 당장 치료가 필요한 이들이 현재 57만명 정도 된다. 약 1.5%가 도박 중독자인 셈이다. 이들은 앞서 말한대로 생업을 팽개치거나 능력에 넘치는 돈을 도박장에 내놓는 이들을 말하는 것이다.

▲ 황현탁 원장은 '예술치유프로그램'으로 도박의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도박에 쉽게 중독되는 것일까?

여러 학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대략 이렇게 정리가 된다. 놀이의 재미와 자극, 돈을 땄을 때의 쾌감, 그리고 사교의 한 측면. 사실 도박을 시작한 이들을 살펴보면 재미로, 사교로 시작한 이들이 많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과거에는 상갓집에서 밤새 고스톱을 치는 것이 일상적이었잖나. 사교를 위해서라면 화투나 카드 정도는 해야한다고 인식됐고. 그렇게 발을 들여놓고 재미에 빠진 것이다.

도박을 하다보면 분명 확률이 낮음에도 허황된 기대를 가지게 된다. 수많은 돈을 탕진하고도 한번만 성공하면 그 모든 실패를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한번만'이라는 생각이 잘못된 신념으로 이어지면서 모든 것을 거는 게 바로 도박 중독자의 모습이다.

많은 이들이 도박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고, 그 치료를 위해 이런 센터도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가가 병주고 약주고 하는 것 아닌가? 아예 막을 방법은 없나?

완전히 막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도박은 고대부터 존재했고 인간의 욕망과 관련된 것이기에 막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스포츠토토, 경륜, 경정, 카지노, 경마, 소싸움, 복권 등 7가지는 합법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이들이 거둔 매출이 20조 7천억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불법 도박의 매출이 더 높다는 것이다. 84조원이었다. 정리하면 지난해 100조원의 매출 중 불법 도박의 매출이 84조원으로 거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불법 도박이 매출액이 더 높은 이유가 뭘까?

아무래도 합법적인 도박은 공적 이익금 등으로 나가는 돈이 많다. 그에 비하면 불법 도박은 나가는 돈이 없다. 경마장이나 경륜장도 돈을 들여 짓지 않나. 하지만 불법 도박은 관리비 등이 일절 없기 때문에 들어오는 돈 자체가 이익이다. 그러다보니 합법적으로 운영하려해도 점점 불법 도박으로 변질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최근에 가장 큰 문제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도박장에 가지 않고 자기 집에서 아무때나 도박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도박중독자 현황을 보면 카지노 등 합법 사행산업이나 카드, 화투, 성인오락실 등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온라인 도박은 부쩍 늘어났다. 비율을 봐도 2014년 47.1%, 2015년 60.0%로 늘어났고 올해 7월에는 67.4%까지 늘어났다. 

또 하나는 중독자의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고 특히 중고등학생들이 도박 중독자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청소년의 1.1%가 '문제 수준', 4.0%가 '위험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들도 단순히 인터넷에서 '뽑기 게임'등으로 시작을 했는데 어느 순간 그 도박에 빠져든 것이다.

결국 12만명의 청소년이 도박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뜻이다. 또 이들이 접하고 있는 것이 온라인이고 온라인을 통해 도박에 노출됐다는 점은 온라인이 결국 청소년 도박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런 부분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불법 도박'이라고 규정짓는 부분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카지노가 합법화된 곳에서 도박을 해도 '불법 도박'이라는 의심이 생기고 단순히 도박을 했다고 해서 법을 위반했다고 보기에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정부에서 허용하는 장소, 허용한 한도, 허용한 방법 이외는 불법이다. 마카오나 라스베가스에서 도박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곳에서 놀이를 하려면 외화가 있어야하는데 그 외화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가져가지 않으면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정해진 한도를 넘기면 이 역시 불법 도박이 된다. 가령 복권 같은 경우 10만원이 제한선인데 만약 30만원을 하게 되면 이 또한 불법으로 처벌받게 된다.

그런데 이런 부분들을 일일이 확인하기가 어렵지 않나?

맞는 말이다. 일일이 감독하기도 어렵고 법률적으로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도박으로 걸린 이들이 오히려 도박장을 상대로 소송을 걸고 승소까지 한 사례가 있기도 하다. 즉, 도박장 측이 한도가 넘는 경우 제재를 가해야하는데 그냥 내버려뒀기에 도박장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최근에 서양에서는 '책임 도박'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운영자가 도박하는 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뜻이다. 일례로 영미권의 어느 곳에서는 회원들에게 신용카드 사용 내역과 같은 ‘게임활동 내역서’를 제공하고 ‘절제하라(Stay in control)' 구호를 사용한다. 야외에 게임기를 놓지 않고 고객이 술에 취했다고 생각하면 술을 제공하지 않는 규칙도 있다.

호주 같은 곳에서는 고객을 관찰하는 전담 직원이 있다. 이 전담직원은 문제도박상담사 입회하에 자발적으로 게임장을 출입하거나 도박하지 않겠다는 희망자와 인터뷰를 한 후 자진퇴출약정을 맺는다. 이는 출입 및 게임금지는 물론 직원이 출입을 중단시키거나 퇴거시킬 수 있고 최대 24개월까지 출입금지를 시킬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퇴출자들의 규정을 어기면 제재를 가하고 한도를 넘겨 칩을 사려는 이들에게 조언을 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다. 

▲ 도박 중독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힌 황현탁 원장

문체부에서 주로 해외 문화파트에서 활동을 많이 했다. 그런데 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을 맡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2008년도에 공직에서 물러난 뒤 카지노협회 부회장을 맡은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직을 맡으면서 카지노뿐만 아니라 다른 도박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도박으로 인한 문제들을 보게 됐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를 생각하며 외국의 사례들을 보고 자료를 모으고 책을 쓰게 됐다.

그래서 나온 책이 <도박의 사회학>이었는데 이 책 때문에 사실 지난 2012년도 서울의 한 자치구청장 선거에서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안다.(웃음)

참 원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져서(웃음)... 당시 상대 후보가 "(황현탁 후보가) 단체장이 되면 우리 지역은 도박판이 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내 책은 도박을 막자는 의도였는데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온 거지.

하필이면 내가 출마한 지역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었고 거기에 내가 또 카지노협회 부회장을 지내기도 했잖나. '그게 아니다'라고 말하기가 참 어려웠다. 오해도 많이 받았고 피해도 많이 입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은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지만(웃음)...

지난 해, 선친이 생전에 책으로 묶어 내고 싶어하셨던 글들을 책으로 출간했다. 나도 읽어봤는데 참, 감동적이었다. 선친의 교육열이 지대하셨기에 아들 셋을 고시에 합격시켰고(사시2, 행시1),시골에서 농사나 짓기에는 참 아까운 훌륭한 지식인이셨다. 선친의 영향을 많이 받으셨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버님이 교사를 하셨는데 원래는 교사를 하실 생각이 없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해방을 맞고 한국전쟁이 나고 혼란한 일이 계속되다보니 원치 않으신 교사직을 하신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는 아버님이 시대를 잘못 만나셔서 당신께서 뜻하신 바를 이루지 못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장남인 내가 나아가는 모습을 보시긴 하셨지만... 아버님은 그렇게 못하셔도 우리들이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4년 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많은 분들이 센터를 알지 못한다.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센터를 홍보하기 이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루트를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도박 중독으로 고통받는 당사자와 가족, 지인들이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국번없이 1336으로 전화를 하면 상담을 받을 수 있고 11개 지역센터, 21개 민간상담기관(2015년 기준), 사행산업체 상담실, 병의원 및 정신건강증진센터 등과 연결해 필요시 연계서비스를 제공하는 '헬프라인'도 마련되어 있다. 1336 헬프라인을 통해 도박 중독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것이 현재로서는 급선무다.

아울러 도박 중독은 피해를 보기 전에 미리 예방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방 활동을 더 열심히 해 많은 이들이 중독에 빠지지 않고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사실 여기 오기 전 문화예술 쪽 원고를 모아 책을 만들 준비를 했었는데 막상 오니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 문화예술을 치유과정으로 운영하면서 난타 공연팀, 합창단 등을 지원하고 문화 활동을 통한 치유 활동을 많이 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