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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결국 돈으로 예술인들 옥죄겠다는 것"
'블랙리스트의 시대,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토론회 열려, 박원순 "예술인 탄압은 경제 쇠퇴로 이어져"
2016년 11월 10일 (목) 18:42:04 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

'검열'과 '블랙리스트', 그리고 최근 시국선언과 관련한 문화인들의 목소리가 지난 9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울렸다.

이날 오전 시민청 태평홀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시국선언, 그리고 검열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인 '블랙리스트의 시대,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마련됐다. 이 토론회는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예술공감> 토론회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 9일 열린 '블랙리스트의 시대,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토론회

토론회는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사회로 지난해 국립국악원 검열 사건의 당사자인 신현식 앙상블 시나위 대표와 블랙리스트에 오른 뒤 광화문 광장에서 텐트 농성을 하고 있는 노순택 사진작가,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소설가 한창훈, 시국선언에 동참한 연극평론가 김미도, 부산국제영화제를 보이콧한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했다.

여는 발언에서 노순택 작가는 "뜬금없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시대"라면서 "각자의 표현으로 발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고 김미도 평론가는 "연극계는 계속 투쟁의 연속이었다. 검열로 1년 반 이상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심의위원으로 검열의 만행을 직접 겪었다"고 밝혔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작가인 한창훈 소설가는 "50대까지 농성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업보인가보다. 블랙리스트라는 게 새로운 것이 없다. 결국 40년을 감금당한 셈"이라고 말했고 신현석 대표는 "국악계가 사제지간 등 거미줄 관계로 엮어 있어 문제가 있어도 목소리를 못 내는데 이번에 국악계도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연대를 이루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말했으며 연상호 감독은 "지금이 시국선언을 해야하는 시기잖나. 국민의 입장에서 시국선언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 신현식 대표와 노순택 사진작가

이날 신현식 대표는 지난해 국립국악원 검열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국악과 연극의 콜라보 공연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연극적 요소를 빼라'는 국악원의 말을 듣게 된다. 당시 연출을 맡은 박근형 연출가를 제외시키라는 것이다. 

신 대표는 "음악이 안 들린다, 대사가 전달이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고 리허설조차 보지 않고 무조건 빼라고 했다"면서 "그 이후로 많은 예술인들이 국립국악원 공연을 거부했고 국악원은 자체 인원으로 공연 일정을 짰다. 예술인들은 없어도 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의 경우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면 힘들게 만들어야한다. 지원에서 탈락한 이들 사이에서 '블랙리스트'가 있었다는 소문은 전부터 돌았다"고 말한 뒤 "지금 부산국제영화제를 보면 보복이라는 것이 눈에 확 보인다. 정치 풍자 영화를 '제한상영가'로 놔둔 것 또한 의도가 명확히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영화제를 부산만큼 재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라며 부산국제영화제 독립과 검열 철폐를 주장했다.

   
▲ 한창훈 소설가와 김미도 연극평론가

김미도 평론가는 "뜻밖에도 블랙리스트에 내 이름이 없었는데 아마 '심의위원 블랙리스트'를 따로 만들었을 것 같다"고 말한 뒤 "심의위원을 아예 정부 말을 잘 듣는 이들로 편성해 시비 거리를 없애려했고 사업을 아예 없애거나 바꾸는 식으로 소극장 지원을 막았다. 서울문화재단이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문화위 정책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현경 선생이 올해 연기 인생 60주년을 맞아 그의 대표작인 <봄날>을 선보이려했는데 공연을 막았다. <봄날>을 연출한 분이 블랙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작품이 올라갔는데 오현경 선생이 <봄날>에서 보여준 아버지 역할의 절정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노순택 작가는 "정부가 예술인들을 만만하게 보고 있다. 블랙리스트란 한 마디로 '돈 주면 안 되는 이들'이다. 결국 예술가를 돈으로 옥죄겠다는 의미이며 가장 약한 이들을 장악해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것이다"면서 "비판이 오히려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한다. 시민과 함께 공공의 힘으로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과 연상호 감독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박원순 시장은 시네마테크의 예를 들면서 "서울시가 계획을 이야기해도 문화부는 관심이 없다. 대한항공 부지에 호텔을 짓는다는 것을 반대했는데 대한항공 사장이 그곳에 K익스피리언스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게 차은택과 연결되는 것 같더라. 국정농단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연극제 당시 아르코예술극장 대관이 거부된 이유가 박장렬 서울연극협회 회장이 블랙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인 것 같다고 밝히면서 "블랙리스트로 인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서울시가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이 창조경제를 하면 잘 할 것이다. 탄압은 결국 문화는 물론 사회, 나아가서는 경제를 쇠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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