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예술가” 개가 들어도 웃는다"
“블랙리스트 예술가” 개가 들어도 웃는다"
  • 조문호 사진가
  • 승인 2016.11.1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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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호 사진가

요즘 어처구니없는 일을 너무 많이 본다.

하루가 다르게 터져 나오는 박근혜 정권의 갖가지 부정과 비리에 차마 입을 다물 수 없다. 그중 문화예술인을 탄압한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문화예술계가 일파만파 들끓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탄압은 군사정권 때부터 내려 온 오래된 짓거리다. ‘예술인총연합회’란 단체가 태어날 무렵, 배후에서 조종한 세력이 있었던 것도, 그 조직을 통해 예술인들을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아부 잘 하는 예술가는 승승장구했고, 입바른 예술가들은 사정없이 밀려났다. 그 독재에 저항해 온 예술가들이 ‘민족예술인총연합회’를 만들었다. 민중미술과 더불어 탄생한 ‘현실과 발언’ 동인들의 직설적인 표현은 매서웠다. 바꾸어 생각하면 군사정권이 우리나라 민중미술을 꽃 피웠다 할 수도 있겠다.

69년에는 신상옥감독의 ‘내시’란 영화가 음란하다는 이유로 입건되기도 했고, 1970년에는 김지하시인이 ‘오적 필화사건’으로 구속되었다. 75년에는 공연 정화대책이란 걸 발표하면서 수백 곡의 대중가요를 금지시킨 일이 벌어졌다. 문제는 별 것도 아닌 가사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다. 이장희의 ‘그건 너“는 책임전가로, 송창식의 ’왜 불러‘는 반말이라는 이유로, 한 대수의 ’물 좀 주소”는 물고문을 연상시키는 이유라는데,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던가?

그리고 87년에는 신학철화백의 ‘모내기’그림이 북한 찬양죄로 압수, 입건된 일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터져 나온 블랙리스트 명단 역시, 그처럼 슬픈 코메디에 다름 아니다. 블랙리스트란 독일 히틀러나 일본제국주의에선 학살예비자명단이 아니던가. 과거 군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이런 치졸한 예술인 탄압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하기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례들이 쏟아져 나온 걸 보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예술에 대한 각종 지원 사례를 보며 진작부터 낌새는 차렸으나, 설마 그렇게 몰상식한 짓을 하진 않을 거라는 위안도 마음 한구석에 깔려있었다. 그러나 그게 현실로 드러나며, 모든 예술인들이 충격 받고 말았다.

그 뿐 아니었다. 부당한 예술 검열 사례도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 문체부의 치욕적인 인사 조치와 주요 문화정책사업의 예산 몰아주기 등 문화행정의 갖가지 파행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 안에는 강남아줌마란 여성이나 더럽혀진 이름의 운동선수와  CF감독, 최순실, 차은택, 김종 문체부 차관의 인맥으로 분탕질 된 것이다. 이러한 모든 일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 없이 진행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제 입맛에 따라 예술인을 낙인찍어 문체부로 내려 보냈으나, 예술인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로 차관이 날아갔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문체부 전·현직 공무원의 증언으로는 “청와대에서 재작년 중반부터 문화계 인사들을 분류한 명단을 문체부 예술국에 내려 보내 좌파 인사에 대한 지원을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지난 10월12일 공개된 예술인 블랙리스트 명단으로 예술인들은 분노해 일어났고, 18일에는 ‘예술행동위원회’에서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란 기자회견을 열며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어 11월 4일에는 문화예술인들이 시국선언에 나서며, 광화문광장을 캠핑촌으로 만들었다. 끊임없이 ‘블랙리스트 페스티벌’과 시국 좌담회를 열며, ‘허수아비 박근혜를 풍자한 그림들을 그리는 등 갖가지 행위예술로 저항하지만, 알고도 모른 채, 묵묵부답이다.

문화융성이란 기치를 문화파탄으로 이끈 박 정권은 이제 그만 내려와야 한다. 하잘 것 없는 모리배들의 농간에 문화융성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지만, 농단에 의해 중단될 성질이 결코 아니다. 관련자 처벌과 함께 새로운 적임자를 찾아 개혁해야 할 우리의 당면 과제이고, 기회이기도 하다.

더 이상 광화문 캠핑촌에 웅크려 자는 예술가들과 거리에서 퇴진을 외치는 예술가들의 외침을 외면하지마라. 그만 고생시켜라, 문화파탄의 주체인 조윤선 문체부장관과 정관주 국민소통비서관을 처벌하고, 그 중심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