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악방송 '바투의 상사디야' 진행자 바투 "국악 모르는 분들이 방송 계속 들어주는 것이 성공"
[인터뷰] 국악방송 '바투의 상사디야' 진행자 바투 "국악 모르는 분들이 방송 계속 들어주는 것이 성공"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11.1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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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잉과 국악의 결합으로 전 세계가 국악 디제잉에 열광하는 꿈 꿔, 다양한 분들 국악 좋아해서 기뻐"

'국악과 디제잉의 만남', '국악의 컬투', '이런 국악 처음이지, 국악으로도 신나게 뛰어 놀자'

지난달 10일부터 월~금 오후 2시에 방송되는 '바투의 상사디야'는 기존의 국악방송 프로그램과 다른 '파격'을 내세웠다. '코믹 버라이어티 판소리'로 이름을 알린 바투가 진행을 맡고 빠른 국악은 물론 국악과 디제잉의 결합을 추구하는 색다른 시도는 국악방송에 대한 일반인들의 선입견을 벗겠다는 데 큰 의의를 둔 모습이었다. 

▲ 국악방송 '바투의 상사디야'를 진행하는 바투 (사진제공=국악방송)

문득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패기와 색다른 시도로 국악의 대중화, 나아가서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국악을 만들고 싶어하는 이들의 생각을 직접 듣고 싶었다. 생방송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 그들을 만났다. 조금 먼저 도착한 소리꾼 이상화가 인터뷰장으로 오는 소리꾼 김봉영을 보자마자 "신분세탁했어"라고 반갑게 맞이한다.

그도 그럴 것이 김봉영은 인터뷰 전날 결혼식을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국에 왔다. "오늘 인터뷰를 위해 신혼여행도 미뤘다"는 김봉영의 너스레로 인터뷰 분위기는 조금은 들뜨게 진행됐다. 하지만 그가 신혼여행을 미룬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그 이유는 인터뷰 내용에서 확인하시길 바란다.

인터뷰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흥겹게 진행됐다. 그렇지만 '죽어있는 장르'로 인식되어가는 국악을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국악을 외면하는 이들에게 국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하는, 느리고 어려운 음악만 나오는 방송을 쉽고 재미있고 흥겨운 음악이 나오는 방송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그래서 국악을 모르는 이들도 자신들의 공연과 방송을, 국악방송을 계속 듣게 하고픈 바투의 진심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바투'를 소개하자면

이상화(이하 '이') : 바투는 순 우리말로 '가깝게'라는 뜻이 있다. 이해하기 쉽게 대중들에게 우리 음악을 알리고 싶다는 의미에서 만들었고 공연을 주 활동영역으로 두다가 이번에 '바투의 상사디야'가 편성되면서 라디오 활동을 겸하고 있다. 저는 소리꾼 이상화다. 판소리를 전공했고 주로 전통판소리를 하지만 창작 영역에서 활동하며 국악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기도 하고 작창 감독도 하고 있다.

김봉영(이하 '김') : 소리꾼 김봉영이다. 마찬가지로 전통판소리를 전공했다. 바투라는 이름처럼 전통판소리가 대중화를 이루지 못하고 고립된 장르로 존재하는 것을 타파하고자 팀을 만들었고 대중에 친근하게 창작을 하기도 하고 전통판소리도 하면서 직접 작품을 써서 공연을 올리고 있다. 마침 이번달 16일에 공연이 있다.

: 어? 공연홍보?(웃음)

: 남산국악당에서 <눈 먼 사람 : 심학규이야기>라는 창작 판소리 드라마다. 심청전을 재해석한 작품인데 제가 직접 쓰고 출연도 한다. 정말 좋은 작품이다(웃음). 

두 분은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나?

: 봉영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나왔고 저도 거기에 가려 했는데 떨어져서(웃음) 추계예술대학교에 갔다. 원래부터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같은 분야에 있다보니 우연찮은 계기로 만나 팀을 이루게 됐다.

마침 재미있고 재치있는 사람들과 모여보자는 생각으로 둘이 모였고 기획과 프로듀서를 하고 있는 한 명이 모여 작은 팀을 만들었다. 공연 때 연주자가 필요하기에 객원으로 5~6명의 세션이 움직이는데 바투 시작부터 지금까지 쭉 하고 있다. 꾸준히 팀처럼 움직이고 있다.

: 5~6년 전부터 시작해 2012년에 남산국악당에서 초연을 했다. 그 이후로 각종 공연과 행사도 하면서 활동해왔다.

보도자료를 보면 '국악의 대중화'를 넘어 '국악의 코믹화'를 내세우고 있다.

: 아예 소주제에 코믹이 들어간다. '코믹 버라이어티 판소리'라고 이름지었다. 웃음이라는 것은 관객들에게 가장 근접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매개가 아닌가. 코믹함으로 작품을 해온 것 같다.

: 이는 곧 판소리에 충실하자는 의미도 된다. 판소리를 보면 그 안에 풍자와 해학이 있다. 풍자와 해학을 잘 풀어내면 웃음이 되고 그 웃음이 사람의 마음을 보듬는다. 우리가 주는 웃음은 그냥 웃고 마냥 까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는 시대와 사회를 직시하면서 이를 웃음으로 풀어보자는 것이다.

첫 공연에서 우리 아이디어를 작가가 수렴해서 썼는데 도둑과 형사의 이야기다. 그런데 도둑 캐릭터는 의적인 반면 형사는 좀 어리숙하고 일도 대충대충 처리하는, '저게 형사 맞나' 라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였는데 그 공연을 본 작가와 PD가 그 캐릭터로 해보자고 해서 매일 도둑과 형사가 시사를 풍자하는 '바투버트' 코너로 만들어졌다.

▲ 소리꾼 김봉영(왼쪽)과 소리꾼 이상화로 구성된 바투는 국악과 디제잉의 조화를 통해 전 세계 젊은이들이 국악에 맞춰 흥겨워하는 모습을 꿈꾸고 있다 (사진제공=국악방송)

초연 때 반응은 어땠나

: 포스터부터 사람들이 보고 싶게 만들고 싶었다. 도망가고 쫓는 스타일로 포스터를 만들었는데 국악에서 그 느낌의 포스터는 그동안 없었지 않나. 포스터를 보고 기대를 가지고 오신 관객들이 우리의 시너지를 신선하게 보고 싶게 만들만한 국악에서 그 느낌의 포스터는 없었는데 기대치 가지고 오신 관중들이 두 사람의 시너지를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재치발랄, 끌어가는 에너지, 소리의 다각화를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좋은 반응을 보여주셨다.

: 판소리와 힙합의 비트를 이용한 음악을 만들려했고 이를 활용해 끌어가려고 했다. 힙합의 비트를 이용해서 힙합이 가지고 있는 저항적인 느낌도 담아보자고 생각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불금N국악'이라는 코너를 하는데 DJ록시와 함께 국악을 디제잉해서 클럽에서 나올 듯한 음악으로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국악과 디제잉의 조합, 말처럼 쉽지 않을텐데

: 디제잉 하는 분들을 만나기 쉽지 않았다. 국악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하기에 적임자를 쉽게 구할 수 없었는데 DJ록시가 도전해보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설레이기도 했고 작품이 잘 나올까 걱정되기도 했다.

DJ록시도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보니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할 지를 이해하더라.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서양의 디제잉을 하는 이들이 '어? 이런 소재로 음악을 만드네. 국악이라는 소스를 내 음악에 써볼까?'라고 생각할 정도까지 된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국악을 디제잉한 곡에 열광하고 국악을 낯설게 여기지 않는다면 멋지지 않을까라는 꿈을 꾼다. 

: 디제잉과 국악이 만난다는 게 사실은 불가능할 수 있었다. 워낙 특성이 다르니까. 디제잉은 젊은이에게는 아주 익숙하고 필수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국악이 저변을 확대하려면 이런 음악과 만나야하고 요즘 친숙한 음악과 국악이 만난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분명히 디제잉과 국악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생각이지만 한편에서는 국악의 격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 격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은 인정한다. 국악 자체가 완전체인데 일부분을 소스로 쓰고 분해를 시킨다는 것은 훼손이 맞다. 그러나 그 과정 없이는 지금 젊은 사람들에게 맞는 완전체가 나올 수 없다.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본다. 격을 떨어뜨린다는 말이 나와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디제잉'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 '디제이' 이야기를 해보자(웃음). 섭외가 들어왔을 때 느낌이 어땠는지

: 섭외를 받았을 때 기분이 좋았지만 잘 할 수 있을지, 어떻게 잘 전달할 지 고민이 됐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야 행복하다'는 좋은 글귀가 있지만 그건 책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고(웃음). 어떻게 하면 더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그 부분에 책임감을 갖고 고민하며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상화씨와 함께 한다는 것부터 좋았다. 바투를 결성할 때 우리끼리 '라디오 진행하면 참 재밌겠다'라고 농담을 하고 그러면서 DJ를 상상했는데 제안이 들어오니 아무리 공연 일정으로 바쁘고 힘들어도 정말 놓치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언제까지 할 지는 모르지만 한번 한다면 바로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하게됐다.

프로그램 소개에서 '국악의 컬투'라는 표현을 봤는데 그 시간이 바로 '컬투쇼'가 방송되는 시간이다. 맞대결을 하게 됐는데(기자 주 : '두시탈출 컬투쇼'는 현재 오후 2시대는 물론 전체 라디오 청취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  주변에서도 시간 편성 걱정을 해주셨는데 우리는 걱정 안 한다. 게임이 안되니까(파안대소). '컬투보다 재밌다'는 문자 메시지가 종종 오는데 올 때마다 '뻥치지 마라', '어머님이 보내신 거 아니냐' 이런 멘트를 하고 아예 '컬투쇼가 더 재밌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분들은 예능과 방송의 전문가들 아닌가. 재미를 따라가려면 범접할 수 없다. 간혹 바투라는 이름이 컬투를 겨냥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듣는데(웃음) 그런 말 나오면 사실 재밌다. 이렇게라로 컬투와 어깨를 나란히 하니까.

: 우리는 예능인이 아니라 소리꾼인데 그분들처럼 웃기고 재미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길이 아니잖나. 바투가 추구하는, 친숙하게 국악을 전한다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국악방송이 클래시컬하다보니 친근하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은데 아직 우리는 젊고 어리기에 이번에 국악을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든 것 같다.

국악을 가르치기보다는 알고 있는 것을 공유하고 재미있게 소개하면서 국악을 모르는 이들도 같이 즐기는 쪽에 방향이 맞춰져 있다. 컬투와 엮어지는 것은 재미있지만 방향은 다르다. 

▲ '바투의 상사디야'는 오후 2시 청취자들을 흥겨운 국악의 세계로 안내한다 (사진제공=국악방송)

다양한 코너들이 매일매일 준비되어 있다. '상사디야 노래방'이 수요일에 있던데

: 노래자랑은 워낙 라디오에서 많이 해서 새로운 게 없는데 참여하시는 분들이 새롭게 만든다. 봉영씨도 기억나지? 광주에 계시는 젊은 분이 시내버스 안에서 심청가 중 '중타령'을 부르시던 거. 전화기 손으로 막아가며(웃음). 어떤 분은 국악 관련 기획을 하시는 분인데 행사 준비하고 사람들 맞이해야하는 시간에 밖에서 노래 부르고 식당에서 요리하다가 부르는 분도 있었다.

: 길거리에서도 부르시고 택시 기사님이 차를 세우고 부르시기도 했다. 의외의 장소에서 노래자랑에 응하신다. 국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 : 학교 선생님이 수업하다가 노래부르면서 아이들보고 '사랑가'를 불러보라고 하기도 했다.  바다 어선에서 노래를 부르겠다는 분도 나왔다. 다음엔 어떤 장소가 나올지 궁금해진다(웃음).

: 우리는 국악하면 죽어있는 장르라고 생각하잖나. 노래자랑이라는 포맷이 비록 새롭지는 않지만 사실은 국악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증명해보일 수 있는 자리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국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청취자에게 알리기만 해도 성공이다.

방송을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한 달 동안의 변화가 있다면

: 처음엔 적응하기에 바빠서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고 시간을 맞춰서 진행해야한다는 것이 어려웠지만 점점 호흡이 맞아가고 서로가 어느 부분을 맡을 지를 나누게 되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법도 알게 됐다. 매주 화요일마다 젊은 신예 예술가를 소개하는 코너가 마련되는데 스피드퀴즈 형식 등을 통해 빠른 시간 동안 예술가에 대해 알려주는 부분도 보완하는 등 프로그램을 더 생각하게 된다.

: 일단 적응이 되니 뭔가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고 코너들을 하나로 고착화시킬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통한 새로운 양식을 만들 수 있게끔 고민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국악과 전혀 관련없는 사람들도 들을 수 있을까.

물론 국악방송을 즐겨 듣는 애청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분들 안에서만 하려고 하면 한계가 있다. 국악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까지 듣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해본다. 살짝 적응이 되니까 그 생각이 드네(웃음). 

바투로서의 목표, 그리고 '바투의 상사디야'의 목표는

: 내년에 드디어 바투 2를 선보이게 된다. 준비 중에 있다. 작가진과 연출진을 만나 회의를 하고 있다. 이제 무대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바투의 상사디야'는 방송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즐거운 국악을 선사하는 것이 역할인 것 같다. 일개 진행자가 뭘 하겠는가 할 수 있지만 자리에 않는 동안은 열심히 하고 싶다.

: 이름에 충실하고 싶다. 바투 외에도 개인 작업도 하고 다른 팀과도 작품을 하는데 각자 성격이 다르다. 이미지를 강조한 것도 있고 전통판소리도 있고 성격이 각각 다른데 바투만큼은 말 그대로 '가까이'에 있으면 좋겠다.

일반인이 국악을 봤을 때 한번에 가까워지고 친숙해지는 국악이 됐으면 좋겠고 방송 또한 국악 애청자는 물론 국악을 모르는 이들도 자꾸 듣고 자꾸 국악에 대해 궁금해하고, 그 중재자의 역할을 한다면, 그 역할까지만 충실히 한다면 '바투의 상사디야'는 성공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