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의 포토 에세이 11] 서울의 노점상
[천호선의 포토 에세이 11] 서울의 노점상
  • 천호선 전 쌈지길 대표
  • 승인 2016.11.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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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서울시립미술관은 ‘사진아카데미-서울, 오늘을 찍다’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개설하였다. 1년간 서울 곳곳을 찍고 전시회와 도록으로 마무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대도시 현대 서울의 암영으로 존재하는 노점상을 주제화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마도 집 근처 경복궁역 버스 정거장 근처에 쪼그리고 앉아 곡식, 나물 등 먹거리를 파는 할머니가 떠오른 것이다. 가끔 땅콩 등 군것질을 사기도 하고 할머니 모습을 찍기도 해서 목인사를 하는 관계가 된 지 몇 년이 되었다.
     
그 할머니의 하루 일과 전체를 촬영해서 할머니의 희노애락, 즉 삶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으나, 본인이 꺼려해서 성사되지 않았다. 대신 서울시내 노점상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기로 하였다.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하는 상인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물건을 사며 친근한 대화를 나누다보면 거부감이 해소되었고, 적극적으로 포즈를 잡아주는 고마운 사람들도 있었다.  
 
일년동안 노점상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그들의 삶을 엿보는 목격자, 또는 19세기 파리의 ‘플라뇌르’(도시의 산책자)가 된 듯한 짙은 문화적 감흥을 맛보았다.

내가 본 노점상들은 주변의 고층빌딩, 명품샵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생업에 충실해 보였다. 현실적 고달픔의 무게만큼이나 강한 삶의 의지를 갖고 있으니, 이들은 결국 서울의 암영이 아니라 명암으로 존재하며 현대 서울의 양면성을 집약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