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Book]천상의 소리를 짓다
[Art & Book]천상의 소리를 짓다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6.11.21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르겔바우마이스터 홍성훈의 예술세계, 김승범 著, 생각비행 刊

오르겔(Orgel)은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관을 음계에 따라 배열하고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건반 악기를 의미한다. 국내에선 ‘오르간’ ‘파이프 오르간’ ‘풍금’ 등의 명칭으로 통용된다. 

오르겔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큰 성당이나 교회,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콘서트홀 등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악기다. 아직은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악기지만, 서양에서는 ‘악기의 왕’으로 불린다.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형태의 악기이기도 하거니와 장엄하고 웅대한 오르겔 한 대가 수십, 수백 가지의 소리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 오르겔바우마이스터 홍성훈

<천상의 소리를 짓다>(생각비행刊,224쪽,18,000원)는 오르겔바우마이스터(오르겔 제작 장인) 홍성훈의 삶과 작품 세계를 13년간 기록한 사진작가 김승범의 사진집이자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오르겔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인문서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서양의 악기에 한국의 소리를 담으려 노력해온 마이스터 홍성훈의 땀과 고뇌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지은이 김승범은 2003년 4월 덕수궁에서 홍성훈을 처음 만났다. 당시 44세의 활기 넘치는 홍성훈은 영락없는 예술가의 모습이었다. ‘오르겔바우마스터’라는 직업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는 생소하고 드문 터라 사진작가로서 본능적 관심이 발동했다. 첫 만남의 인연을 시작으로 김승범은 13년간 홍성훈의 삶과 작품 세계를 기록했다. 

▲김승범 저<천상의 소리를 짓다>(생각비행刊,224쪽,18,000원)

홍성훈은 독일에서 오르겔 제작에 투신해 독일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앞만 보고 달렸다. 만 12년 반이 지난 어느 날, 그는 오르겔바우마이스터라는 직함을 가슴에 안게 되었다. 독일에서 마이스터가 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고 기회도 잘 주어지지 않는 일이어서 보통 명예로운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바쳐 노력한 끝에 독일에서 순탄한 삶을 보장받았으나 홍성훈은 모든 것을 마다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서양의 악기가 아닌 ‘한국적 오르겔’을 만들고 싶었다. 독일에서 마이스터 도제 과정을 밟기 전,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세운 흥사단에서 사물놀이, 봉산탈춤 전수 등의 활동을 한 이력과 주체할 수 없는 끼를 서울시립가무단(현 서울뮤지컬단)에서 발산하기도 했던 청년 홍성훈의 몸속엔 이미 한국의 신명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르겔 제작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홍성훈은 18년의 세월 동안 한 대씩 한 대씩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오르겔을 지어왔다. 그가 만드는 오르겔 소리는 마음을 내려놓게 하는 천상의 소리이자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소리이기도 하다. 

한편 책 출간을 기념해 오는 12월1일 오후 7시30분에 종로 청운동 소재 새사람교회에서 께 홍성훈 마이스터의 ‘천상의 소리를 짓다’ 북토크콘서트가 열린다.

오르겔 연주와 함께 진행되는 토크콘서트는 김민웅 목사(경희대 교수)의 사회로 이상만 음악평론가, 장우형 장신대 교수, 김동철 한국전통문화의전당 원장,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대표가 패널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