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의 비평의 窓]문화융성 초토화, 바탕화면 다시 깔고 새 출발해야
[탁계석의 비평의 窓]문화융성 초토화, 바탕화면 다시 깔고 새 출발해야
  •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 승인 2016.11.2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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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협회 재정비로 예술가들 위한 실질적 기능 살려야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최순실, 차은택 게이트로 문화융성이 초토화돼버렸다. 그러나 언제까지 망연자실, 먼 산만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문화예술계를 온통 뒤덮은 기름띠를 제거하고 복원하는 재난(災難)수습이 남았다. 말할 수 없이 참담하고 고통스럽지만 이를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그동안 수십년간 켜켜이 쌓여 온 적폐(積幣)를 씻어내고 말끔하게 해소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한다. 국격(國格)은 심하게 훼손되었고, 장사논리로 망가진 문화계를 복원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앞에 온 숙명과도 같은 과제로 여겨야지 어찌하겠는가.

무엇보다 순수예술을 살리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정책의 기본이란 개념부터 다시 설정했으면 한다. 가만두어도 잘 굴러가는 대중문화에 창조경제, 문화융복합 같은 모호한 아젠다를 세워놓고 장사꾼들과 협착해 엄청난 비리를 저질렀으니 다시 반복될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테면 일정 온도(溫度) 이상이 되면 센스가 작동하는 전자감응 장치같은 것을 문화계가 개발할 수는 없을까. 지금의 신문고는 도로묵 시스템이어서 문제를 일으킨 해당 부서(副署)로 이관되는 고장 난 저울이요, 찢어진 동네북일 뿐이다.

아울러 블랙리스트 같은 저급한 탄압이 존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번 최순실, 차은택 게이트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직격탄을 맞았다. 따가운 비판과 자존심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겸허한 자세로 예술가들과 소통의 대화를 열어갔으면 한다.

잘못된 것을 되풀이 하는 역사는 나라를 망하게 한다. 형식적 관료주의, 오만한 권의주의, 낙하산으로 내려 꼽은 파행(跛行)의 부절적한 인사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 제 위치, 제 제자리에 놓기 위해서도 대안이 필요하고 그 정책은 탁상에서, 청와대에서, 비선(非線)의 밀실에서 결코 만들어져서는 안된다.

무척 힘겨운 오늘의 상황이지만 그래도 예술가들이 복원에 나서야 한다. 치고나가는 혁신의 힘이 없는 예술은 죽은 예술이다. 이제 정신을 차리고 우리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 나갔으면 한다. 그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새롭게 바탕화면을 깔고 지혜로 풀어가야 한다.

시민들도, 국민들도, 이제 문화에 눈을 뜨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좋은 문화를 가꾸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천경자, 이우환 화백의 가짜그림 소동처럼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는 우리 안의 문제도 털어내야 한다. 이런 후진적 현상을 우리 스스로가 떨쳐 버리는 힘을 기르지 않는 한 불미스러운 일은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진정한 예술인들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기구나 협회, 예술단체도 감투만 쓰고 있지 말고 실행력이 있는 능력자에게 자리를 주는 재정비가 필요하다.

예술이 죽으면 사회의 부패(腐敗) 속도는 빨라진다. 참으로 문화융성의 첫 단추부터가 잘못 끼워져 오늘에 이르렀지만 지금부터라도 정신문화, 품격 문화가 살아나도록 판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한낱 오락, 이벤트로 엄청난 돈을 벌려했던 징발적 상황에서 하루속히 탈출하는 것만이 우리가 살길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