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사진가 김문호, ‘성시점경(盛市點景)’전, 갤러리브레송
다큐사진가 김문호, ‘성시점경(盛市點景)’전, 갤러리브레송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6.11.25 0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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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할수 있는 일이 자신에 대한 성찰'이라는 도시의 산책가

우리는 하루에 사진을 몇장이나 보면서 살아갈까? 신문이나 인터넷을 열면 가장 먼저 들어 오는게 사진이다. 사진은 또 하나의 눈으로, 우리 모두 카메라 시선아래 살고 있다. 갤러리브레송이 기획한 ‘사진인을 찾아서’ 11번째 주인공으로 다큐사진가 김문호의 ‘성시점경(盛市點景)’전이 지난 21일 열렸다.

▲ 다큐사진가 김문호

‘사진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자신에 대한 성찰이다.’ 는 그가 도시 곳곳을 찾아다니며 이시대의 갖가지 형상들을 채집하는 모습과 ‘발터벤야민’의 우울한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벤야민이 말한 아우라가 그의 사진 ‘섀도우 (Shadow 2013)’에서 읽혀진다.

우리는 아무리 가까워도 먼 어떤 이미지를 경험할 때가 있다. 어느 여름날 나무 밑 그늘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먼 산을 바라보게 되는데, 그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시각적 현상이 일어나, 아무리 가까워도 먼 경험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아무리 아까워도 멀게 느껴지는 아우라의 경험을 그는 흔적으로 기록한다.

▲ 인더시티, 2013~2016 ⓒ 김문호

인간과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다큐사진의 힘이다. 더군다나 지극히 사적인 것이라서 예술적인 색채까지 띠게 된다. 또한 역사의 목격자로서 텍스트 없는 사회학이다. 그 어떤 삶도 무관심한 눈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은 사진으로 사유하고, 철학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면 사진 안으로 끌려 들어가, 꼼짝 못하게 장악하고 있는 힘을 느낀다. 그는 ‘내가 외로움을 찍었는데 보는 사람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어야 사유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현실을 아름답게 꾸며줌으로써 현실을 덮어버린다면 그것은 사진의 본모습이 아니다. 고뇌하는 청소년, 노동자, 실직자, 노숙자, 산골까지 찾아가는 아파트 건축물등을 보고 있으면 각기 다른 슬픈 모습이 그에게 사유하게 만든다.

▲ 전시판매중인 웨이스트랜드(Wasteland, 2015)

그는 1983년부터 지금까지 ‘도시와 문명’이라는 화두로 우리사회가, 우리역사가 처한 현상에서 이 시대를 상징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 아이콘의 이미지를 붙들어, 현실의 대상을 통해 개인성을 드려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1989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번 전시에는 ‘온더로드(On the road, 2009)’, ‘섀도우, (Shadow, 2013), ‘웨이스트랜드(Wasteland, 2015)’에 이어 계속 진행 중인 ‘인더시티(In the city) 성시점경(盛市點景) 사진도 일부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나간 시간과 현재시간이 이 시대를 비추는 진실한 텍스트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 온더로드 ⓒ 김문호

특히 파노라마 사진은 그에게 의미 있는 작업이다. 한컷 한컷을 스케치북에 그림으로 그려가면서 접근했다. 인간의 흔적을 풍경에서 발견하면서, 역사가 담겨있는 사회적 풍경을 다큐로 끌어올렸다. 그가 진도팽목항에서 찍은 사진은, 바닷물결에서 느낄수 있는 세월호의 한과 아픔을 담기위해 오랫동안 사유하고 아파한 결과물이다.

또한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는 그의 사진을 “이 시대의 직접적이고 평면적인 기록을 넘어서 문명과 사회와 인간에 관한 사진가의 사유가 깃들어 있고, 사실에 대한 기록에서 사유를 바탕으로 하는 예술성을 중시하는 작품”이라고 평하고 있다.

▲ wasteland_전남 팽목항, 2015 ⓒ 김문호

그의 ‘인더시티(In the city)전은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오는 30일까지 이어진다. 총 56점이 전시중인데 적은비용에 판매되고 있다. 파로나마사진은 액자포함 20만원, 그 외 사진은 액자포함 15만원에 판매된다. 좋은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