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역자’ 여전히 살아있다
‘문화부역자’ 여전히 살아있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12.0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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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국립현대무용단장 ‘차은택 라인’설, 여전한 ‘국정농단’ 의혹

이른바 '비선실세'와 관계있는 몇몇 관계자들에 대한 인사특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국립현대무용단장 내정자가 이른바 '차은택 라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또 다시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미 문화부역자로 ‘심증’이 굳어진 몇 몇 문체부 산하 단체장들도 여전히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부역을 마친 자들은 또 다시 자신들의 원래 자리인 학교로 돌아오는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온갖 의혹으로 사라질 줄 알았던 이들이 ‘죽지도 않고 돌아오는’ 상황에 문화계는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신임 단장에 '차은택 라인'이 임명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국립현대무용단

무용계에 따르면 12월 1일자로 국립현대무용단장으로 임명될 예정인 A씨가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비선실세인 차은택씨와 연관이 있는 인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문화관광체육부가 또다시 '낙하산 인사'를 했다는 비판이 문화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A씨는 국립대학의 교수로 박근혜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차은택씨와도 활동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본지와 전화 통화를 한 문화계 인사 B씨는 "무용계와 전혀 교류도 없는 국립대 교수가 무용단장으로 왔다. 이미 문체부가 지금 사건(비선실세 국정농단)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내정을 했던 것"이라면서 "무용계를 이끈 사람이 아닌, 혼자만 작업한 사람을 어떻게 단장으로 앉힐 수 있는가? 결국은 '자기 사람'으로 독식한 것"이라며 분개했다.

그는 또 문체부 산하 예술단체장에 납득할 수 없는 인사들이 이 상황에서도 자행되고 있는 것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안정된 자리를 이미 쥐고 앉은 인사들이 또 다른 자리로 옮겨가면서 문화계의 일자리마저 독식하고 있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부역자들이 문화계 일자리 독차지한다” 분통

또 다른 인사는 한 언론을 통해 "이미 안씨에 대한 평가가 청와대 결제라인을 거쳤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청와대가 지금의 사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최순실 차은택 라인'으로 인사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의혹을 갖게 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차씨의 외삼촌이자 차씨와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 이권에 개입한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차씨의 대학원 은사로 차씨가 최순실씨에게 장관직을 청탁해 문체부 장관에 올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종덕 전 장관 등 '차은택 라인'의 교수직 복귀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전 수석이 복귀한 숙명여대에서는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에 1,695명의 학생이 서명을 했고 김 전 장관이 복귀한 홍익대에서는 지난 29일 총학생회가 긴급 전체학생총회를 열어 김 전 장관의 정직 혹은 해임요구안을 의결했다. 홍익대 측은 "학생들이 총회를 열어 교수 해임안을 의결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밖에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직에서 사임한 뒤 연세대로 돌아간 김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장도 사퇴 압박을 받고 있으며 구속된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은 아직 한양대에 복직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학생들이 복직을 반대하고 있다.

문제는 최순실, 차은택 등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이들이 모두 구속되어 수사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통해 문화계의 자리를 차지한 이른바 '문화부역자'들이 계속해서 다른 자리로 오거나 학교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앞서 언급한 한 인사의 말대로 정부가 여전히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최순실 차은택 라인'으로만 문화계를 움직이고 있다는 의혹이 확신으로 바뀔 만 하다.  

여전히 ‘최순실 차은택 라인’ 고집하는 정부, 국민 무시?

B씨는 “이 시국에서 문화단체장을 뽑지 말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립현대무용단장을, 이를 어기고 임명을 강행한다는 것은 지금이 아니면 못한다는 이 정권의 생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국민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박근혜 정부가 계속 지속된다면 임기 말까지 문화계의 ‘낙하산 인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9일 대국민 담화에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자신의 거취를 국회에 맡기겠다”면서 스스로 하야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또한 그는 최근의 사태에 대해서 “사익을 추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단 주변을 관리 못했을 뿐”이라면서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밝혔다.

▲ 차은택씨의 청탁으로 장관이 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이런 사이에서도 ‘문화부역자’들은 문체부 산하단체 뿐만 아니라 각계 각층에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고, 다시 활동을 재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문화계 인사들과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박 대통령이 ‘탄핵’이 아니라면 스스로 내려갈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문화계의 경우 ‘돌려막기 인사’가 계속될 가능성은 여전히 크게 남아있다.

B씨는 “문화계에서 시국선언을 할 때 국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도 말을 해야하는데 그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았다”면서 문화계가 국가의 잘못을 비판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솔직하게 말하면서 국민들에게 문제점을 피부에 와 닿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밝혔다.

장관부터 ‘낙하산’, 결국 ‘순실 문화흉성’ 시대로

본지에 칼럼을 연재 중인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은 지금의 상황을 ‘순실 문화흉성’ 시대라고 평하면서 “어느 것 하나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거의 모든 예술협회나 조직이 무늬만 있지 식물인 상태다. 구심점이 되어야 할 조직의 기능을 (정부가) 죽이고 있으니 일어설 기력도 없이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라면서 “명예와 이기심으로 조직을 장악하고, 자기들만의 리그를 하면서 모두를 죽게 만들었다. 그것이 농단”이라고 밝혔다. 

그의 비판대로 ‘라인’을 타고 온 ‘낙하산’들, 부역자들이 만든 결과는 참담했다. 심지어 이를 관리해야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조차도 ‘낙하산으로 들어온 인물’로 채워지고 있다. 김종덕 전 장관은 차은택씨의 청탁으로 됐다는 의혹이, 조윤선 현 장관은 ‘박근혜의 그림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다. 장관부터 부역자로 채워졌으니 그 밑의 문화단체들의 상황은 불보듯 뻔하지 않을까?

국립현대무용단, 그리고 각 대학의 상황을 보면서 여전히 우리는 ‘순실의 시대’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질 지도 모른다. 정권에 부역한 인사들이 다시 돌아오고, 그들이 여전히 위세를 떨치는 한 ‘완전한 탄핵’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문화계가 스스로 이 문제들을 드러내고 국민들에게 해결책을 물어봐야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국민들은 언제든 도울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가 나온 후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을 역임한 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원장으로 재직 중인 김형수 원장이 정정 보도를 요청했습니다.

김 원장은 "미르재단의 결제 승인 권한은 사무총장이 갖고 있었고 사업총괄은 상근 상임이사가 맡았다"면서 "저는 월급을 받지 않는 비상근 이사장이며 좋은 취지로 봉사 차원에서 수락한 것이다.  강단을 떠난 적도 없고 따라서 학교로 복귀한 적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제가 상근이사장처럼 오해되어 사실과 다른 의혹보도로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다. 검찰 조사도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으로 조사받았고 이미 확인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