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최고작품상 '내부자들'이 주는 메세지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최고작품상 '내부자들'이 주는 메세지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6.12.0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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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라면의 유행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올 초 국민 라면 신라면이 중화풍라면의 인기에 잠시 주춤하더니 이제는 부대찌개면이 새롭게 등장하여 대중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새로운 맛이 주는 신선함이 국민라면의 익숙함을 잠시 위협하는 모양새이다. 또 싼 가격으로 즐기는 부대찌개, 육개장의 맛은 지갑이 가벼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짬뽕라면은 일반 라면보다 굵은 면발과 칼칼한 매운맛이 씹는 맛과 얼큰함을 준다는 평가인데 이는 팍팍한 세상에서 시원함과 얼큰함을 동시에 안겨주는 라면으로부터 대중들이 일종의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라면 하나에 무엇이 이리 감상적이냐고들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일반 서민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팍팍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이다. 

서민들이 한 그릇의 라면으로 팍팍한 삶을 위안 받을 때 정치권력은 국민들의 믿음을 산산이 무너뜨렸다. 연일 촛불의 열기가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모습은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이자 절규이다.

이에 따라 세태를 반영한 풍자 코미디가 방송가를 장악하고,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또 사회 고발성 짙은 영화와 드라마가 다시 회자되며 대중들의 분노를 가중 시키고 있다.

▲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내부자들> (사진제공=쇼박스)

얼마 전 진행된 제 58회 청룡영화상에서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영화 <내부자들>이 최고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상소감에서 이병헌은 영화보다 더한 현실이 펼쳐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꼬집었고, 많은 대중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었다.

특히 문화계에서 이루어진 믿을 수 없는 전횡은 더 많은 대중들을 광화문으로 집결 시켰다. 예능 프로그램과 영화의 사전 검열은 물론 사상, 내용, 캐스팅까지 그들의 마수가 뻗지 않은 곳이 없었다. 입맛에 맞지 않는 내용, 현 정권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가해지면 가차 없는 복수의 칼날이 들어왔다.

미디어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중 세뇌를 위한 정치 폭압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능동적으로 현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분노이자 시스템의 불공정성에 대한 분노이다. 현실이라는 고구마 전개에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사이다를 요구하는 대중들의 행동은 이제 보수와 진보를 구분지을 수도 없다. 그냥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    

현실 같은 픽션에서 대중들이 희망적인 메시지를 발견하는 것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실낱같은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라 믿고 싶은 잔인한 현실이 더 이상 영화는 영화 일뿐이라는 명제조차 성립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최고작품상 <내부자들>의 수상은 현 정권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개봉 당시 오락성에 비해 너무 과장된 범죄 묘사가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잔혹한 현실 앞에서 이제는 흥행과 내용·연기력은 물론 현실성까지 그대로 녹여냈다는 재평가를 받게 되었다. 우리 국민이 마주한 현실의 모습을 요약정리 한 것 같은 영화에 이제는 씁쓸한 기분마저 든다.

어쩌면 영화와 현실 모두에는 완벽한 세상도 완전한 복수도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의 결정적인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현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배신감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