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 “문화철도 2017, 흥겨운 서울을 기대하라”
[인터뷰]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 “문화철도 2017, 흥겨운 서울을 기대하라”
  • 이은영 편집국장/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12.0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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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말하고 싶어, 청년과 계속 함께하고 싶다”

지난 9월부터 서울문화재단의 대표가 된 이 사람. 아마 우리나라의 30대 이상 성인이라면 그의 이름을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퀴즈아카데미’, ‘일요일 일요일밤에’,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TV 청년내각’ 등 MBC의 인기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주철환 PD가 바로 그다.

학교 교수와 방송국 생활을 지속한 지 30여년. 그는 이제 수도 서울의 문화를 이끄는 서울문화재단의 대표로 새로운 시험대에 섰다. 그가 부임하면서 시민청에서는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미팅이 열렸고 ‘블랙리스트 예술인’ 지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그는 다가오는 2017년, 서울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공연을 즐기고 문화 생활을 즐기는 ‘문화철도 2017’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주철환 대표와 인터뷰를 위해 가을빛이 완연해져가는 남산 자락의 한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주철환이란 인물은 ‘대표’라는 무거운(?) 직함을 가진 이가 아닌, 항상 젊은이와 함께 하고 싶어하고 부담없이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나이 든(?) 청년’의 모습이었다. ‘즐거운 서울’을 상상하고 있는 주철환 대표의 꿈의 시작, 그리고 종착점을 들어보기로 했다.

▲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 사진=정영신 기자

9월 1일에 취임을 했으니까 이제 막 대표이사 직을 시작한 셈이다. 어떤 느낌으로 하고 있나?

그동안 내가 있었던 곳이 방송과 학교, 딱 두 군데였잖나. 학교에서는 교육을 맡았고 방송에서는 대중문화를 전담하고, 그렇게 30여년을 해왔는데 이제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총결산하자는 생각으로 재단 일을 맡았고 해야할 일이 앞으로 많을 것 같다. 예술가 지원, 교육, 창작, 축제 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인데 그간의 경험을 잘 엮어서 마지막 불꽃을 한 번 태워볼까한다(웃음).

서울문화재단의 주 사업이 예술가 지원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지원은 공정하게 해야하지만 주 대표가 생각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다면.

공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최고의 호텔을 정한다고 한다면 모든 호텔을 다 다녀본 이들이 알 수 있지 않나. 예술도 마찬가지다. 경험이 많은 전문가, 그러면서도 편파적인 시각을 가진 이가 아니라 공평하게 예술을 평가하는 안목과 전문성, 도덕성을 갖춘 이로 위원회를 만들어 그들이 추천하는 이들을 우리가 선정하는 것이다.

그 위원회를 선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위원회가 편파적이면 안된다. '신뢰감이 든다. 저들이 저렇게 말한다면 인정해야겠다'고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그들이 선정한 대상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그렇다면 위원회에 모든 것을 맡긴다는 것인가?

그건 아니지. 위원회에 다 맡긴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지. 나는 위원회 선정을 두눈 부릅뜨고 보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형평성이 있는지를 내가 감독하는 것이다. 풍문도 듣고 있다. 좋지 않은 이야기가 많은 이들은 멀리해야지. 내가 할 일은 위원회가 공평하고 도덕성 있는 인물들로 구성되도록 감독하고 지켜보는 것이다. 그래야 다각도로 봐서 잠재력 있고 가능성 있는 신인들을 찾고 검증할 수 있다. 평가자들을 잘 구성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예술인 지원에 있어 '팔걸이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말라'는 의미다.

우리가 간섭을 해야하는건가?(웃음) 예술은 자유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나올 수가 없다. 간섭, 규제, 침해 절대 안 되는 거다. 나 자체가 원래 간섭을 싫어한다. 하는 것도 싫고 받는 것도 싫다. 그렇다고 그림 그리라고 지원한 돈으로 술먹고 놀기만 하면 안되지(웃음). 그렇다면 절대 다음에는 기회를 주지 말아야지. 이렇게 극단적인 잘못을 저지른 이들이 아니라면 간섭할 이유도, 규제할 이유도 없다. 

지원을 할 때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해서 한동안 서울문화재단이 이런 원칙을 가져간 것으로 안다.

지금 당장 '내가 어느 곳을 선택하고 집중하겠다'라고는 말 못한다. 내가 더 파악해야할 문제다. 시의회 감사를 거치면 본격적으로 2017년 사업에 들어갈 것 같다. 나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를 생각하고 있다. 형평성을 갖춘다면서 너무 골고루 주는 것도 좋지 않다. 정말 재능과 열정을 가진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것에 지원해야지, 사이비 예술인이 들어와서 지원만 받으려면 안되는 거다.

재단의 지원 사업은 많다. 다양한 루트가 있고 성격도 서로 다르다. 지금은 팀을 막 꾸리고 사업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아마도 내년 1월말 정도 되면 어느 정도 큰 그림이 그려질 것 같다. 일단은 파악을 하는 것이 먼저다. 이 인터뷰는 엄연히 기록으로 남는데 여기서 함부로 거짓말을 하거나 큰소리를 치면 안되잖나(웃음). 신중해야지.

▲ 주철환 대표는 현재 '문화철도 2017'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정영신 기자

대표로서 첫 사업으로 '문화철도 2017'을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이 프로젝트 생각만 하면 아주 의욕이 넘친다. 서울문화재단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문화 향유권을 누리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나는 작가는 아니지만 15권의 책을 썼고 음반을 낸 적도 있지만 가수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 모든 게 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이다. 저처럼 전문가가 아니지만 글쓰는 것 좋아하고 노래부르는 것 좋아하고 무용하는 것 좋아하는, 문화 활동을 하고픈 이들이 많이 계실텐데 그런 분들이 행복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대표로) 있는 기간에는 생활 밀착형 문화예술에 더 많은 관심과 신경을 쓸 것이다. 그 일환이 바로 '문화철도'다.

시민들이 제일 많이 이동하고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지하철이다. 나도 지하철족이다(웃음). 지하철 안을 보면 지하철 속의 문화가 있는데 다들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문화적인 느낌이 없다. 나는 '문화적'이라는 말과 비슷한 말이 '인간적'이라고 본다.

지금은 기계적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이를 푸는 매개체가 바로 문화예술인이다.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보면 시가 쓰여있다. 기성 시인들이 쓴 시도 있지만 시민이 직접 지은 시도 있다. 그게 보기 좋았다. 이게 '문화철도'의 계기다.

사진작가의 작품을 거는 것도 좋지만 일반인들이 찍은 사진도 전시하고 우리 재단에도 직장인 밴드가 있는데 직장인 연주자들, 시민 합창단 등이 지하철역마다 음악 활동을 하는 모습을 꿈꾸고 있다. 내년 10월 긴 연휴가 있는데 이 기간을 이용해 '풀뿌리 문화주간'이라는 축제 기간을 마련하려고 한다. 물론 그 기간에 서울을 떠난 이들도 있겠지만 남은 사람들도 많다고 본다.

그 기간 중에 5호선 지하철 안에서는 '크라잉넛'이 공연을 하고, 3호선 압구정역에서는 지드래곤과 만나고, '런닝맨'처럼 지하철에서 보물찾기, 술래잡기 등을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어느 곳에 가면 조수미씨가 콘서트를 하고 사물놀이 공연도 한다. 내가 방송 쪽에 있다보니 방송국 후배들이 많은데 그들을 다 만나서 스타들도 일반인과 어울리는 행사를 제안하고 협조를 부탁하려고 한다.

이렇게 말하면 '대중문화 판으로 가는 것 아니냐'라고 말할 수 있는 데 절대 그렇지 않다. 삼백 곳이 넘는 서울의 미술관들, 대학로 등에 있는 조그만 공연장도 활용해 서울을, 시민들을 활기차게 해주는 것이 좋다. 그것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명동역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가, 광화문에서 <레미제라블>이 펼쳐지는 모습도 그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일컫는 것이 문화철도다. '문화철도 2017'이 성공하면 '문화철도 2018', '문화철도 2019'가 나올 것이고 그러면 임기 끝난다(웃음). 

한 언론을 통해 '1천명 문화PD'를 제안한 바 있는데

'문화철도'의 연장선상이다. 이런 행사를 마련하려면 PD가 필요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각의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거다. 예를 들어 왕십리역에서 사진전도 열고 김흥국씨 불러서 <59년 왕십리>를 같이 부를 수 있는 거고... 물론 내가 대중문화예술인들을 많이 알기는 하지만 음악인과 무용인, 심지어 서커스 단원들과 국극단, 남사당패 등 모든 장르의 사람들을 다 참여시켜 대축제를 벌이는 것이 지금 그리는 원대한 그림이다. 물론 용 그림을 그리려다 미꾸라지를 그릴 수도 있으니 일단은 크게 그리려 한다.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융합시킨다고는 하지만 간극이 클 수 밖에 없을텐데.

순수와 대중을 아예 상대편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상대적이기보다는 유리되어 있다는 게 정확할 것 같다. 근데 그건 순수가 원한 것이 아니었나? '대중예술이 무슨 예술이냐'라는 생각이 있었을테고 대중예술 쪽은 '실력도 없는데 자존심만 가지고 무시한다'고 생각하니 유리된 것 같다.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저는 '순수예술의 대중화'가 전적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다. 어느 부분은 있는 그대로 놔두는 것도 좋다고 본다. 

서울시가 최근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예술인들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재단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아는데

일단 그 말은 서울시에서 한 말이라는 점을 먼저 밝힌다. 블랙리스트라는 말 자체가 참 불순하잖나. 누가 멋대로 무슨 기준으로 나누는 것인지. 발상도 엄청 나쁘고 그 구체적인 명단이 나온 것은 정말 시대착오적인 짓이다. 그건 범죄다. 아마 서울시가 말한 것은 시대착오를 바로잡겠다는 선언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원래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만든 이유가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우리는 이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코 '이들 먼저' 혹은 '이들만' 지원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들 먼저'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며 '그들만' 지원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가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꼴이다. 적어도 예술인 새로운 시도를 하고 그것이 아름다워야하고 그것이 공감을 이뤄야하는데 그 저도 자격을 갖춘 이라면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

'신인들만 키우고 전업예술인은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문화계 곳곳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가정에서도 아이가 두 명이면 자신은 느끼지 못해도 형평에 맞지 않는 부분이 나오게 마련이다.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미리 손을 써야한다. 만약 그 말이 나온다면 그 말을 한 사람을 만나 어떻게 할 지를 물어보겠다. 만약 불만 사항이 맞다면 당장 실행하고, 맞지 않다면 설득을 시키려한다.

최근 '예술인복지'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재단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우선 아닌가. 마침 '최소한의 창작조건, 예술가의 작업실'이라는 제목으로 젠트리피케이션에 관련해 해외 사례를 듣고 우리의 현실을 돌보는 심포지엄이 있다.(기자 주 : 지난 23일 개최) 그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이 원하는 주제를 공청회나 토론회, '타운홀 미팅'을 통해서 계속 듣고 해결책을 찾으려한다. 아마 그 과정을 쭉 취재하시면 향후 과정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기대된다.

시민청을 우리가 위탁받아 운영하는데 타운홀 미팅과 더불어 음악회도 정기적으로 하려한다. 미팅이나 토론회를 열면 듣기만 해도 도움이 된다. 누구처럼 '문고리 3인방' 이야기만 듣는 게 아니라(웃음)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하고 그렇게 하려한다. 문화예술에 대한 의견과 제안을 하실 분들은 다 만나고 싶다. 어떤 형식이라도 좋다. 그래서 오늘 서울문화투데이와 인터뷰를 하는 거다(웃음). 받아들일 준비는 항상 되어있다. 

▲ 젊은이들과 계속 교감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는 주철환 대표. 사진=정영신 기자

직원들에게 "내부자가 아닌 기부자가 되자"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일종의 '아재 개그'인데(웃음). 대한민국에는 두 그룹의 부자가 있다고 본다. 내부자와 기부자. 내부자는 끼리끼리 문화이고 특권의식으로 가득 찼다. 자기네들과 이해 관계가 엇갈리면 가차없이 차버리는 게 이들의 규율이다. 반면 기부자는 '아낌없이 주련다'다. 저커버그는 재산의 99%를 사회에 기부한다고 했고 빌 게이츠는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세계 최고의 기부자다. 얼마나 멋있나.

나는 비록 돈은 없지만 나름대로 기부를 하고 있다. 회사의 젊은 직원들에게 후원금을 주고 있다. 여행가라고. 내가 실제로 데리고 가기도 한다. 젊은이와 가면 내가 돈을 다 낸다. 그렇게 아들 친구들과 10년간 계속 여행 다니고 제자들과도 자주 간다. 여행을 자주 하는 것이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배울 것이 많다. 

지금 재단에서도 한 달에 두 번 직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하나는 이전부터 있던 '스파킹'이라고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고 또 하나는 내가 만든 '꽃보다 문화'라는 프로그램이다. 직원들과 1박 2일 여행을 가는 것이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행정스탭 등과 같이 다녀온 바 있는데 매월 시행하려고 한다. 적어도 내가 있는 동안에는 계속 할 거다.  

젊은 직원들과 이야기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아마도 직원들은 내가 말을 많이 한다고 느꼈을 거다(웃음). 내가 생각해도 학교에 오래있다보니 말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자꾸 직원들을 가르치려하는 느낌이 들었고 내가 너무 대중문화에 치우쳐있다는 우려를 직원들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들을 고쳐야한다고 생각했다,

요사이 가장 핫한 JTBC 재직 시절 손석희 사장을 영입했고 이후 이를 '내 인생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했는데.사실 가족관계이기도 하다.(웃음)

손 사장은 싫어할텐데(웃음). 그 말은 조심스럽고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필요한 말만 하고, 자기관리 철저하고, 편견과 고정관념 갖지 않고 경청하고, TV에 나오는 모습 딱 그대로다. 물론 그도 단점이 있긴 하지만 나는 장점만 본다. 상대의 단점을 볼 필요가 있나. 단점은 어차피 못 고친다. 굳이 내가 단점을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사람이 내 처남이라는 게 자랑스럽지(웃음). 

손석희 사장의 '뉴스룸' 엔딩곡들이 계속 화제가 되고 있는데 사실 엔딩곡의 원조는 주철환 대표 아닌가(웃음)

'퀴즈아카데미' 이야기네. 그 때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의 '사계'를 엔딩곡으로 넣었지. 당시 TV에서 잘 안 부르는 가수들을 많이 방송에 출연시켰는데 그 중 하나가 노찾사였다. 마침 프로그램이 대학생 프로그램이라 출연을 많이 했는데 노찾사 노래 중에 경쾌한 '사계'가 있어 그 곡을 썼다.

처음엔 사람들, 특히 위의 분들이 잘 몰랐는데 어느날 누군가가 '운동권 노래'라고 말한 것 같았다. '미싱은 잘도 도네', '공장엔 작업등이 밤새 빛나고' 등의 가사가 있잖나. 그런데 국장님은 '미싱은 잘도 도네'가 '인생은 잘도 도네'로 들렸다고 한다(웃음).

다행히 그분은 온건하신 분이라 그러려니하고 넘어가시는 것 같았는데 얼마 뒤 다시 불러 한 마디 하시더라. 위에서 결국 말이 나온 것 같았다. 그래서 그분을 존중하는 의미로 엔딩곡을 바꿨다. 노찾사의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

'주철환'이라는 이름으로 공연이나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은 있는지

지금은 조심스럽다. 문화재단 대표가 자기 이름을 브랜드로 내세우고 한다면 싫어할 사람들이 있다. 자기 위주로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지금은 그저 서울문화재단 신임 대표로 나서고 문화철도 2017, 문화PD 1천명을 힘주어 말할 뿐이다. 그게 나의 확실한 목표이자 공약이며 이미 준비를 하고 있다. 앞으로 내 재능을 살리는 부분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이제 막 시작이니까 지금은 서울문화재단 대표로서 임기 동안 해내야할 활동만 생각할 것이다.

지금 문화예술계가 안팎으로 굉장히 어렵다. 이 난국을 타개할 방향이 있다면?

타개책이라기보다도 '집단지성'이란 것이 있잖나. 전문가이면서 양심을 가진 많은 이들이 의견들을 잘 모아서 예술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자는 합의를 이루는 것이 좋다. 지금 '박근혜-최순실'로 나라가 어수선한데 길게 보면 전화위복이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으니 똑바로 보자'는 교훈을 주고 있으니까.

우리는 너무 겉만 본다. 지금 상황도 겉만 보고 '이미지 정치'에 속아서 벌어진 일이다. '겉'만 보는 게 아니라 '곁'을 봐야한다. 만약 우리가 곁을 봤다면 이미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앞으로 새로운 지도자을 맞으려면 그들의 곁을 잘 봐야한다. 누구와 소통하는가, 누구와 친한가, 누구의 말을 잘 듣는가 이걸 봐야한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주철환 청년학교'를 만드는 것. 청년의 정신으로 대한민국을 좀 더 활기차게 만드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 취업을 앞둔 청년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고 함께 들어주는 그런 장소가 있었으면 좋겟다. 내 롤모델은 공자, 더 나아가서는 예수님이다. 예수님에게는 열두 제자가 있었고 공자도 제자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제자들과 함께 하는 인생을 꿈꾸고 있다.

두 줄이 있다면 나는 젊은이들이 더 많은 줄에 선다. 노인들에게는 화려한 과거가 있을 수 있지만 젊은이들에게는 가능한 미래가 있다. 그렇기에 젊은이들은 진보적이다. 젊은이와 이야기하고 같이 다니면서 인생을, 예술을, 문화를 이야기하고 기가 죽어있을 때 기를 북돋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지금 60대인데 그렇게 안 보이잖아(웃음)? 70대, 80대가 되어도 난 이 모습 잃지 않을거다. 그 나이 또래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젊은 노인'이 되는 것이 목표다. 그러려면 젊은이들과 함께 있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