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얼씨구 하야하라 하야하라!” 가 광화문광장에 울리다.
“얼씨구 얼씨구 하야하라 하야하라!” 가 광화문광장에 울리다.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6.12.0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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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활 타오르는 초앞에 100그릇의 정화수 올리는 풍물인들의 시국신언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3일, 이른 시간부터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따뜻한 날씨에 광화문광장 잔디 위에서 가족들이 도시락을 펼쳐놓고 먹는 등, 소풍 나온 듯 보이지만 시민들손에는 ‘박근혜 즉각사퇴’ '박근혜 퇴진' '박근혜 구속' 이라는 손피켓이 들려있었다.

또한 ‘하야가’가 흘러나오자 '하야 하야하여라…하옥 하옥 하옥하여라'  후렴구가 익숙해진 탓인지 대부분의 시민들이 함께 노래를 따라했다.

▲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풍물인들의 북춤

집회가 열리기 전부터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는 ‘시국풍물굿판’이 열렸다. 전국 풍물인들의 “얼씨구 얼씨구 하야하라 하야하라!” 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풍물인들은 활활 타오르는 초 앞에 생명의 꽃이라며 정화수 100그릇을 올리는 의식을 진행했다.

이 의식을 진행하는 풍물인은 "정화수는 여성들에 의해 전승되었다며 어린자녀와 같이 나온 엄마는 아이의 손에 정화수그릇을 준비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정화수는 무엇보다 맑음과 정성의 마음으로 생명의 꽃으로도 불린다. 박근혜의 사악한 마음을 씻겨줘야 하지 않겠냐며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 포승줄에 묶인 박근혜앞에서 개인 코스프레의 모습, '자기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를 그려보세요'에 참여한 학생. 100개의 정화수 의식에 참여한 모습.

우리 옛날 여성들은 부정이나 액운을 없애는 토속신앙을 믿어왔다. 정월보름날이면 집집마다 지신밟기를 하면서 한해의 농사를 시작하는 것도 토속신앙에서 비롯됐다. 이날 풍물인들도 국민들의 절절함 속에 들어있는 마을 굿과 나라 굿을 이뤄내, 새로운 국가로 가는 ‘길 굿’을 치자며 신명난 노래와 춤으로 광화문광장을 들썩이게 했다.

▲ 한국 기술교육대학교 한소리에서 나온 황지훈,박종훈,최호씨

한쪽에서는 아이들을 상대로 '자신이 생각하는 민주주의를 그려 보세요'라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많은 아이들이 사인펜으로 태극기를 정성스럽게 그리는가 하면 노원구에서 왔다는 초등3년생은 검은색 크레파스로 한쪽 면을 칠해 현 시국이 평화로운 민주주의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기도 했다.

▲ 애절한 살풀이 춤한마당

아이들이 기록해놓은 글귀와 그림에는 ‘박근혜 퇴진’ ‘우리가 이깁니다’ ‘진실은 밝혀 집니다’ 등 직접 광장에 나와 민주주의를 배우고 실천했다. 역사의 한 장면을 부모와 함께 공유한다는 것은 세대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화가 치밀 때 자신도 모르게 길가의 돌이나 깡통을 발로 차는 버릇이 있다. 이날 광장에도 공에 김기춘, 이정현, 김무성 얼굴을 그려넣어 만든 인형이 등장해, 시민들이 이 인형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발로 차보는 사람도 있었다.

▲ 공에 김기춘, 이정현, 김무성 얼굴을 그려놓았다.

이제 주말마다 열리는 촛불집회는 문화행사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다양한 풍자로 인해 자기스스로 즐기고 함께 한다는 의식이 현 정권에 의해 유린된 민주주의를 다시 눈앞까지 끌어당기고 있다. 쓰레기를 함께 치우고, 먹을 것을 함께 나누고, 함께 웃고, 함께 슬퍼하는 우리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는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많은 것을 시사해 주었다.

▲ 풍물놀이에 참여한 시민들

인터넷과 SNS가 한몫을 했다고 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성숙된 민주주의를 만들어가고 있다. 내 아이들에게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문화로 자리잡아 시대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