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음악교과서 빈 페이지로 남겨지지 않게 해야죠”
“2010년 음악교과서 빈 페이지로 남겨지지 않게 해야죠”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8.12.04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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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창작국악그룹 슬기둥, 함께 숨 쉴수 있는 이 시대 음악 위해 고민

슬기둥이 구로아트밸리에서 ‘2008 젊은 국악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지난달 21일 열렸던 공연에서 슬기둥은 베테랑 그룹답게 관객들의 추임새를 마음껏 이끌어 내며 새롭게 창작된 우리 음악의 흥겨움을 몸소 느끼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슬기둥을 퓨전국악그룹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창작국악그룹이라는 것을 말한다. 국악계에서 정악이나 산조 이외의 창작국악은 이단시 되던 시절 창단하여 국악계 원로들의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을 완성해 가는 이들은 그들의 마음까지도 바꿔 놨다. 23년의 세월을 거쳐 온 지금, 국내 현존하는 수많은 국악 실내악단의 선두주자로 우뚝 서게 됐을 뿐 아니라 그들의 음악이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리게 됐다. 슬기둥을 만나 그들의 음악세계와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물어봤다.    

슬기둥을 많은 사람들이 퓨전국악그룹이라고 알고 있다. 정식 소개를 부탁한다.

슬기둥은 1985년도에 창단을 했고 지금 햇수로 23년째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는 퓨전국악그룹이라고 하기보다는 창작국악 실내악단이며 이것의 시초다. 우리가 창립될 당시는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정악이나 산조에 한정된 연주를 했기 때문에 선생님들께서 우리에 대해 우려를 많이 하셨다. 멤버들이 모두 실력이 출중했던 학생들인데 소위 딴따라가 됐다는 표현을 쓰시면서 인재가 아깝다라는 말씀을 하셨단다. 그러나 활동 후 2~3년이 지나면서 할아버지 급 선생님들께서도 인정을 해주시며 이런 장르나 패러다임 자체를 완성해 나가는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주셨다. 그리고 80년도 후반에는 슬기둥이 제시한 컨셉에 따라 국내에 수백개의 실내악단이 양산됐다.  

▲ 대금 연주자 한충은씨
멤버들이 비교적 많은 편인데 팀웍은 어떤가?

초창기 단원들은 술을 좋아해 동이 틀 때까지 술의 먹으면서 창작활동을 했는가 하면 지금은 멤버들이 젊은 친구들로 많이 교체 되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음악적 고민들을 많이 하고 있다. 국악작곡도 그 체계가 보편화 되어 가고 있고 과학적으로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이성적인 측면에서의 음악적인 접근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 공연은 ‘2008 젊은 국악 축제’의 마지막 순서를 맡은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서울 문예회관주관으로 열리는 국악실내악 축제는 처음인데 전국에 수백개로 추정되는 많은 실내악단들이 어떤 장소나 지역에 구애 받지 않고 대중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페스티발의  형태로 공연을 한다는데 큰 의의가 있겠다.
우리가 마지막 순서를 맡은 것은 짬밥상으로는 최고령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친구들이 우리와 같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데 참 감사한 일이다. 다른 실내악팀들과 함께 매년 발전된 형태로 이끌어가고 싶다. 내년에도 같은 형태의 축제가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슬기둥 구로아트밸리 공연실황

오늘 연주곡목들 중 가장 대표 되는 곡과 선정 이유 등을 알고 싶다.

슬기둥의 음악에는 정중동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느리기만해서 정이 아니고 빠르기만 해서 동이 아닌 것처럼 스펙타클한 무대와 완급을 조정하는 그런 무대를 늘 선보이려고 한다. 오늘 연주될 대표적인 곡들은 ‘신풀이’, ‘산조 환타지’, ‘고구려의 혼’, 또 요 근래 새로 춘향가 어사 출도 대목을 재즈기법으로 편곡한 ‘어!사또’가 있다. 특히 이 곡은 판소리를 관객들이 좀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시도한 곡이다. 단순히 북 반주에 노래하던 것을 서양의 코드나 리듬, 아프리카나 라틴계의 민속적 리듬까지 느낄 수 있도록 편곡했지만 기본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또 산조 판타지는 김도균이라는 출중한 기타 연주자와 함께 우리나라 산조 한바탕을 연주한다.

슬기둥의 음악세계에 대해 말해 달라.

우리는 25년 전부터 창작국악실내악을 하기 위해 모였다. 퓨전국악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창작국악'이라는 말을 선호하고 싶다. 들으시는 분들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는다른 무언가를 단지 섞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을 좀 더 발전시킨 그 무엇을 지향한다. 1800년대 1900년대에도 우리음악이 발전해 온 것처럼 '2000년대의 우리음악'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여담으로 말하면 아리랑은 200년 안팎 된 신민요다. 전통노래라고 하지만 개화기 이전에는 대중음악이었다. 우리는  한국적인 기본에 클래식한 것, 재미있는 화성들을 포함시켜 창작한다. 이런 부분에서 다른 그룹들과 차이가 있다. 어떤 그룹들의 경우에는 서양음악을 그냥 국악기로 연주한다든지 혹은 편곡 자체도 작곡자에게 맡기는데 우리는 악기연주자가 자기가 가능한 표현을 스스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편곡 시에도 악기연주자가 악기표현을 최대한으로 순화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 모듬북 연주자 권성택씨
편곡이나 작곡은 주로 누가 맡는가?

대금 소금을 연주하는 이준호 대표가 작곡 및 지휘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편곡은 모든 멤버가 참여하는데  아우트라인을 설정 하면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연주자의 역량에 따라 편곡 해 연주한다.
 
공연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국악기는 한옥이나 정자 등 자연적이고 인위적이지 않은 울림을 사용한다. 그런 음향시설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또 전체 공연 문화계에 비슷한 어려움을 갖고 있을 것이지만 영화나 연극과는 다르게 일반대중들이 국악공연에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공연장 프로세스 익숙하지 않아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분들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은 팀이 자생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된다.

프로세스라면 어떤 것을 말하나?

관객들이 소비를 할 수 있는 그런 프로세스가 갖추어져야 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전문공연장이 필요하다 소극장, 중극장, 대극장 등 다양한 형태로 좀 더 많아야한다. 또 창작국악이라는 장르자체만 놓고 본다면  여러 팀이 돌아가며 상설공연을 할 수 있는 극장이 필요하다. 그곳에 가면 국악실내악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로 알게 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야외공연이나 거리공연이라고 하는 데 시설이 여의치 않아 조악하고 싸구려로 보일 수밖에 없는 무대와 사운드를 가지고 공연을 하게 된다. 이런 경우 관객들에게 좋은 공연을 선사하기 어렵다.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연주예술가의 차이가 무대의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본다.

향후 우리나라 국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해 달라.

우리음악 자체가 이전의 음악 이후의 음악과도 연결을 시켜줄 수 있는 전통음악으로서의 충분한 가치와 명분 ,힘을 받을 수 있도록 이 시대에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은 모든 음악하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져야 할 과제다. 이 시대에 슬기둥과 음악을 위해 노력하는 팀들이 없다면 2010년에 배우게 될 음악 역사 교과서는 빈 페이지로 넘어 갈지도 모른다. 이는 우리가 항상 고민하는 문제다. 이 시대의 음악이 없다면 이 시대의 음악은 잘못되어 왔다 그런 이야기가 생길 수 있다. 클래식에 대해 대중들을 벗어나 외면된 음악을 해왔다는 평가를 내리곤 한다. 우리는 같이 공존하고 숨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서 전통을 지키고 창작도 하는 그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

앞으로 슬기둥은?

2009년에는 20여년 넘는 기간 동안의 음악적 경험이라든지 음악적 시행착오를 후배 음악가들에게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워크샵을 더 많이 열고 싶다. 또 악보집을 발간할 예정이고 슬기둥이 나아가야할 음악적 지향점을 확인할 음반 또한 발매할 것이다.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