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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 조문호의 ‘사람이다’전
자신의 삶보다 찍고자 하는 대상의 삶속으로 들어가 ...20일까지 갤러리 브레송
2016년 12월 12일 (월) 09:01:01 정영신 기자 press@sctoday.co.kr

  조문호의 ‘사람이다’ 전이 오는 20일까지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02-2269-2613)에서 열리고 있다.

  브레송 기획전 ‘사진인을 찾아서’ 열두 번째 마지막 작가로 열린 조문호의 ‘사람이다’기획전은 ‘장르도 초월하고, 경계도 허물고, 패거리도 없고 갑과 을의 관계도 없는 대동의 사진 세계에서 이 땅의 숨겨진 고수를 찾는 놀이’였다.

   
▲ 사진가 조문호

1년 동안 김남진(갤러리 브레송) 관장의 기획아래 사진비평가 이광수 부산외국어대학 교수가 작가론을 쓰고, 결과물을 눈빛출판사에서 펴내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1월, 고정남의 ‘불친절한 사진?’를 시작으로 최영진의 ‘있는 그대로 그렇게, 그 모태를 재현하다’, 이영욱의 ‘사진으로 사진에 대한 신화를 깨다’, 김보섭의 ‘인물과 오브제로 기록하는 감성적 민족지, 이재갑의 '아픈 역사를 이면과 기억으로 엮는 서사시’, 제주도에서 국화빵 CEO로 나선 권철의 ‘독대(獨對), 문진우의 ’당신이 보지 못했던 부산의 모든 것, 신동필의 ‘부르지 못한 노래’, 이수철의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레퀴엠, 강정효의 ’제주의 풍경, 민속 그리고 역사‘, 김문호의 ’사진 문법‘ 에 대한 도전, 마지막으로 조문호의 ’사람이다‘로 대미를 장식했다.

‘사진인을 찾아서’는 사진에 대한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준 전시란 생각이 든다. 20년 전에 사진 유학파들이 만든 ‘한국사진 수평전’이 한국에 등장해, 만드는 사진이 한 때 유행했었다. 사진이 사진논리에 묻혀가는 것을 경계하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많은 사진인들이 서양의 사조에 골몰하고 있을 때, 우리사진은 제대로 숨도 못 쉬게 된 것이다. 그래서 ‘사진인을 찿아서’ 프로젝트는 한국 사진사를 다시 쓰는 의미 있는 기획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열린 조문호의 사진 세계를 조명하는 사진들은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의 초창기 사진에서부터, ‘87 민주항쟁’, ‘전농동 588번지’, ‘인사동 사람들’, ‘장터 사람들’과 현재 찍고 있는 ‘동자동 사람들’ 에 이르기까지 한 주제에 10여점씩 묶어 선보이고 있다.

   
▲ 두메산골사람들, 2000

 산이나 불교상징 이미지 등 생업과 관련된 사진들도 있었으나, 대부분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일관되었다. 그 사진들은 지나치며 찍은 것이 아니라 찍고자 하는 대상과 함께 살며 찍은 사진이다. 한 때는 인사동 예술가들을 찍기 위해 인사동의 허름한 건물 옥탑 방을 얻어 살았고, 성노동자들을 찍기 위해 윤락가로 들어갔으며, 두메산골 사람들을 찍으려 정선 굴암리로 이주하기도 했다. 그는 ‘그들의 삶을 체험하지 않고는 제대로 찍을 수 없다’고 말했다.

좋은 사진은 사진가와 대상의 교감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순간적 찰나보다 사진가와 대상의 교감이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그들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 1987 민주항쟁

  한 때는 ‘동강’ 탐사에 참여하다 동강 주변에 사는 산골 사람들을 찍기도 했다. 당시는 동강 댐 논란으로 동강의 자연생태가 사회적 이슈였으나, 그보다는 그 곳에서 평생 살아 온 두메산골 사람들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87민주항쟁 사진들도 그 현장에 있는 사람에 집중되어 있다. 방독면을 쓴 청소부아저씨, 최루가스를 못 견뎌 종이로 코를 막은 수녀님, 십자가를 들고 눈물을 흘리는 박종철 열사 어머니 모습 등 슬프면서도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청량리588, 1984

  그의 사진들은 대부분 카메라를 쳐다 본 입상들이다. 눈은 마음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눈동자에서 사람의 마음을 읽고자 했던 것이다. 애잔한 슬픔과 그리움을 머금은 사진의 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존중감이 짙게 깔려있다. 그는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을 섬기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사진가다. 또한 사진의 생명력은 널리 공유되고 소통되는데 쓰여야 한다고 믿는 실용주의자이기도 했다.

   
▲ 인사동사람들 (천상병(시인).신경림(시인).김언경(설치미술가)

  조문호 작가론을 쓴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가 인물 사진(portrait)을 주로 찍는 것은 사진 찍는 일을 실존적으로 행위 하는 결과다.  -중략-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널리 하는 내러티브 만들기 같은 것을 그리 중요하게 신경 쓰지 않는다. 원경도 잡고, 중경도 잡고 근경도 잡으면서 중간 중간에 이야기를 연결시켜주는 오브제 같은 것도 집어넣는 것이 대개들 하는 방식인데 그는 그런 방식에 별로 집중하지 않는다.

   
▲ 초창기사진 1982 완행열차

오로지 꽂히는 것은 인물뿐이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극(劇)이 아니고 사실(事實)이기 때문이다. 농부가 도리깨질을 하고 있으면 그냥 그 도리깨질 하는 그 자리를 찍어 보여주면 될 일이다. 화전민이 밭을 태우면 그냥 그 불 탄 밭에서 그를 찍을 뿐이다. 방도 부엌도 마루도 모두 있는 그대로다.

   
▲ 2013 장터 사람들

  그곳에서 일하며 사는 사람들 모습만 보여주면 되지, 굳이 사진가가 어떤 이야기를 일부러 만들 필요가 없다. 더 보태거나 뺄 필요도 없고, 순서를 짤 필요도 없다. 기록자로서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사실적으로 기록하고자 해서이기도 하고, 사진가의 존재보다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의 그들 개개를 존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존중하며 찍어 온 대상들은 하나같이 권력과 재력에 밀려 난 서민들이다. 자신의 몸을 파는 성노동자, 첩첩산골에 사는 농민들, 이 장 저 장 떠돌아다니는 장돌뱅이, 인사동의 가난한 예술가들, 동자동 빈민들 등 모두가 사회적 약자뿐이다.

   
▲ 2016 동자동 사람들

일부러 사회적 약자들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더 순수하고 인정이 많았다고 한다. 이제 칠순의 나이에 동자동 쪽방 촌으로 들어가 빈민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는데, 사람에 대한 그의 집념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자신의 삶보다 찍고자하는 대상의 삶이 더 우선인 것 같다.

  “나의 사진은 고고한 예술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회의 한 기록으로 충실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족하면 그만이다. 이 약자들의 작은 기록도 보석처럼 빛나는 세월이 분명 올 것이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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