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역, 박재동의 그림에서 '서울 시민의 행복'을 느끼자
충정로역, 박재동의 그림에서 '서울 시민의 행복'을 느끼자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12.1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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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까지 박재동 작가 그림 전시, 그림으로 보는 우리들의 일상

서울의 사람들, 그리고 풍경들. 만화가들의 그림으로 이 이야기들이 전시가 됐다. 이희재 작가의 그림이 서울시청 로비에 전시됐고 김광성 작가의 그림이 서울역에 전시가 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7일부터 박재동 작가의 그림이 충정로역에 전시가 되고 있다.

충정로역 2번 출구로 내려오면 다양한 그림들이 전시된 벽을 볼 수 있다. 박재동 작가가 그린 캐리커쳐들이 쭉 줄을 서고 있다. 그 캐리커쳐들은 유명인들의 모습이 아니다. 어디선가 만난 일반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과 말이 캐리커쳐를 통해 보여진다.

▲ 충정로역 2번출구에서 내려오면 박재동 작가의 캐리커쳐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다 문득 '미인도'를 발견하였다. 알고보니 '미인도연습' 이었다. '미인이라 기분이 상쾌합니다. 이영애씨 미안해. 그리다보니 이렇게 됐네'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충정로역에 전시된 박재동 작가의 그림은 그가 그동안 그렸던 사람들의 그림을 비롯해 지하철에 탄 사람들의 풍경,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의 모습, 어머니와 소통하는 모습 등 다양한 내용이 보여진다. 어떻게 보면 박재동이라는 작가의 모든 것이 이번 전시에 담겨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박재동이라는 관찰자를 통해 전해지는 서울 시민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 박재동의 '미인도 연습'

한 그림을 보자. 분명 지하철에 탄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그러나 그가 그린 지하철은 도시의 삭막한 모습이 아닌 자연의 일부분이다. 한여름 계곡에 발을 담그는 모습으로 여유롭게 지하철에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도시 속에서도 그림은 이상향을 꿈꾼다. 자연과 함께하는 도시의 모습을 꿈꾸는 작가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또 한 그림을 보자. 젊은이들이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고 있다. 경기가 나빠져도 고깃집은 성황이다. 작가는 '이런 젊은이들이 삼겹살, 목살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라고 말한다. '우리가 이만할 때는 소문으로밖에 들어볼 수 없는 고기 이름들'이기 때문이다.

▲ 지하철을 그린 그림으로 보이지만 그 속엔 꿈이 담겨있다
▲ 고깃집에 앉은 젊은이들을 보고 그린 그림과 글

어느 '꼰대'의 이야기라고 덮을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공감이 가게 된다. 사실 이렇게라도 힘듦을 토로하고 소주 한 잔 같이 나누는 친구가 있고 부족한 돈이지만 음식을 나누어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바로 행복이자 축복이지 않을까. 비관적인 생각에 묻혀 정작 우리 곁에 있는 '행복'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을 일깨우는 듯하다.

지금은 노숙자로 전락했지만 그도 한 사람의 아들이었고 믿음직한 가장이라고 그 대신 전하고 지금은 최악이라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그의 그림은 이 시국에 따뜻한 기운을 전한다.

생각해보면 '그림의 힘'이란 이럴 때 발휘되는 것 같다. 그저 말로만 하면 '맨날 말만 번지르르하지'라고 지나가게 되지만 그림이 곁들여지면 그 말은 묘하게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고 상대방에게 더 큰 힘으로 다가오게 된다.

▲ 노숙자를 그린 그림과 글

그렇다. 이번 박재동 작가의 전시는 바로 '그림의 힘'을 지친 도시인에게 전한다. 생활의 모습, 인간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그림이 근무에 지친 사람들을 어루만진다.

굳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지 않아도 출퇴근길, 익숙한 공간에서 작품들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엄청난 소득을 얻게 될 것이다.

박재동의 그림이 전하는 소박한 감동. 굳이 작품들을 다 보지 않아도 좋다. 바쁜 시간 쪼개서 몇 편만 봐도 박재동 작가가 전하는 진심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여유가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우리들의 일상을 살펴보는 기회가 주어진다.

▲ 지난 7일 열린 오프닝에서 박재동 작가가 '서울야곡' 음악에 맞춰 즉석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오는 23일까지 충정로역에 오면 박재동 아니, 서울 시민들이 전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행복은 그렇게 우리 곁에 다가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