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 중장년 작가 19인 신작 발표전 '산책자의 시선'
경기도미술관, 중장년 작가 19인 신작 발표전 '산책자의 시선'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12.1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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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화화' 기성작가 부문 선정된 작가들 작품, 자본주의 시대 관찰한 작품들

2016 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 시각예술창작지원 사업 '생생화화'의 기성작가 부문에 선정된 중장년 작가 19인의 신작 발표전 '산책자의 시선'이 지난 15일부터 2017년 2월 5일까지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다.

'산책자의 시선' 전은 경기문화재단이 4년간 열고 있는 시각예술창작지원 사업 '생생화화'의 일환으로 열리는 것으로 특히 올해는 청년작가 부문과 별도로 기성작가 부문을 신설해 40~60대 작가 중 19명의 작가를 선정했다.

▲ 정재철, 기록-산방산, 2016, 디지털 프린트, 60×80㎝

작품 세계가 원숙기에 접어든 중장년 작가 19인은 사회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예술가 본연의, ‘산책자’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혹은 위기에 처한 동시대의 풍경에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관찰하고 있다. '산책자'들은 그 시대의 풍경을 텍스트로 삼아 그것을 분석해 그 시대를 해석하도록 만들어준다. 

19인의 산책자들은 한국의 동시대를 텍스트 삼아 이 시대의 다양한 속살을 드러낸다. 주제와 경향으로 선정된 작가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은 2016년 대한민국이 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상기하게 만든다. 

해양쓰레기의 경로를 탐구하고 수집하고 기록하는 정재철의 <블루 오션>은 바다 쓰레기라는 전지구적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작가는 환경에 대한 어떤 해결방법도 선언도 제시하지 않지만 쓰레기 그 자체를 전시하는 것으로 미술이 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제기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 조현익, 믿음의 도리, 2016, 철판에 혼합 매체, 스크래치, 나무패널, 600×900㎝

시화 간척지를 ‘혼돈계’로 상정하고 육지도 바다도 아닌 그 땅을 몽환적이고 혼란스런 공간으로 담아내는 박형근의 시선은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땅을 유영하며 방병상이 담아낸 전쟁무기들의 기록은 사진이 담아내는, 그러나 차마 다 담아내지 못하는 살상무기의 스펙터클, 기계와 무기에 대한 인간의 경외감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는다.

노인과 노숙자의 모습과 낡아서 사용가치가 없어진 기계의 모습을 병치한 박은태의 <늙은 기계> 시리즈는 역사가 다루지 않는 주변부의 삶을 기록하며 기독교의 삼면화의 형식을 빌어 담아낸 이 시대의 죽음의 아이콘들의 나열을 보여주는 조현익의 <믿음의 도리>는 우리가 우연히 잡아챈 현실의 작은 끄나풀이 거대한 심연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산책하면서 바라본 땅의 풍경을 담은 김보중의 작업은 풍경의 새로운 지형, 혹은 시선의 다른 언어를 담고자 했고 최경선은 <아버지의 정원>이라는 대주제 아래 자연과 도시 속에 위치한 인간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담는다. 김현철의 <진경>은 제목과 모순된, '진경'이 아닌 해체되고 추상화된 자연의 풍경을 담는다. 푸른색, 검은색으로 묘사되는 바다와 검은 묵으로 묘사되는 땅의 풍경이 어우러진 이 풍경은 심상의 묘사이고 정신성의 묘사이다. 

또 김지은은 도시‘변두리’의 공사현장을 포착하면서 사실적이면서도 추상화된 콘크리트들은 그림 곳곳 벽면 곳곳에 구축하며 천대광은 아예 자신이 기거하는 양평이라는 지역을 재배치해 가상의 지역을 구축한다.

김지섭 작가는 <자리 바꾸기>라는 이름으로 가평의 아시바 미술관과 경기도미술관의 ‘자리 바꾸기’를 시도하며 임승천은 <미싱링크>라는 이름으로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떤 비정형의 인간을 이야기한다.

▲ 김지섭, 자리바꾸기, 2016, 아시바, 방부목, 클램프, 전열기, 선풍기, 조명, 가변 크기

'산책자의 시선'전은 김해주, 현시원, 정현, 홍지석, 김성은 등 다섯명의 평론가들이 비평과 해석 작업을 함께 진행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공공기획의 의미와 방향성에 대해 모색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시 기간 중에는 가족 간에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고 사진 작품을 만들어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프로그램인 '감정 스튜디오'와 관람을 돕는 미션을 주어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볼 수 있게 하는 '전시장 산책 가이드', 마음을 움직인 작품 앞에서 그림을 그려보는 프로그램 '마음 닿는 대로' 등 관객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