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의 비평의 窓] 안하무인 공무원에 흔들리는 제주도립합창단을 보며
[탁계석의 비평의 窓] 안하무인 공무원에 흔들리는 제주도립합창단을 보며
  •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 승인 2016.12.2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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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의 늪에 허우적거리는 공공합창계, 우리 안에 '최순실'은 없는지?
▲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파행을 일으켰던 제주도립합창단의 조지웅 지휘자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불공정한 오디션으로 지휘자를 자리에서 내몰았던 제주도 공무원들이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루한 행정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새 지휘자가 부임했지만 이로 인해 단원들은 '한 지붕 두 지휘자'를 모셔야하는 볼썽사나운 사태를 맞았다.  두 사람의 지휘자에 시민의 혈세가 나가고 있고, 능력을 평가받은 지휘자는 연구위원으로 물러나있다.  이로 인해 단원의 불만, 관객 문화 향수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지만 공무원들은 안하무인이다.

중재위가 원대 복귀명령을 내렸다지만 사실상 직무유기의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조 지휘자는 자신의 오디션에 형편없이 낮은 점수를 준 심사위원과 심사내역 공개를 요구했다. 자격없는 심사위원에 의해 부당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주시는 줄곧 심사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정공방 과정에서 그 거짓말이 드러나고 청정 제주의 이미지와 달리 도지사도 해결못하는 모르쇠(?) 증인이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제주시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조 지휘자는 “모 신학대학을 나오고, 철학은 전공했지만 학위도 없는, 비전공자에게 오디션 평가를 받았으니 이는 원천무효” 라고 주장했다.

▲ 조지웅 지휘자

이 소식을 들은 문화예술인들은 "대한민국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가 비단중앙 문화예술계만이 아니라 지방 예술계 내부에도 만연해 있다"면서 "정신의 상수원이 되어야 할 예술계가 오염되면 사회의 타락은 더욱 깊어진다. 이번 사태를 원점부터 다시 살펴보고 발본색원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 전쟁 직후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시절 , 그래서 공연장도, 예술단체도 없던 시절, 문예진흥을 위해 만들어졌던 국, 시립 공공예술단체들이 비전문 공무원의 허술하고 억압적인 관리로 예술적인 노력보다 공무원들과 분쟁하고 갈등하는데 에너지를 다 소비하고 있다. 이같은 비효율의 극치가 도처에, 전국에 만연해 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문화융성의 실체적 진실에서도 이 음모와 비열한 뒷거래가 얼마나 엄청난 국정농단인가를 겪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최순실= 차은택 게이트'로 초토화된 저급한 문화인식과 수렁의 늪, 온 몸에 전위된 암세포를 제거하고. 수술하는 올바른 정책이 국회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으면 한다.

▲ 제주도립합창단의 공연

판결마저 거부하며 불편한 행정소송을 이어가는 공무원이 제주도민의 녹을 버젓이 먹고 있고, 그런 것을 두 눈으로 보고 있을 자식들도 있을 법한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그 용기(?)가 제주를 지탱하는 힘일까?

엊그제 필자는 15일간의 유럽투어에서 한국의 문화가 스페인, 베를린, 비엔나, 로테르담 등 곳곳에서 크게 환영받는 현장을 보고 자긍심을 느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30세도 채 안된 우리 여성첼리스트가 유서 깊은 로테르담 오케스트라 수석 자리를 꿰차고 앉아 백발이 성성한 음악가들을 지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 놀라운 것은 이들 오케스트라가 그 어떤 난곡(難曲)도 단 한 번의 연습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이었다. 이날 감상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4번을 우리라면 과연 몇 번이나 연습을 헤야할까?

뿐만이 아니었다, 2,000석의 큰 공연장에 연주회가 없다면 단원들은 언제고 연습실로 사용할수 있고, 수억원에 해당하는 악기는 모두 오케스트라 측에서 제공하고, 보험도 다 들어 준다는 것. 그리고 한 레퍼토리를 3회 연속공연을 해도 관객이 가득차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티켓 값에 포함된 커피와 음료수, 와인까지... 관객들이 마음껏 즐기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이들의 성숙한 배려가 있기에 예술은 인간을 위로하고 품격있는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 그 자체가 될 수 있었다.

예술가를 위해서라면 뭣이라도 해줄 완벽한 준비가 된듯한 이들 극장 종사자들은 예술가를 그윽한 존경과 신망의 마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자긍심으로 예술가들을 돕고 있었다.

돌아오니 또다시 듣게되는 제주 사태는 악몽 그 자체다. 누군가의 의도된 음해작전(?)에 유능한 지휘자를 내쫓고, 예술가에게 잔혹한 고통을 주고 지휘권을 박탈할 것을 마치 권한행사(?)쯤으로 여기는  지금의 진실은 대통령의 7시간의 비밀처럼  공무원 그 자신만이 알 것이다. 채 한 근도 못나가는 샤일록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