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의 비평의 窓]새해에 상설 문화정책포럼을 만들자
[탁계석의 비평의 窓]새해에 상설 문화정책포럼을 만들자
  • 탁계석 예술평론가 회장
  • 승인 2016.12.2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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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현장과 소통하며 공감의 정책만들어야 할 때
▲탁계석 예술평론가회장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한번은 터질게 잘 터졌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재앙 수준의 국정농단에 특검의 칼이 환부를 깊이 드러내면서 수술은 전문의에게 맡기고 우리 문화는, 우리 예술은 스스로가 삶의 터전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블랙리스트를 비롯한 모든 문제들을 뛰어 넘어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합리적인 틀을 만들어야 할 때다. 냄비근성으로 순간 끓었다가 이내 식지 않아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하는데 상수원에서 내려온 폐수가 우리 삶과 일상을 덮쳤다면 이제는 청결한 마음의 수건으로 딲아 내야 할 때다. 그래서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중심이 된 ‘상설 문화정책포럼’을 제안한다.

그리하여 한 세대가 가고, 또 새로운 세대가 살아갈 비전과 꿈을 생산해 내는 창조성이 발화되었으면 한다. 사고의 혁신과 끊임없는 제도개선을 위해 작품을 만들 듯 행정과 현장이 만나서 공감의 최대치를 도출해 내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모든 것은 사람이 하고, 때문에 사람의 중심에 건강한 정신이 우선해야 한다. 끝까지 한번 잡은 자리를 놓치 않으려는 집착과 어찌해서든 내 사람만 심으려는 측근주의, 인맥, 학맥. 지역색이 얽혀서 돌아가는 내부자 사회가 하루아침에 청소되지는 않겠지만 토론의 상설화를 통해 정책과 실행이 하나가 되도록 부단히 노력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망연자실의 국가적 위기 앞에서 우리가 얻은 것이 있다면 스스로 공정성을 위해 내 욕심의 짐부터 하나씩 내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하여 문화의 가치가 살아나고, 예술가들이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현장에서 그토록 부르짖던 사람도 한 자리에 들어가면 등을 돌리고 자신의 안위만 생각한다면 현실은 답답할 뿐이다.

최근 제주도립합창단 지휘자에 대한 공무원들의 몽니도 우리가 어떤 현실에 처해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호의 결정까지 거부하며, 명백한 자기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비문화 구조에서 전문성이 발휘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것이 비단 제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국, 공립 예술단체에 적용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관 주도문화가 가져 온 폐해가 이미 한계점을 넘은지 오래이지만 대안이 부재다.

최근 KBS 교향악단 사장의 후원금 관리 의혹으로 사장이 사퇴하고 새 사장 선임과정도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생리와 음악을 듣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행정이 조화된 인물이 되어 바람잘날 없는 한국 오케스트라의 흔들림이 바로 잡혔으면 한다. 명망가로 구성된 이사회가 ‘공모’가 아닌 ‘셀프 추천’ 형식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해진다.

하루속히 낡은 생각의 사람들이 물러서야 한다. 평생을 누리고 누린 예술가들이 이미지 하나로 후배를 키우고 밀어주는 어른의 역할 보다 시장을 획일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도 한국적인 특성이요, 이는 문화 인식의 얄팍함에서 발생하는 고질적 문제가 아닐까 싶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듯 혁신과 새 깃발을 올리는 정권이 들어선다고 내 삶이 당장 크게 변화하리라 기대는 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엄청난 고통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답을 가지고 토론의 테이블로 나왔으면 한다. 분명 더 이상 비선실세가 아닌 공정하고 투명해질 것이란 기대는 있다, 부정의 지푸라기는 언제고 수면위로 떠오를 것이고 밝혀지는 CCTV와 녹음 파일의 환경이란 것이 우리에겐 희망이다,

그리해서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 탓으로 영화감독이 제작 의욕이 사라지는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밝아오는 새해엔 우리가 살길은 내 집 앞은 내가 청소하고 단장하는 마음으로 비전의 정책 상설화를 구체화하는 길이 아닐까. 처절하게 쓸고 간 쓰나미 끝에 다시서는 맑은 하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