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불법행위’, 8년째 여전해...
인천국제공항 ‘불법행위’, 8년째 여전해...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8.2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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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요금ㆍ승차거부ㆍ호객행위 등 단속시 욕설ㆍ폭행, 강력한 근절대책 절실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에서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는 ‘택시 및 콜밴의 불법행위’ 가 국가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입국장에서 나오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기사와 그 주변으로 또 다른 기사들이 서성이고 있다.

공항 서비스 3년 연속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세계적인 공항으로 발전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은 지난 2001년 3월 개항했다. 하지만 개항 초기부터 우려했던 택시 및 콜밴의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아 자국민 뿐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택시 및 콜밴의 불법행위는 부당요금부터 승차거부 및 승객 골라 태우기, 입국장부터 시작되는 호객행위, 손님과 상의 없는 합승, 대형택시로 위장한 콜밴의 불법영업 등으로, 이러한 작태는 외국인·내국인을 가리지 않고 자행되고 있다.

그 가운데 제일 심각한 것은 할증요금을 붙이거나 택시미터기를 사용하지 않는 편법 영업으로 바가지를 씌워 기존 요금의 2배 가까이를 받는 부당한 요금징수이며, 승차거부 및 호객행위 또한 만만치 않다.

최광모(남, 30세) 씨는 “인천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온 외국인 친구가 거리, 시간, 회사명, 택시번호, 연락처 등은 공란이고 금액만 달랑 찍힌 영수증을 받아왔다. 얼마나 황당했으면 보는 사람마다 얘기하고 다니더라. 요금을 보니 2배 가까이 나왔지만 같은 한국인 짓이라 너무 부끄러워 아무 말도 못했다”며 격분했다.

업무 때문에 한 달에 4~5번 인천공항을 이용한다는 김인권 씨(남, 38세)는 “혼자서 호객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팀을 만들어서 하는 것도 많이 봤다”면서 “보통 40~50대 정도 되고 터미널 밖으로 나오면 도로변, 횡단보도 앞에서 짐을 빼앗다시피 가져가는 등 집요한 호객행위에 불쾌해거나 무서워하는 외국인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 대형택시로 위장한 콜밴이 입국장 앞 도로 중앙에서 버젓이 차를 세워놓고 손님을 태우고 있다.
30년 경력의 한 택시기사는 “문제는 손님이 타겠다는데도 행선지를 물어보고는 광명이나 일산 등의 가까운 곳은 대놓고 버스타고 가라면서 승차 거부하는 택시기사들”이라며 “세계 어느 공항을 가도 이런 공항은 없을 것이다. 자국민에게 이러니 외국인에게는 어떻게 할지 안 봐도 뻔하다. 그들이 어떻게 느끼겠냐”고 질책했다.

콜밴은 화물운송법에 의거 1인 20kg 이상의 화물이 있어야 탑승이 가능하지만, 멀리 간다고 하면 무조건 태우고 부당요금을 징수하고, 택시 유사표시(CAB, 갓등 부착, 일본어로 명시한 택시)로 대형택시로 위장해 불법 영업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점보택시라고 불리는 대형택시를 불법 콜밴으로 오해해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실제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점보택시기사들의 영업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택시는 탑승의사를 밝히는 승객만 태우는 것이 원칙이지만 주차장에 주차해두고 입국장 내에서부터 호객행위는 이제 일상이 됐다.

특히 대기번호표를 받고 승차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기사들은 광명이나 일산 등의 가까운 곳은 승차거부를 하고 서울 등 멀리 가는 사람만 골라 태우고 있다.

또한 입국장 주변을 서행운전하며 청객행위 하고 있어 교통체증 유발과 사고 위험까지 있으며, 장애인 전용 주차구간에 주차해 장애인들에게도 불편을 끼치고 있다.

이같은 불법행위 단속을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2007년 6월 29일부터 단속규정을 마련, 단속반을 구성해 활동해 오고 있다.

2008년 11월 택시이용시설운영규칙 제정해 택시 대기장 및 승차장 질서 확립 및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승강장 대기번호표 실시 등 강력한 입차 규제를 실시, 올해부터는 심야시간대 입국장내 콜밴의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반을 집중 배치하고 3조 2교대 체재로 24시간 단속하고 있다.

▲ 택시유사표시(CAB) 대형택시로 위장한 콜밴의 불법영업으로 대형택시기사들의 영업도 지장받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단속을 강화해 인천공항과 중구청 합동 단속반이 콜밴 미터기 장착, 택시유사표시, 짐 없는 손님에 대한 콜밴 이용 강요 등에 대한 단속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단속반의 단속규정은 단순한 퇴거명령 조치와 추가적인 고발 정도의 권한만 가지고 있어, 이들의 상습적이고 고질적인 불법영업에 대한 단속이 일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속규정은 여객터미널, 1층과 3층 커브사이드와 주차장의 택시·콜밴의 호객행위 및 불법영업에 대해 공항경찰대와 인천 중구청, 공항공사가 합동단속반을 수시 운영해, 발견즉시 동영상 촬영 및 제지 퇴거 명령 조치하며, 이를 불이행시 서울지방항공청에 고발조치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해를 입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단속만으로는 근절에 한계가 있다고 뜻을 모르며,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택시 및 콜밴 기사들의 불법행위는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뿐 아니라 동종업계의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데 이견이 없다.

한 택시기사는 “어쩌다 손님으로 인해 공항에 가도 이미 자리 잡고 불법 영업하는 기사들이 얼씬도 못하게 해 그냥 온다”면서 “공항 내 승차장에 서울·경기·인천 택시 등 각각 4대씩 올라와 대기할 수 있는데 이들이가까운 거리는 승차 거부해 공항외곽 대기주차장에 있는 대기택시들은 순번을 기다리려면 몇 시간씩 있어야 한다는 것도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업차 인천공항을 자주 이용한다는 이성준 씨(남, 51세)는 “경험에 의하면 분명 양심적으로 영업하는 택시기사들도 많이 있다”면서 “하지만 일부 불법영업을 하는 기사들 때문에 선량하게 일하는 기사들이 의심 받고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경력의 한 개인 택시기사는 “우선 단속반이 카메라를 들고 계속 승차장에 나와 있으면 그나마 조금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끊임없는 단속에도 불구하고 지난 8년 동안 근절되지 못한 문제들이 다른 강력한 제도적인 장치 없이 과연 계속적인 단속 강화만으로 바뀔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면서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최근에는 2001년 개항 때부터 고질적인 문제가 돼온 콜밴의 집단적인 호객행위 단속 중에 단속용 카메라를 파손하고 단속반 대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이는 단속만으로는 근절에 한계가 있으며, 강력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다.

▲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단속반, 시 직원들이 불법 호객행위를 단속하자, 기사들이 욕설을 하며 밀치는 등 폭언 및 폭행을 일삼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서울시청 직원들이 단속반과 합동단속 실시 중에도 콜밴 호객행위자와 마찰을 빚었다. 콜밴 기사는 호객행위 안 했다며 욕설을 하고, 심지어 다른 호객행위자도 합세해 단속대원을 밀치는 등 단속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교통운영팀 관계자는 “단속법규가 명확하지 못해 콜밴 기사들이 그 부분을 악용해 시비가 많이 붙는다”면서 “하지만 퇴거 명령 후에도 응하지 않을 경우 불법 영업하는 증거 영상을 찍는 것 이상의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 단속반은 가지고 있는 권한 내에서 최대한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인천국제공항에서 택시의 불친절 및 불법행위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심지어 “동남아시아 수준만도 못하다”는 외국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택시 관련 단체에서도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한국택시희망연대가 인천국제공항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의 불친절과 불법 영업행위의 고질적인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정화운동’에 나선 것이다.

한국택시희망연대는 위기에 처한 택시산업을 살리고자 택시사업자와 노동조합, 시민단체들이 2007년 6월 설립한 단체로, 소속 회원 30여명은 20일부터 인천공항에서 자발적으로 친절택시 운동과 함께 외국인을 위한 ‘안내 도우미’ 활동도 벌이고 있다.

택시희망연대 관계자는 “택시업계는 지금까지 승객 불만을 외면한 채 정부의 잘못된 정책만 불평해왔지만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다”며 “이번 활동이 택시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는 택시산업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활동 배경을 밝혔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단속권한은 인천시 및 중구와 서울시가 가지고 있다. 지속적이고 꾸준한 단속을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제도적인 대책을 마련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경민(남, 33세 )씨는 “태국의 경우 공항에서 택시 승차장에서 안내요원이 외국인에게 행선지를 물어 기사에게 알려주고 요금과 추가비용 등을 명시한 메모지를 준다”면서 “승객이 문제가 있으면 전화할 수 있도록 해 부당요금 등에 대해 안내소에서 기사와 요금을 조정해준다. 우리도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인천국제공항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 또한  단속권한이 있는 인천시 및 중구와 서울시가 택시기사들과 협의해 각각의 행선지에 대한 일정한 가격을 정한다던가, 미터기 사용 등 불법행위 적발 시 운전자격 정지 또는 영업정지, 비싼 과태료 부과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택시 및 콜밴의 불법행위 문제는 단속 강화만으로는 무리가 있으며, 택시기사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근절시킬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