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리뷰]『박진호의 사진공부1 -인종차별』책출판 겸한 전시열어
[Book 리뷰]『박진호의 사진공부1 -인종차별』책출판 겸한 전시열어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6.12.2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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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진 감상 도구들 제시, 수년에 걸쳐 다듬고 수정, '사진 너머의 사진' 볼 수 있는 '관점' 강조

  사진가 박진호씨가 평창동 아트스페이스 ‘퀄리아’에서 <내가 저 달을 움직였다!!> 초대전을 열면서 『박진호의 사진공부1 -인종차별』이란 책을 출판했다.

  달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움직인 사진, <내가 저 달을 움직였다!!> 전은 지난 6월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전시한 작품 두 점과 신작 일곱 점을 출품했으며, 책 출판 기념회도 겸한 행사였다.

  그는 종종 사진에 관한 글을 써왔는데, 이 책은 수년에 걸쳐 다듬고 수정해 자기만의 관점으로 완성된 책이라서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에서 다큐멘터리 사진 감상(鑑賞)을 위한 많은 ‘도구’들을 ‘머리말’에서 언급하고 있는데 그것은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작업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 『박진호의 사진공부1 -인종차별』의 작가 박진호씨

  “작가가 어떤 사회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았는가? 그의 가치관은 무엇인가? 촬영 당시 그 사회의 문화와 관습은 어떤 특징이 있었는가? 그 사회에서 어떤 정치 갈등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그의 정치관은 무엇이었는가? (…) 경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었으며, 부의 분배는 어떠했는가? 그는 어떤 경제적 계급에 속했는가? 국제 경제는 어떤 양상이었는가? 국제 정치가 사회에 끼친 영향은 없었는가?” -중략-

  그는 특정 시대, 특정 사회와 인간을 대상으로 한 다큐멘터리 사진은 역사와 깊은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어 미학적 방법론도 필요하지만 인문학적, 사회학적 방법이 중요하며, 더불어 다큐멘터리 사진 감상에 도움이 되는 회화, 조각, 문학, 영화, 음악 같은 다른 예술 작품과 비교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도 썼다. 나아가 독자 자신의 특별한 경험과 삶의 지혜로써 작품 감상의 성취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번 『박진호의 사진공부 1』의 주제인 ‘인종차별’은 그가 대학 때 우연히 보았던 흑인 ‘린치(lynch) 사진 한 장에서 비롯되었다. 올가미에 목이 걸린 두 명의 흑인 청년이 커다란 나무에 매달려 있는데, 그 밑에서 백인들이 모여 웃고 즐기고 있는 모습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흑인 청년들을 처참하게 죽여 놓고는, 너무나도 태연한 백인들의 모습을 찍은 그 사진이 머릿속에 각인되었고, 이후 전공을 바꿔 사진을 공부하게 되면서 인종차별 관련 사진들을 볼 때마다 그 사진을 연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그런 사진 속 사건들의 뿌리를 찾아 미국 역사를 읽게 되면서 사진을 ‘보는’ 것을 넘어, 그 너머에 있는 역사적 배경을 기반으로 사진의 의미를 ‘읽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 『박진호의 사진공부1 -인종차별』책 표지

  다큐멘터리 사진은 당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꿰뚫는 혜안과 더불어 냉철한 비판적 시각이 중요한데, 감각만으로 작업하는 사진가들이 많아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지적 작업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깊은 통찰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개인적 다큐멘터리 사진’의 창시자로 추앙받으며, 현대사진의 문을 연 ‘로버트 프랭크’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바이블처럼 회자되고 있는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집 『미국인들』(The Americans)은 1950년대 중반 미국을 찍은 사진이다.

  그 당시는 흑인들의 민권운동이 격화되던 시대였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와 있는 책은 로버트 프랭크의 개인적 감수성을 강조하면서 비뚤어진 프레이밍, 맞지 않은 초점 등, 사진 화면만으로 설명하거나, 당시 미국의 사회 상황을 별로 반영하지 않은 잭 케루악의 사진집 『미국인들』 서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 사진집의 중요 주제인 ‘인종차별’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박진호의 사진공부 1 - 인종차별』에서는 1950년대 미국 사회 상황을 기반으로 사진집 『미국인들』에 숨겨져 있는 ‘인종차별’을 찾아내면서, 몇 편의 영화를 통해 미국 사회의 ‘흑인차별’ 실상을 설명하고, 심도 있는 사진읽기와 텍스트 훈련에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 엘리엇 어윗이 1950년에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촬영한 작품.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사진은 표면적 의미를 넘어 평등과 불평등을 읽어 낼 수 있는 사진이다.

  그는 다음 책 작업으로 ‘동성애와 사진’, ‘비만과 사진’, ‘전쟁과 사진’을 주제로 상당량의 글을 써 놓아, 좀 더 보완해서 책을 펴낼 생각이라며, 작가로서 사진작업도 계속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서너 가지 작업 구상을 마쳤는데 다음 발표 작품은 ‘시간성’에 대한 작업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작가에게 동기부여와 호기심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앞으로는 가끔씩 쓰던 시(詩) 쓰기에 몰입해 자기만의 시집도 출판하고 싶다는 꿈도 펼쳐보였다.

  이 책을 꼭 봐야할 대상이 누구냐는 질문에 ‘다큐멘터리 사진가’라고 주저 없이 대답해 그의 ‘머리말’에 밑줄을 그으며 다시 읽어본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작가가 자신의 통찰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실천의 장이다. 세상의 이면을 앞으로 돌려 내보이고, 수면 아래의 어떤 세계를 위로 끄집어내 보이는 것이 다큐멘터리 사진이다. 그 무엇인가에 대한 강한 대(對) 사회적 발언이며 주장이다.

  그러므로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사진을 찍는 행위는 곧 세상 비평이고, 자신의 세계관의 선언이다. 따라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작품에 관한 한 겸손할 수가 없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객관적이고 사실적이며 진실을 전달하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갖기 위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