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 문 앞에서/김춘성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 문 앞에서/김춘성
  • 공광규 시인
  • 승인 2016.12.30 1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 앞에서

                                        김춘성 시인


선고(宣告)가 내려졌다 
생활도 끝났다
이제부터가 솔직한 삶이다 
살아있는 시체가 되면
가장 비겁한 고백(告白)
원초적 움직임이
가장 진실한 본능(本能)일 수밖에
여기서
폴짝 뛰어 넘으려거나
아무렇지 않은 듯 점잔을 빼는 건
생명에 교만(驕慢) 하거나
자연(自然)에 교활한 의도를 품는 것이지
반역(反逆)이지, 헛된 모반(謀反)이지
진실 된 거짓이지
선고가 내려지면
그때부터가 진실로 
진정한 삶이지

------------------------------------------------------------------------------------------------

▲ 공광규 시인 /1986년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등 다수 시집 출간. 2009년 윤동주문학상, 2011년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등.

일상에서 솔직한 말과 행동을 하기가 어렵다. 솔직한 삶과 생활은 배치된다. 그런데 솔직하지 못한 것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냥 살아 있는 시체라고 한다.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삶을 회피하는 것은 생명에 교만하거나 자연에 교활한 것이라고 한다. 진정한 삶을 위해 거짓 자아에 따라 살지 말고 본능에 충실하라는 시인의 주문이다. (공광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