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영화 '라라랜드'가 대한민국에 전해준 메시지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영화 '라라랜드'가 대한민국에 전해준 메시지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6.12.3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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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문화·예술계 전반에 뻗친 비선실세들의 전횡은 국민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들은 각종 이권을 챙기고, 정부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예술인에게 불이익을 주었다. 공공연히 나돌던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분명해지자 예술인들은 더욱 분노하였다.

언제부터인가 예술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는 사라졌고, 천편일률적인 소모품들만이 문화계를 가득 메우고 있다. 때문인지 예술가들의 꿈과 현실 사이의 고뇌는 오히려 사치가 되고 말았다. 창의성까지도 정해진 틀에 맞춰야하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들뿐이다. 문화 융성을 운운했던 정부는 그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문화를 만들려고 하였다. 대한민국의 분노와 배신감이 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어수선한 정세에서 한줄기 빛 같은 영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 <라라랜드>는 꿈과 현실사이를 방황하는 예술가들의 꿈을 다룬 영화이다. 예술가들에 국한 된 듯 보이는 이 영화가 대중들에게 위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라랜드>는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이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당긴 것도 있지만, 꿈꾸는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재즈 피아니스트로 꿈을 펼치지 못한 체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과, 연기 오디션에 줄 낙방하며 꿈에 대한 확신마저 잃어가는 미아(엠마 스톤 분)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예술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주인공들은 꿈과 현실사이에서 방황하지만, 그 꿈 하나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척박한 현실 속에서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단순하게 나열하지는 않는다. 사랑하는 두 남녀가 서로의 꿈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며 환상 같은 현실을 함께 만들어간다. 이를 통해 그저 이상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이룰 수 있는 꿈을 이야기한다.  

▲ 영화 <라라랜드> (사진제공=판씨네마)

이들의 모습은 일반 관객들의 삶과도 많이 닮아있다. 예술만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아닌 꿈과 이상 사이에서 고뇌하는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감독 데이미언 셔젤의 전작 <위플래쉬>에서는 꿈을 완성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인간의 한계점을 자극하였다면, 영화 <라라랜드>는 그 꿈을 스스로 조율해 나가는 두 남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단순히 사랑과 꿈 사이의 갈등, 꿈을 이루어가는 두 연인의 사랑을 이야기했다면 영화가 이토록 회자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신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을 환상 속에서 펼쳐보일 때 발견하는 가치, 또 현실로 돌아왔을 때 환상을 되뇌이며 꿈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 희망을 안겨준다.  

각자의 꿈은 이루지만 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 영화가 마치 새드엔딩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뻔하지 않은 결말이 국내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신선한 자극은 되었을 것이다. 최소한 꿈꿀 수 있고,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왠지 꿈을 꾸는 것조차 사치인 것 같은 대한민국의 현실이 씁쓸함만 남긴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기억을 투영하고, 또 삶을 공감할 수 있는 이 영화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