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전략적인 교육/(6) 축복의 힘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전략적인 교육/(6) 축복의 힘
  • 유승현 도예가 /심리상담사
  • 승인 2016.12.3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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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현 도예가 /심리상담사

이 맘때가 되면 새벽녘 기도를 해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추운 겨울날 이불을 포근하게 덮어주시며 일관적인 서두로 말씀을 시작하셨기에 몇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달달 외우고 있는 몇 마디가 있다. “세상의 빛이 되어라. 고귀한 사람이 되어라 ” 그 축복의 언어는 유년기를 보내고 청소년기, 청년기, 중년기에 이르기까지 필자의 마음속에 깊은 여운으로 남아있다.

어른이 된 후부터는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입춘대길’을 붙이듯 그 축복의 글귀를 새 종이에 써붙여놓고 현관을 오다니게 되는데 간혹 손님이 와서 글에 대해 물으면 어릴 적 스토리를 이야기하게 된다.

사실 온 가족이 분주하게 뛰어 다니니 문 열고 나가봐야 보지 않고 지나칠 때도 많지만 잊을 만하면 다시 오는 고마운 연말연시는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재점검하는 기회를 제공해준다.빛 같은 사람으로 귀하게 살고 있는지. 지금 행복한지. 왜 살고 있는지 등.

필자 역시 내 어머니 흉내를 내느라 아이에게 들려주는 몇 마디가 있는데 “넌 최고다. 축복한다” 이다. 때론 학교에 나서는 사춘기 아들에게 심한 잔소리를 한 직후에도, 성이 난 아이의 뒷꽁지에 대고도 급히 중얼거리기까지 한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잔소리와 함께 축복의 말이라니... 그 시절 내 어머니와 같은 풍만한 자제력이 내게는 없는 건가? 필자만큼 모범적으로 크지 않는 내 2세의 문제인건지 온갖 잔소리를 늘어놓고 어거지같은 마무리로 축복의 주문을 외우고 있는 필자다. “그래 축복한다. 축복해”

축복의 힘. 

뇌 해마(hippocampus, 귀 안쪽에 좌우 한 개씩 있어 기억의 중추를 담당하는 기관)에 대해 들어본 사람이라면 망각과 기억의 조건도 각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자극과 사실에 대해 두뇌회전을 하면 할수록 뇌의 신경세포도 회전을 하며 비례적으로 세포수가 증가한다는 이야기인데 무엇인가를 기억하고 정서로 남긴다는 것은 인간의 질적인 삶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역사속 인물을 외우거나 영어와 수학공식을 외우는 것. 여러 사람의 이름이나 연락처를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자는 더 중요한 것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 기억에는 3가지의 조건이 있다. 입력 보관 추출이다. 먼저 정보를 입력 하고 보관을 하고 추출을 하는 그 과정을 철저하게 거쳐서 기억까지 도달하는 것이다.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에 대해 나눈다면 반복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상기시켜 장기기억으로 가게 하느냐 순간 암기로 단기로 가느냐의 차이일 것인데 필자의 보호자가 교육적으로 택한 것은 아무래도 전자인 것 같다.

듣기에 쓴 잔소리만 일삼는 것이 아니라 일상속에서 실제 예를 들어 벌어지는 사건을 다시 한 번 회상시키고 반성과 뉘우침을 경험시킨 후 새로운 계획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이후 중요한 사항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축복의 언어를 구사하신 것이 필자의 성장에 미치는 큰 힘이 되었다.

축복의 힘이 얼마큼 큰지에 대한 연구는 각종 연구와 실험 속에서 다양하게 검증이 되어 있으니 각설하며 사람으로 살면서 빛같은 사람이 되라니 귀한 사람이 되라니 긍정적인 언어를 일삼는 부모 밑에서 고귀한 꽃을 피우기 위한 노력을 줄기차게 할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한다. 망각의 인간이라 할지라도 매일 듣는 긍정의 한 줄은 인간만이 갖게 되는 고귀함을 장기적으로 기억하게 하며 빛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품게 한다.

건강한 기억을 담당하는 회로는 세상 속에서 유능한 사람을 만들어 주지만 좋은 사람으로의 성장을 가능케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 나쁜 정보를 입력하고 보관을 해보자. 이후 좋은 추출은 쉽지 않을 것이다.

좋은 정보를 받아드리는 습관도 좋다. 군자의 100개 명언보다 중요한 것이 행위일진데  결국 이해로부터 좋은 기억을 추출하고 의미있는 동작으로 연결되지 않겠는가? 만약 서로간의 축복된 말과 행위들, 일상 생활 속에서 의미를 받쳐주는 생생한 기억까지 경험한다면 우리는 실력자를 양성시키는 것을 넘어서 실력을 뒷받침하는 힘을 경험할 것이다. 이것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감히 말한다. 어머니의 축복의 언어가 결국 세상을 축복하게 만든다.

지금은 바쁨을 뒤로 하고 지난 계획을 수정하고 새로운 계획을  설정하는 시기이다. 축복은 현재 진행 중이며 나눌수록 배가 된다. 새해가 밝아 온다. 축복의 힘을 믿어보자. Bless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