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쾌정 한국박물관협회 회장 "박물관, 대국민 서비스 장소이자 힐링 장소“
[인터뷰] 김쾌정 한국박물관협회 회장 "박물관, 대국민 서비스 장소이자 힐링 장소“
  • 이은영 편집국장/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12.3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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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박물관 분리는 유독 우리나라만 하는 생각, 역량 강화에 많은 신경쓸 것”

지난 5일 한국박물관협회가 40주년을 맞았다. 이날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전국의 박물관장과 함께 그간 박물관협회의 발전을 위해 애썼던 원로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40년간 전국의 박물관 숫자가 급등했고 아시아에서 최초로 세계박물관총회를 열 정도로 성장했다. 한때 ‘골동품 다루는 이들’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박물관장들은 이제 당당한 ‘문화 발전 공로자’로 자리매김했다.

▲ 김쾌정 한국박물관협회 회장

40년전 갓 박물관에 들어온 ‘막내’ 김쾌정은 지금 한국박물관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박물관장들의 고민을 들으며 모임을 만들어보자고 했던 그의 제안은 한국 박물관의 역사를 바꾸었다. 그리고, 크고 작은 업적을 이루었던 역대 협회장들의 길을 걸으며 박물관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물론 양적 확산이 좋은 결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자기 목소리를 내던 몇몇 이들이 소모임을 이루며 협회를 나갔고 미술관과 박물관을 분리하려는 정부의 도전에 직면하기도 했다. 협회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모두 ‘하나’라고 말한다. 세계에서 이를 분리하는 것은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러 문제들이 나오고 있지만 김쾌정 회장은 이 역시 발전을 위한 디딤돌로 여기고 있었다. 박물관이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가족들이 직접 역사 체험을 하고, 아이들도 좋아하는 공간으로 변해가면서 무엇인가를 배우는 곳이 되었고, 이로 인해 박물관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힐링’을 느끼게 되는 시민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바람직한 변화’의 모습에 만족해하는 김쾌정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한국박물관협회가 만들어진 과정이 궁금하다

1973년에 ROTC 제대 후 첫 직장이 한독의학박물관이었다. 그때는 박물관이 지어지기 전이었고 이듬해인 74년에 새로운 독립건물로 박물관이 지어졌었다. 박물관에서 일하다보니 사립박물관장들과 자연스럽게 만났고 한두달에 한두번 꼴로 대략 20여분의 관장님들을 만났다. 그렇게 2,3년을 접했다.

관장님들끼리 반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하지만 약주 한 잔 들어가면 불만들을 쏟아냈다. '정부가 박물관장을 대하는 인식이 얕다', '해외에서는 박물관장이 저명인사인데 한국에서는 골동품업자로 취급한다'는 한탄과 불만이 주였다. 

1년 정도 지켜보다가 비록 내가 그분들 중에는 막내지만(웃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매일 한탄만 해서 되겠느냐, 모임을 구성해 회장 부회장 총무 뽑고 조직적으로 움직여 관계 부처에 공문을 보내자'면서 소모임을 제안했다니 '준비해보라'고 한 것이 협회의 시작이었다.

부랴부랴 다른 협회들의 정관을 참조해 우리 실정에 맞게 한국박물관협회 이야기를 꺼내자 '민중박물관협회'로 이름짓자는 의견이 많았다. 1973년때만 해도 박물관이 다 합쳐야 48개였고 사립은 더 열악하고 작아 숫자를 늘리려면 '민중박물관' 운동을 해서 캠페인을 하고 계몽하는 역할을 하자는 의미로 '한국민중박물관협회'라는 이름으로 발족했다. 

한독박물관에 강당이 있어 우리 박물관에서 발족식을 가졌는데 내가 준비하고 공지하고 글씨 쓰고 식사준비하고 모든 걸 다했다. 막내였으니(웃음). 그렇게 일단 발족을 하니 박물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에 따른 건의가 잇달았다. 

그래서 박물관법이 생겼다. 법이 만들어지면서 협회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이 나왔고 정식으로 한국박물관협회를 재발족했다. 예산이 없어서 한독박물관의 예산을 쓰기도 했고 한독약품의 후원으로 겨우 진행됐다. 그 점에서 한독박물관과 한독약품에 감사하고 있다.

한국박물관협회에 있으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2004년 세계박물관총회를 서울에서 연 것이다. 이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린 것이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국가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박물관이 점점 늘어나고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국립박물관의 경우 국가에서 3~40%까지 예산을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지자체가 앞다퉈서 박물관을 설치하면서 국립만 400개가 늘었다. 세계박물관총회가 우리 박물관의 근간을 만든 계기가 된 것이다.

박물관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숫자가 느는 만큼 관리도 어려워질텐데

아무래도 숫자가 늘어나면 점점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된다. 박물관협회가 사립 중심으로 움직이다보니 대학 박물관들이 따로 총회를 열면서 떨어져나갔다. 난 박물관은 모두 한 식구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회장들을 만나 설득해 대외적으로 힘을 합치는 것이 좋다고 설득했는데 결국 최근 떨어져나갔다.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지금 박물관의 숫자는

총 740개관이다. 정부 발표는 1천여개가 넘는다고 했는데 등록을 하지 않은 곳도 포함하면 1200개정도 된다.

박물관과 미술관의 분리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내가 회장을 맡을 무렵 미술관들이 커지기 시작했고 국립중앙박물관이 생기면서 차관급 관장으로 격상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아래 박물관 정책과가 미술관 정책과가 신설되면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갔다가 전국의 박물관을 총괄할 업무를 국립박물관에 둔 것은 맞지않다 해서 이를 회수해 정책과를 문화부 산하로 하고 마술관 정책과는 숫자가 작아 미술관은 정책국 산하로 집어넣었다.

예산 지원도 미술관 따로 박물관 따로 하다보니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독립하고 나가자해서 한국미술관협회를 따로 두겠다고 나섰다. 미술관 쪽 사람들이 독립해서 소모임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특성을 바꾸는 것은 원치 않는다. 

박물관 안에서도 현대미술 전시하는 곳이 많고 이름은 박물관이라고 하지만 박물관과 미술관이 한 곳에 있는 경우도 많다. 외국에서는 '아트 뮤지움'이라고 해서 현대미술을 전시하면서도 옛날 물품이 있는 곳도 많은데 우리나라만 유독 박물관과 미술관을 나누려한다. 

특히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40년간 한 식구인데 나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많은 학자들도 반대하고 있다. 하나로 합쳐 정책을 일관성있게 펴야하지 않나. 지방 협의회도 모두 반대하고 있는데 굳이 하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 협회의 의견이고 그래서 아직 정부도 허가를 안 내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관 역시 분화하자는 이야기가 있지만 현재까지 한 식구로 있다. 

창립총회 준비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창립총회 준비를 내 손으로 했다. 전부 멀리 계시고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도와달라고 말씀드리기도 어렵지 않다. 이번 총회 준비하느라고 쉬는 날에도 나와 체크하고 계속 준비했다. 준비하면서 남다른 감회가 왔다. 원로 선생님들께 꼭 오시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안 오신다는 분들에게는 '40년 전 추억을 더듬을 수 있다. 감사패도 준비했으니 꼭 오셔야한다'고 부탁했다(웃음). 다행히 선생님들이 멀리서 이렇게 와 주시고 감사패를 받아주시니 너무 감사하다.

▲ 지난 5일 열린 한국박물관협회 40주년 기념식

숫자가 늘어난 만큼 내용도 충실해졌을 것 같다

사립박물관들이 많아지고 이들이 전문성을 띠고 한 분야 두 분야의 자료를 전문으로 모으다보니 전문박물관이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이렇게 전문박물관으로 나아가야지 작은 박물관이 종합으로 나가려고 한다면 한도 끝도 없게 된다. 이제 지역 공립 박물관도 전문화가 됐고 국립박물관도 지방으로 내려가면 그 지역의 문화를 중심으로 한다. 국립중앙박물관만 전국 중심이다. 전문화가 하나의 특징들이다. 

한편으로는 부작용도 있다. 양적 팽창이 된 만큼 질적 향상도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립박물관이 도둑처럼 장물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는다는 뉴스가 나오면 '참 저걸 어찌해야하나'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사실 사립 관장 중에는 안 좋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다. 유물이라는 것이 잘만 팔면 큰 돈이 들어오지 않나. 그러다보면 '저걸 내가 꼭 가져야하는데'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 생각이 결국 물의를 일으키게 만드는데 물론 일벌백계를 해야하는 일이지만 '내 식구를 벌준다'고 생각한다면 참 난처하기는 하다.

우리만 이런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이전에 이탈리아의 한 유명한 박물관이 도난을 당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20점이 발견이 됐다고 한다. 도난품을 돌려달라고 하자 우크라이나 측은 돌려주는 대신 한두달정도 자국민들에게 공개하고 돌려주겠다고 해서 기간을 써 놓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누구나 유혹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내년에는 엄격하게 '윤리 강령'을 적용하고 내년 학술대회에서 교육을 하려고 한다. 난처한 상황을 만들기보다는 아예 그런 일이 없도록 막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현 시점에서 박물관의 역할이 있다면

정부에서도 제2교육기관, 평생교육기관으로 인식하고 있고 박물관 내에서도 체험교육, 창의교육 등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 말로 듣는 것과 체험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특히 방학이면 각 박물관들이 각각 홈페이지에 체험 프로그램 소개를 하는데 엄마들이 그를 보고 아이와 함께 박물관을 찾고 만족감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박물관 미술관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체험교육 싸움'이다(웃음).

우리 박물관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출 50명의 해설자를 양성해 주말과 방학 동안 운영하며 교육기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원도 늘고 있다. 정부는 물론 체험 프로그램을 10년 넘게 지원해주고 있는 기업도 있다. 

협회에서도 박물관의 역량 강화를 위해 회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하고 있다. 관장들이 인격자로 대우받으려면 아는 것이 많아야하기에 리더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지난번에는 경주박물관장이 지진을 경험한 뒤 지진이 났을 때 대처 방법을 알자는 긴급 제안을 해서 그에 대한 교육을 하고자 생각하고 있다. 

▲ 한국박물관협회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김쾌정 회장

박물관을 보면 조명이 너무 밝고 뜨거워 오히려 유물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고 유물의 멋을 손상시키는 느낌이 든다. 얼마 전 영월에서 박물관 조명 박람회가 열렸는데

유물은 결국 국가 자산인데 유물을 잘 보존하려면 현재의 백열등, 형광등을 LED로 하자는 건의도 했고 서울에서부터 먼저 하자고 했는데 결국 안 됐다. 나무나 옷감 등은 강한 열에 민감하기에 지금의 조명으로는 바스라질 위험이 있다. 이를 예방해야한다. 

한 외국 학자가 박물관마다 한국 청자가 다 틀리다고 한다. 조명이 다르니 그런 것이다. 지금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유물의 멋을 살리는 색감을 내지 못한다. 또 하루 종일 전기를 켜기에 전기료가 많이 든다. 교육기관화가 되면서 절감이 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엄청난 전기료를 부담해야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LED로 바꾸고 공립에 경우 태양열 전광판을 설치하기도 했다. 10년 계획을 세우면 절감이 많이 되겠지. 정부가 관심을 가져줘야하는데 숫자가 너무 많다보니 어렵다. 정부가 지자체별로 여유가 있으면 이런 방식으로 바꾸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40년이 되다보니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뮤지엄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인재들을 양성하고 기회 있을때마다 해외에 나가면 젊은 학예사들을 데리고 가려한다. 발표 논문을 제출해서 통과가 되면 발표 자격을 주는 식으로 기회를 많이 주려한다. 10년째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있고 4회째를 맞은 영월 국제 포럼이 있고. 지난번부터 이를 우리에 위임한 점이 협회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뮤지엄'이라는 이름을 쓰는 기관이라면 다 박물관 아닌가. 현대미술에 치우치면 '아트 뮤지엄'인데 그러면 미술관으로 번역되겠지. 이름은 미술관이지만 성격은 박물관. 이제는 이름 가지고 구분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국민들이 박물관을 찾게 되면 조금이라도 뭔가를 배우게 되고 배우게 되면 마음이 편안하잖나. 다른 곳에 가는 것보다는 편안한 마음이 들고 갈 여유도 생기기 된다. 박물관이 교육기관의 역할을 하면서 마음의 평온을 찾는 '힐링의 장소'로, 대국민 서비스 기관으로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유익하게 하는 공간으로 활동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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