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차 촛불집회] ‘박근혜를 보내고 새해를 맞자’는 ‘송박영신(送朴迎新)’
[10차 촛불집회] ‘박근혜를 보내고 새해를 맞자’는 ‘송박영신(送朴迎新)’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7.01.01 22: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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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명 참여한 촛불집회로 민주주의 새로 쓰는 역사 만들어 ...

2016년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2월 31일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자'는 의미인 ‘송박영신(送朴迎新)' 10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곳곳에서 행사가 열리면서 지난해 하반기를 뜨겁게 밝힌 촛불은 2016년 마지막 밤에도 어둠을 물리치고 세상을 비추었다.

▲ 광장에 모여든 시민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분노를 느끼면서 지난 10월 29일부터 타오른 촛불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10주째 계속되었다. 촛불집회가 계속되는 동안 매주 이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렸다.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퍼포먼스로 시민 스스로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촛불이 가져온 변화였다.

▲ 작가와 시민이 표현한 그림으로 차벽을 치는 모습

평범한 시민들이 든 촛불의 힘이 국회를 움직여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게 하면서 우리 국민이 민주주의를 새로 쓰는 역사를 남겼다. 특히 이날 10차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박근혜 퇴진 촛불은 1000만을 넘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장에 모인 참가자들은 “박근혜는 즉각 내려와라” “황교안도 즉각 내려와라” “부역자를 처벌하라” “박근혜를 즉각 체포하라” “재산도 몰수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 소등 퍼포먼스로 진행된 레이저로 쓴 글씨 '박근혜 구속'

촛불집회는 늦은 시간에 열렸지만 광화문광장에는 오후1시부터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렸다. 광화문해치마당에서는 ‘새해 새나라 소원을 말해봐’란 퍼포먼스로 새해 소망 3가지씩을 적어 연세 지긋한 어르신부터 어린 아이들까지 노란종이배를 접어 광장 바닥에 놓았다.

이날 촛불하나라도 보태기 위해 나왔다는 강동구 사는 김씨(59)는 “평생 쉬지 않고 일했는데 일할 맛이 안난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나라가 걱정되어 주말만 되면 나온다.”고 말했다. 

▲ 새해 소망 3가지씩을 적은 노란종이배

사범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은 세종대왕동상 앞에 법 관련 책을 산처럼 쌓아놓고 공정한 사회가 되는 올바른 사회질서를 책으로 말하고 있었다.

'자신의 권리는 자기 스스로 챙겨야지, 다른 사람이 챙겨주지 않는다'는 의미로 쓰이는 '권리 위에서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속담이 책 속에서 걸어 나온 듯 쌓아놓은 헌법에 대한 책이 주는 울림이 컸다.

▲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는 '고시생 모임'

또한 세종대왕 뒷편에서는 ‘미술행동’에서 내놓은 차벽에 가릴 60m의 흰 천에 서예가 여태명씨와 김성장씨가 무겁고 날카로운 메시지를 남기자 시민들도 붓을 들고 ‘박근혜 퇴진’ ‘꿈꿀수 있는 세상’등 정성을 담아 그림을 그렸다. 한 아이는 ‘행복하고 싶어요’를 남기기도 했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내는 마음은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어 모두 하나라는 사실을 경험하게 했다. 시민들 참여로 다함께 그려진 그림은 경찰이 막고 있는 차벽에 붙여졌다.

▲ '촛불은 국민의 명령이다'란 주제로 두번째 차벽공략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들

광화문광장에는 '궁핍현대미술광장' 개관전도 열리고 있었다. 말 그대로 전시장이라고 하기보다는 자리가 좁아 궁핍하기 그지없었다. 벽면가득 회화, 판화, 사진, 시, 포스터, 신문등이 골고루 전시되어 있다. 판화가 이윤엽, 사진가 노순택 정태용, 시인 송경동 등의 작품과 최병수씨의 철재조각 등이 선보였다. 최순실국정논단에 대한 다양한 풍자적 궁핍 작품전이었다. 

▲ 광화문에 들어선 '궁핍현대미술광장'천막 전시장

광화문광장 무대 옆에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촛불이 밝혀져 있었다. 오는 1월 9일이면 세월호 참사 1000일이다. 한 시민이 무릎을 끊고 오열하는 모습이, 촛불과 함께 흔들려 희생자를 기리는 촛불이 까닭 없이 슬퍼 보이기도 했다.

▲ 오는 1월9일 이면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는다.

이날은 다큐사진가들이 뭉쳐 인증샷 배경막에서 정의로운 예술행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찍는 ‘그날, 나도 거기에 있었다.’ 퍼포먼스가 있었다. 촛불로 새로운 역사를 쓴 시민들의 모습을 기념하기 위해 '광화문 미술행동' 일원으로 봉사한 다큐사진가들도 있었다. 온가족이 나와 사진을 찍는 모습에서 성숙한 민주주의가 가까이 있음을 말해주었다.

▲ 사진가들 시민들의 미술행동을 기록하다

 

▲ 가수 전인권

행사가 저녁 늦게 시작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들이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소등퍼포먼스가 행해질 때는 맞은편 건물에 레이저로 ‘박근혜 구속’ ‘황교안 구속’등이 잇따라 쓰여져 시민들이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이 울면서 일인발언을 하자 모두가 숙연해졌고, 민미협이 설치한 희망촛불 탑에 마련해 둔 풍선 304개를 하늘로 날려 보내는 퍼포먼스를 가졌다. '송박영신'콘서트에서는 가수 전인권씨가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하겠다는 인사말을 하며 노래를 시작해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이날 비주류예술가들의 '옳' 다섯번째 '박근혜 '닭쳐' 시국 퍼포먼스도 열렸다. 마임이스트 유진규씨를 비롯하여 문성식, 김기상씨등 많은 예술가들이 참여해 닭의 목을 두드리며 이정훈씨가 닭의 목에 주사를 주는 퍼포먼스를 펼쳐 광장에 나온 시민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 옳 5번째 시국 퍼포먼스 '닭쳐' 벌이는 마임이스트 유진규씨

이날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바램은 하루라도 빨리 박근혜 정권이 퇴진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리라. 이번 최순실 국정논단 게이트는 우리사회의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한 댓가라고 생각한다. 1987년부터 시작된 민주항쟁은 제도적인 민주주의를 벗어나,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민주주의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촛불집회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

▲ 포토죤 인증샷 배경앞에서 사진촬영에 임한 시민

촛불집회에 나선 시민들 중에는 87민주항쟁 시절 광장에 나왔던 사람들도 많았다. 30년이 지났지만, 광장에서 느껴지는 것은 판이하게 달랐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우리 시민의식이다. 6차 촛불집회 때 나온 학생들이 ‘이게 나라냐’ 고 외치니, 구세대인 우리가 부끄러웠다. 오죽하면 공부해야 할 학생들이 광장에 나와 목소리를 높이겠는가.

▲ 촛불을 든 아이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다. 그들에게는 공정하고 불평등 없는 꿈꿀 수 있는 깨끗한 세상을 물려줘야 한다. 새 시대 새 희망을 열어 민주주의에 대한 역사를 새롭게 써야 한다. 촛불의 역사가 2017년에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리라.